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끔은 걸을 생각이다
오늘은 두서없는 글이 될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을 다듬는 것보다 느낌 그대로의 글도 가끔은 솔직한 맛을 낼 테니까.
작년부터 러닝의 맛을 알게 되어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고, 몸의 변화는 곧 기분의 변화로 이어진다. 좋은 기분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적은 투자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러닝은 합리적인 현대 사회에서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며칠 전, 내가 뛰었던 코스를 산책하기로 마음먹었다.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최근에 읽었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나왔던 장 자크 루소의 걷기를 따라 하고 싶어졌다.
루소는 "혼자서 두 발로 걸을 때만큼...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존재하고, 이렇게 살아 있고, 이렇게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다"라며 걷기가 자신을 살렸다고 했다. 걷기를 통해 많은 영감과 통찰을 얻었다.
니체는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전부 걷기에서 나온다. 철학보다 몸에 더 많은 지혜가 있다."며 걷기를 예찬했다.
러닝으로 30분이 걸리던 5km의 코스를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었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싸고, 귀뚜라미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다양한 복장으로 걷고, 뛰는 사람들 속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가와 산책 나온 가족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정겹다.
밤의 경치는 바쁜 일상의 셔터를 내릴 때의 아쉬움과 내일의 기대가 뒤섞여 마치 주변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하고 아름답다.
지난주 신문에 '렛뎀 이론'이라는 책의 소개가 실렸는데, 작가는 "Let them, Let me"라고 짧게 간추렸다. 너희는 너희 갈 길을 가렴, 난 내 길을 갈게. 난 여기에 'In love'를 넣어 카톡 프로필을 만들었다. 타인의 시선에 관계없이 내 소신에 따라 살아가는 삶. 자칫 무관심과 이기심이 서서히 나를 지배할 수 있기에 사랑을 넣고 싶었다. 책 또한 주문하여 읽고 있다.
컴퓨터 기본 폴더 중에 가장 익숙한 이름이 '내 컴퓨터'다. 여기에 들어가면 컴퓨터에 관련된 모든 사양을 확인할 수 있고, 현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게임을 하지 않지만 최신 게임이 발매되면 지금의 컴퓨터로 실행할 수 없을 만큼 사양이 높을 수 있고, 그래픽을 타협하여 게임을 실행한다고 한다.(게임 회사에서 예상했던 최적의 상태가 아닌 해상도를 낮춰서 저사양 컴퓨터에서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최신의 높은 사양을 유지하는 컴퓨터라면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쾌적하게 실행하며, 심지어는 2~3개의 프로그램도 함께 실행할 수 있다.
엉뚱하게 컴퓨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 산책을 통해 최근 여러 관계에서 오는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해답이 컴퓨터로 비유하여 생각이 났다는 것이다. 이것이 산책의 매력인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발매되는 게임이나 프로그램은 관계에서 인간 변수처럼 느껴진다. 그것들은 제거할 수 없고, 자연스레 스쳐 지나가거나 내게 짧게 혹은 길게 머문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과도 화목할 수 있고, 때로는 품을 수 있는 사양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 실행하지 못하거나 타협하며 진가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없도록 내 자신의 고사양을 위해 노력할 것. 예전의 영광을 빨리 지워버리고 늘 업그레이드를 염두할 것.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
정답은 늘 그렇지만 "나"다. 변수인 상대에 집중하던 에너지를 상수인 내게 옮기는 과정이 너무도 필요함을 깨닫는다.
뛰었다면 빨리 도착은 했겠지만 뭐가 남았을까?
걸으면서 봤던 것들. 들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
참 많고, 소중한 것들임이 느껴진다. 이제는 자주 산책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