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우성씨

많은 것이 꼭 좋을까?

오후 4시 20분 어디선가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 대신 받았습니다. 우성씨 핸드폰입니다.

- 안녕하세요. 우성이가 마치고 나올 시간이 넘었는데 오지 않아서요.

- 네. 저희가 빨리 찾아보고 연락드리라고 전할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네 감사합니다.

우성(가명)씨는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교직원이다. 정확한 용어는 장애인복지일자리.

하루 4시간 정도 근무하며 급식보조, 사서보조, 행정 보조, 교육 보조 등의 직무에 배치되어 일한다.

우성씨는 행정 보조로, 내가 있는 교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며 여러 특별실 청소와 선생님들의 간단한 요구를 수행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 근무했으니 우리 학교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한 터줏대감인 셈이다. 공립학교의 순환근무에 따라 길게는 5년 후에 근무지를 옮기는 특성상 우성씨보다 학교에 오래 근무한 교직원은 거의 없다.

요일에 따라 퇴근 시간이 다르지만 오늘은 4시에 퇴근하는 날이다. 언제나 본인의 퇴근시간을 칼같이 지키며, 10분 전부터 짐을 싸고 준비하는 루틴이 있어 오늘과 같은 돌발 사항은 처음 겪었다. 어머님께서는 우성씨가 일을 마치는 시간에 귀가를 위해 차를 가지고 학교로 오시는데, 기다리시는 동안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생각하니 찾으러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건물과 특별실을 둘러보고 교사 단체 카톡방에 교내에서 우성씨를 보신 분은 알려달라고 메시지를 남기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무실로 잘 복귀하여 퇴근을 한다고 누군가 말씀해 주셨다. 현관에서 우성씨를 만나 오늘은 왜 늦게 퇴근하게 되었는지 물으니 청소가 늦게 끝나서 시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음이 애잔하게 요동친다. 평소보다 더욱 밝게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선생님들이 업무를 하는 교무실에는 늘 여러 간식이 넘친다. 집에서 싸 오는 것, 누군가에서 선물 받은 것, 나눠 먹기 위해 사 오신 것 등을 공용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자유롭게 함께 나누어 먹는다. 식탐이 강한 우성씨는 누가 주지 않으면 자신의 음식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누군가의 지속적인 교육과 우성씨의 많은 노력이 직장생활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 분이 호두과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열심히 청소를 하고 돌아온 우성씨에게 수고했다며 호두과자를 건네주었다. 평소와 다르게 바로 먹지 않고, 한참을 호두과자를 바라보다 먹고서는 깊은 한숨 후에 혼잣말을 내뱉는다.

- 우리 아빠가 좋아했던 호두과자

- 우성씨 아빠는 지금 일하고 있어요?

- 아니요. 산에 있는 무덤에 있어요.

- ....

순간 교무실에 정적이 흐르고, 우성씨를 오래 봐왔던 선생님께서 몇 년 전, 우성씨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다들 돌아가며 우성씨 곁으로 가서 말없이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토닥여 주었다. 미안함, 따뜻함, 순수함.. 다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같은 것들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오늘 우성씨의 퇴근이 늦었던 일은 지난 호두과자 일을 떠올리게 했다. 어머니와 관련이 되어서였을 것이다. 일상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들을 혼자 힘으로 양육하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지, 아버지 또한 어머님께 얼마나 미안해하셨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그저 존경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직장에서 함께 있는 동안 우성씨를 잘 살펴주는 것 밖에..

요즘 읽는 철학책에서 시몬 베유의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가장 강렬하고 너그러운 형태의 관심에는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관심은 사랑이다. 사랑은 관심이다.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이다.'

인간 능력의 한계로, 내 능력 부족으로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 그것은 많은 것들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늘 많은 것을 품으려 한다. 그러함으로 정말 사랑해야 할 것들을 놓치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가족과 호두과자, 자신이 맡은 몇개의 청소구역에 대한 깊은 관심이 우성씨에게서 나오는 순수한 사랑의 근원인 듯하다. 많은 것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배운 하루다. 고마워요 우성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