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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신난다 Dec 13. 2021

<잊지 말아요.>

나의 노란 바지.

<잊지 말아요.>

얼마 전 집에서 옷 정리를 하다가 노란 바지를 발견했다.

아주 오래전에 큰맘 먹고 산 바지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새 옷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올해는 이 소중한 바지를 입어야겠다

깨끗하게 빨아서 다림질을 잘해서 한껏 멋을 내려고 입는 순간 

‘아이고 지퍼가 고장이 났구나 ‘

걱정할 것이 없다. 수선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안녕하셨어요?

“이 지퍼를 새것으로 바꾸어 주세요. “

옷 수선집의 아주머니는 돋보기를 통해 지퍼의 상태를 이리저리 살핀다.

“이것 지퍼 고치는 할아버지 한테가면 바로 고칠 수 있어요. 그리로 가요.”

“거기가 어디죠?”

“이리로 가다가 저리로 쭉 가면 **은행 문으로 들어가면 지퍼라고 쓰여있어요”

나는 이야기대로 **은행을 찾아갔다. 

**은행 옆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 신기하게도 작은 문이 정말로 있었다.

퍼즐을 맞추면 다른 세상이 열리는 문.

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까?


안으로 몇 발자국 들어 서니

검은색과 진한 청색이 섞인색의 손글씨로  ‘지퍼’라고 써져 있는 박스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 간판이다.

한 발 한 발 그 앞으로 다가갔다.

백발의 노장이 앉아 굽은 등을 숙여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한발 더 다가서니 뼈마디가 대나무의 마디처럼 거칠고 굳건한 손을 발견했다

손끝으로는 핀셑처럼 뾰족하고 날카롭게 지퍼의 끝부분을 떼서 니퍼로 지퍼가 빠지지 않도록 작은 쇠를 꾹 눌렀다.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고쳐진 옷들은 주인에게 푹 안겼다.


오호! 나의 바지도 잠시 후면 다른 옷들처럼 되겠구나 하는 희망으로 바지를 노장에게 건넸다.

순서를 기다리던 내 바지도 노장의  손에서 완벽한 수리를 마친 후 내게로 왔다.

그때 나는 그의 손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고운 얼굴의 할아버지 손은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그 장소가 궁금해서 근처를 돌아보았다,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있는 상점들을 아주 흥미로워 보였다.

그런데 문이 닫혀있는 곳들이 많았다,

지금이 문을 닫을 만한 시간이 아닌데... 왜 이렇게 닫혀있는지 궁금했다.

걷다가 만난 상인에게 질문을 했더니 아주 귀찮은 목소리로 “사람이 안 오니까 문을 닫았지. 그것도 몰라요?”라고 한다.


맞다.

요즘 소비자의 형태는 갑자기 많이 다른 형태로 변했다.

오래된 가게의 주인들은 그 소비자를 만나기가 어렵게 되었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분명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사회가 이런 상황들을 알고, 잘 해결해 갔으면 좋겠다.

무거운 걸음으로 아까 들어왔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마스크를 벗었다.

맑은 하늘과 흰구름, 시원한 공기가 나를 맞이 했다.


신난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이 노란 바지를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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