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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신난다 Aug 13. 2021

<보물 제2호>

보물 1호는 무엇일까?

 

요즘 만들고 있는 치즈 케이크는 아주 간단한데 맛이 좋다. 직접 만든 블루베리 소스를 올려 먹으면 더 맛이 좋아진다. 간단하고 맛이 좋으니 자꾸만 먹고 싶기도 하고 만들고 싶다.

치즈케이크가 만들기 간편한 이유는 키친 에이드라는 기계를 이용하는데, 이 것을 이용하면 힘들게 팔을 휘두르지 않아도 되고 힘차게 돌아가는 기계는 부드러운 치즈 케이크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만들고 또 만들고.... 어제 만들고 오늘 또 만들기 위해 버튼을 눌렀는데 먹통이다.

어젯밤까지 씩씩하게 잘 작동되던 기계가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해도 작동이 되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기계는 나의 '보물 제2호'다. 처음 베이킹을 배울 때 큰 맘먹고 산 것이다.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지금 까지 몇 개의 케이크를 만들었을까? 천 개가 넘을 것 같다.

많이도 만들었다.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보물 2호'가 멈출 거라는 건 상상하지 못했다.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니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모델들이 한껏 멋을 내고 즐비하게 있다.

예쁜 색상들과 새로운 키트들...

'구매하기'버튼만 누르면 새로운 제품은 이 번 주 안에 도착할 수 있다.    


기계가 작동을 하지 않으니 손 거품기를 이용하여 겨우 치즈 케이크를 만들었다.

 새삼 '보물 2호가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븐에서 완성된 케이크를 꺼내고 오븐 장갑을 벗는데 갑자기 오른팔과 어깨가 아파왔다.

케이크를 만들면서 나온 그릇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맛있는 치즈케이크가 식기를 기다렸다. 어깨의 통증은 기다려도 가시지 않았다.


집에 가려고 옷을 입는데 재킷의 소매로 팔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하루 이틀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더 아프다.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팔을 이리저리 꺾더니 옆에 앉아있는 다른 의사들에게 알 수 없는 비밀의 언어로 지시를 내린다. 'MRI'를 찍어야겠다고 한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뭔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 확실하다.

오른팔과 어깨는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아파왔다.

아픈 오른팔에 무거운 것을 잔뜩 올리고 꽁꽁 묶인 채로 좁은 통으로 들어가 일정한 박자의 시끄러운 소리는 어깨를 샅샅이  띁어보는것 같았다.

2주 후에 결과를 보러 오라고 한다.    

나의 몸과 마음은 끝이 없는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예약을 받지 못한 레써피에 왔다.

팔과 어깨가 아프니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고장 나지 않았던 나의 사랑 '보물 제2호'는 초췌하지만 씩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무리 새롭고 좋은 기능이 많아도 보물 2호만큼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주방에서는 복잡한 기능이 필요 없다.    

오래된 주방 기계를 수리하는 곳을 찾아 기특한 '보물 제2호 '를 고칠 수 있는 상황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한 곳을 어렵게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기계를 직접 봐야지 알 수 있다고 보내라고 한다.

나는 '보물 제2호'를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서 커다란 상자와 스티로폼을 구해서 꽁꽁 싸서 포장을 완성했다.

잠시 후 수리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오토바이 아저씨가 왔다.

“이 거 부피가 왜 이렇게 커요?”

“중요한 거라서 그래요. 아저씨! 잘 데리고 가주세요.”

'보물 제2호'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작업 대위의 그 빈자리는 텅텅 비어 있는 넓은 스케이트장 같아 보였다.    

나는 어깨가 점점 더 아파왔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2주 후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

엄청나게 많은 사진들은 내 어깨에 염증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주나 보다.


이 어깨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라고 한다.

어떻게 천천히 생각을 하지?  

  

수리 점으로부터 '보물 제2호'를 고칠 수 있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비용이 조금 비싸다는 문제가 있지만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다. 며칠 후 새로운 부속으로 교체된 '보물 제2호'가 돌아왔다.

무척이나 반가워서 포장지를 왁자지껄 뜯었다.

그 상자 안에는 멋진 위용을 자랑하는 '보물 제2호'가 누워 있었다. "난 찮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외출했다가 돌아왔으니 세수를 시켜 ‘번쩍’ 광을 냈다.

제자리로 돌아온 '보물 제2호'는 가게의 그 어느 것 보다도 멋져 보인다. 다시 완전체인 주방이 되었다.

‘컴백 기념 베이킹을 시작하겠습니다’

치즈케이크는 다른 날 보다 더 보드랍고 따스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한 달 후 다시 병원에 가게 되었다. 팔과 어깨가 아프고 무거웠지만 왠지 좀 나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어깨가 어떤지 물어보셨다.

나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라고 자신 없이 대답했다.

“좋아졌으면 하는 생각이시겠지요~”

......... 의사 선생님 말이 맞지만 얄미웠다.

“선생님, 제가 팔을 움직이면 온몸이 통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러면 상태가 조금 좋아진 거네요. 점점 악화되었다가 좋아지고 있는 거예요. 근육들이 엉켜서 어깨 사이의 근육을 보호하고 있는 겁니다.”

“스트레칭을 할까요?”

“스트레칭을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거예요.... 팔을 쭉 뻗거나 휘두르지 않아야 해요.

그냥 천천히 생각하세요. 두 달 후에 다시 만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 졌다.

   

돌아오는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어깨는 삐뚤어져있다.

내 어깨는 오랜 시간 별 탈 없이 '보물 제2호'와 같이 나를 잘 도와주었다. 지금 이렇게 아픈 건 세월이 흘러 낡았으니 앞으로 잘 돌보면서 일을 하라는 내 몸의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의 것들을 챙기느라 정작 내 몸의 소리, 내 안의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 그러니 다른 소리들도 제대로 들었을 리가 없다. '보물 제2호'도 분명 어떤 징조가 있었을 텐데 알아 채지 못했다.

       

주방으로 돌아와 보니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도구들이 한 두가 지가 아니다. 고마운 마음에 도구들을 새로 세탁한 화이트 리넨으로 하나씩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 주었다.

열심히 닦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고마운 분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내가 레써피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같이 일했던 가족들, 스텝들, 거래처, 손님들, 정말 많은 분들의 덕으로 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아픈 어깨가 고맙고, 얄미운 의사 선생님도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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