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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책 리뷰)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by 하이브라운
서른 살이 되면서 나는 내가 도넛과 같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다. 빵집 아들로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깨달음이었다. 나는 도넛으로 태어났다. 그 가운데가 채워지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몇 달 전, '지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달리기와 삶에 대한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팬이 되었다. 당시 느꼈던 '껄렁껄렁하지만 정이 많은 복학생 형' 같다는 작가의 이미지는 이번 책을 읽고 더욱 확고해졌다. 삶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면서 때론 엉뚱하게, 깊은 울림을 주다가 때론 웃어버리게 만드는 위트 있는 작가가 참 좋다. 서문에 나오는 위의 인용문장을 보면서 겸손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겸손은 무조건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함을 알고 완전해지려 노력하기보다는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이 들려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웃기만 하며 읽고 끝낼 수 있을까?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덮은 후 독자에게 깊은 잔흔을 남기는 책이었다.


누구나 청춘을 지나왔고, 지나고 있으며, 지나올 예정이다. 지나온 이에게는 그 시절의 공감이, 지나가는 이에게는 작은 위로가, 지나올 이에게는 기대를 줄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 전까지의 삶을 한시(漢詩)와 함께 들려준다. 그 안에는 철없는 생각과 행동부터 청춘에 대한 고민, 만남과 사랑, 형제와 부모, 대학과 사회생활 등 우리 모두의 것들이 담겨있다. 청춘을 지나온 내가 읽으며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길은 아닐지라도 같은 과정을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인용된 한시는 시를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글을 독자의 가슴에 깊이 꽂는 역할을 한다. 시가 이렇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동했고, 다시금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문장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작품을 쓰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아직 자격도 없고, 낮은 수준의 글을 쓰고 있지만 쓰면서 느끼는 것은 '내 삶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것이다. 요즘은 배우들이나 음악가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감정 어떻게 저리 표현하는지 존경스럽다.


김연수작가의 글은 대부분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더욱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 이런 솔직함이 독자에게는 공감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글을 쓰며 자신이 치유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책의 내용을 보며, 솔직한 고백이 자신에게는 치유를, 독자에게는 감동을 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님을 확실히 깨달았다.

수치에 죽고, 진솔한 나의 고백이 가능할 때 쓰는 나 자신과 읽는 독자의 마음에 글이 살아 역동한다는 것을 배웠다. 작문서를 보며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더욱 중요한 것을 청춘의 에세이를 보며 깨닫는 참 특이한 상황이었다. 이 책도 나에게는 큰 선물이었구나! 특별히 청춘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많은 용기와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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