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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하나가

낙인이라는 버려야 할 것

by 하이브라운

국내외 정세가 어지럽게 흘러간다. 특히 경제와 외교 부분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숨이 턱 막힌다. 신문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게 긴장되는 요즘이다. 갖가지 변수가 난무하는 때에 최일선에서 일하는 정치인들이 애처롭게까지 보인다. 아무쪼록 지혜롭게 대처하여 나라가 혼란스럽거나 어렵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러한 폭탄 같은 소식들 속에서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물렀던 파편 같은 기사가 있었다.

'40대 경비원은 왜 초코파이 먹었다 실직 위기 몰렸나'

한 물류회사 경비원은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1개와 커스터드 1개를 먹고 절도 협의로 기소됐다. 경비원은 평소 회사를 드나드는 외부 기사들로부터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어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소장은 허락 없이 법인 카드나 사비로 사놓은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1심에서 5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고, 경비원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은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신문사도 사건이 얼마나 씁쓸했던지 논설위원의 해당 기사에 대한 칼럼도 따로 실었다.


모든 일에는 전후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경비원과 회사의 사건 이전의 관계나 여러 일들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한 묶은 감정들이 초코파이가 불쏘시개가 되어 나타났을 수 있다. 사건 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해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 합의를 거절한 모습을 보면 더욱 그러할 거라 예상되지만 그건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일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작은 사회 기사 하나에 왜 계속 시선이 머무는지 곱씹던 내게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따로 있었다.


주홍글씨
낙인

경비원은 절도 전과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5만원의 벌금형으로 소송비만 1000만원이 넘어가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것에 지난 잘못에서 다시 태어나고자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보여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으랴.

자신은 마음속 어딘가에 무거운 추 몇 개를 넣고 다니며 순간순간 위축되어 타인의 시선을 살피고, 타인을 볼 때면 챙기지도 않았던 색안경을 어느새 쓰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이 아닌, 바로 나다.

다시금 이것들로 인한 비뚤어진 생각이나 판단이 있었는지 반성한다.


직장의 여러 교실과 교무실 등 각 공간마다 냉장고가 비치되어 담당자들이 넣어놓은 간식들이 많다. 대부분 학생들 강화물로 사용되는 간식들이다. 선생님들 책상 위에는 당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간식 또한 참 많다. 난 가끔 교무실 공용 테이블 위에 파이나 빵, 과자 등을 사서 말없이 올려놓는다. 편하게 드시라고. 가끔은 누군가가 올려놓는 경우도 많다. 자유로운 직장 분위기라 편하게 먹고 나누는 데, 이제부터 출처를 모르는 간식은 꼭 허락받고 먹어야겠다.


*제목 사진 출처: chat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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