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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하면 밖에서 만나는 교사들

교원 1급 정교사 자격연수 응원을 다녀와서

by 하이브라운
교원 1정 자격 : 임용 후 교육경력이 만 3년 이상 경과하고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상자로 지명을 받은 뒤 해당 연수를 이수하면 얻을 수 있다. 취득한 익월에 1호봉이 특별승급으로 가산되는 혜택도 있다. - 나무 위키


대학 졸업 시 주어지는 2급 정교사 자격을 가지고 3년 이상 근무하면 1급 자격연수를 듣게 된다. 보통 매년 여름방학 때 2주 정도의 일정으로 지정된 대학에서 진행한다. 예전에는 근무하는 학교에 1정 연수를 듣는 동료나 선후배 교사가 있으면 간식을 사서 단체로 응원을 가고, 함께 식사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사회의 많은 대면 문화가 사라졌듯, 이러한 응원 문화도 사라진 듯하다. 관습에서 벗어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응원과 격려로 바뀐 점이 좋다.


6월 말, 우리 학교 같은 과정에 근무하는 막내 교사에게 카톡이 왔다.

연수생 차량 등록에 내 차를 넣기 위함. 방문 압박용

작년 여름 1정 연수 때 응원방문을 꼭 하고 싶었던 선생님이 계셨다. 혼자 가기에는 심심하고 민망해서 막내 교사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했다. 흔쾌히 함께해 주어서 내년 본인의 연수 때에는 기필코 내가 응원을 가겠노라 약속했다. 그것을 기억하고 말하는 MZ다. 집요하고 무섭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난 MZ들의 이런 모습이 좋다.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당당한 모습이 그렇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는 성경 말씀처럼, 적극적인 자세는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얻게 하리라.

또한 띠동갑 차이의 부장 교사를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만나고 싶어 하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행복한 일정이 생겼다.


집에서 연수가 진행 중인 부천의 가톨릭대학교까지 정확히 1시간 걸린다. 연수생들의 점심시간이 1시간이라 학교에서 최단거리의 맛집을 검색하여 미리 예약해 두었다. 연수가 2주간 지속되니 기숙사에 두고 먹을 수 있는, 맛있고 감성을 자극하는 예쁜 포장의 간식을 준비하는 센스를 빠뜨리면 최고의 부장교사가 될 수 없다.


어려서부터 약속이 있으면 항상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늦으면 일정 자체가 헝클어지고, 100% 기분 좋은 만남을 할 수 없다. 일찍 도착하면 마음 편히 책을 읽거나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때 메시지 카드를 쓰거나 작은 선물을 고르기도 한다.

오늘은 일부러 조금 더 일찍 도착했다. 아주 오랜만의 대학교 방문이라 캠퍼스와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다. 학교는 방학이라 조용했고, 계절학기를 듣는 학생들은 더운 날씨에 지쳐 보였지만 젊음이 주는 에너지는 감출 수 없었다. 학교 주변은 여느 대학가와 마찬가지로 작고 개성 있는 가게들과 자치방으로 세를 줄 것 같은 빌라들이 줄지어 있었다. "학교가는길"처럼 어느 대학가나 있을 듯한 정겨운 이름의 식당, 젊은 사랑의 고백을 위한 꽃가게, 자치방을 알아보는 부동산 등을 보니 더욱 정겹다.

신기한 것은 20년 전에도 비슷한 모습이었을 텐데,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금 왜 잘 보이는 것일까?

젊었을 때는 직관에 의존하여 보이는 것들만 보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보는 것에 있어, 사실보다는 감성과 사유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름다움을 찾는 눈은 점차 밝아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튼 대학가 고유의 “활기"는 큰 아름다움이다. 가끔 삶이 무료할 때, 주변 아무 대학가에 한 번 가보는 것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다.


11시 55분에 미리 음식을 주문하고 막내 교사를 기다리며 창 밖을 본다. 음식이 먼저 나오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뛰어 오라고 명했지만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원래 말 잘 안 들었으니 귀엽게 봐준다.

2023년, 이사 하면서 지금의 학교로 발령을 받고 일한지 올해로 3년째다. 80명이 넘는 교사 중 유일하게 나와 3년을 같은 과정에 있었던 소중한 인연이다. 예의 바르고, 잘 웃고, 책임감 있게 맡은 업무를 하는 것 외에도 특별한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는 예쁜 막내 교사다. 방학이라는 꿀 같은 시간에 1시간 거리인 여기에 내가 있는 이유다.

맛있는 규카츠 정식을 먹으며 학교 이야기, 연수 이야기, 개인의 이야기들을 나누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좋은 것들은 빨리 지나간다.'라는 진리를 요즘 삶의 많은 부분에서 경험하고 있다. 좋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 또한 너무도 빨리 간다.


오늘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식사와 간식 공세로 2학기 충성 맹세를 받아내서 뿐만은 아닐 것이다.

좋은 사람과의 교제, 오래전 대학 생활의 추억, 삶의 활기 등 반나절 동안 얻은 것이 참 많다. 응원하러 가서 내가 힘을 받은 느낌이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됨을 알고 실천하며 살려하지만, 주고서는 이렇게 즉각적인 복을 누리기는 오랜만이다. 여러모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막내님! 연수 잘 마치고, 건강하게 개학 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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