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잘 가! 12월 어서 와!
증권시장에서 쓰이는 일종의 격언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감을 표현한 말이다. 주식 투자를 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나를 적절히 나타내는 표현 같다.
주말이 지나면 11월이 끝난다. 폭풍 같은 11월을 보냈다. 살면서 이렇게 바쁘고 다사다난한 11월이 있었나 싶다. 온전히 직장과 관련된 바쁨이었다. 가정은 여느 때처럼 편안했다. 직장의 바쁨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은 가정에서의 편안함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가화만사성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11월을 보내며 몇 가지 깨달은 것들이 있다.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내가 나를 통해 경험한 바로는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본연의 모습과 본심이 나타난다. 11월의 바쁨을 통해 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대게 사람들이 그렇지만 나 또한 평균의 함정에 늘 빠지곤 한다. 보통과 상식이 나도 모르게 판단의 기준이 되어 있었고, 평균을 벗어난 것들에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 스스로 섬기는 사람이 되고자 했고, 직장에서의 사명이라 생각했던 내게 바쁜 환경은 나의 작은 그릇을 정확히 비춰주었다.
인생은 끊임없는 결핍의 충족, 내면의 상처와 싸워나가는 과정 같다. 사람마다 그 모든 것들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기에, 행동과 생각 또한 같을 수 없다. 연약한 부분이 있으면 단단한 부분이 있고, 결핍이 있으면 넘치는 것들 또한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평균으로 재단하여 결핍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치는 부분이 이로 인하여 묻혀 버리는 현실이 다반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시간을 가지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을 했지만, 삶의 여유가 없으니 그러한 곳에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평균이라는 손쉬운 잣대를 들이대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이렇게 글이라도 쓰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어쩌겠는가? 부족한 만큼 노력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또 한 가지 바쁜 일상에서 보게 된 것은, 골을 향해 내려가는 하향선은 직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소확행이라고 해야 하나? 소소하게 작은 기쁘고, 감사한 것들이 꼭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는 게 능력인 것을 알았다. 그것들이 하향의 시간 동안 위로가 되고, 그 하향에 편히 몸을 실을 수 있게 한다. 누군가를 통해 받은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각자의 상황에서 느끼는 차이는 너무도 다를 것이다.
11월의 마지막 근무일인 오늘,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직장동료에게 귀여운 선물을 받았는데, 마치 하향의 골을 찍고 상향의 산을 향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12월은 그 자체로 설레고 기쁜 달이다. 성탄의 기쁨이 늘 충만하다. 하지만 올해처럼 12월이 기다렸던 적이 있었을까? 다른 해와 같은 12월일지라도 더 낮은 곳에서 시작했으니 기쁨은 더 높지 않을까?
삶의 굴곡을 불평하지 말자.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고 넓게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자 (feat. 평균은 수학에서나 쓰자)
삶의 곳곳, 순간순간에 숨어있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말고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