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하면서 작은 희망은 레써피에서 사용하는 야채들을 직접 키워서 사용하는 것이다. 레써피의 작디작은 마당에서 몇 가지 허브들을 키워 보지만 해가 잘 들지 않아 허브와 야채들이 잘 자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준영의 학교엔 텃밭이 있다. 학교의 뒤편에 있는 공터를 교장선생님과 아버지들이 힘과 뜻을 모아 텃밭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는 식물들을 키우고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것을 식량으로 사용하는 전통이 있다. 학년 초가 되면 텃밭을 사용하고 싶은 아이들은 추첨을 한다. 당첨이 되면 한 학기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준영이에게 기회가 왔다. 덕분에 나도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것을 심을까? 이것도 심어 보고 싶고 저것도 심어 보고 싶고 밭은 작은데 심고 키워 보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다. 고심 끝에 허브 종류를 많이 심기로 했다. 바질. 루꼴라, 고수, 타임, 레디쉬 당근 등은 씨앗을 심고 가지, 딸기, 방울토마토는 작은 묘목을 심었다. 아이의 책상 두 개 정도 크기의 텃밭이 백화점이 되었다.
아침이 되면 텃밭에 가기 위해 아이와 함께 등교를 하게 되었다. 학교 가는 동안 짧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아이는 교실로 들어 가지전 나와 함께 밭으로 달려가 씨앗을 심은 곳을 보고 또 본다. 언제 싹이 나오나 기다리고 있으면 언제 인지도 모르게 새싹이 고개를 '쏙' 내민다. “안녕~”어찌나 귀여운지 저절로 새싹들에게 인사를 하게 된다.
“엄마엄마 이것 봐” 아이도 신기해하고 나도 신기해서 “준영아 준영아 이것 봐." 서로에게 발견한 것을 이야기해주느라 바쁘다.
참 신기한 것은 씨앗을 심은 새싹들은 처음 나올 때는 모두가 비슷비슷해서 무엇이 잡초이고 무엇이 새로 심은 야채의 새싹인지 잘 모른다 그러다가 며칠 이 지나 조금 더 자라면 잡초는 눈에 딱 걸려서 뽑을 수 있고 조금 더 자라면 새싹들은 어떤 식물인지 알게 된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새싹들을 이용할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났다.
아주 작은 텃밭이지만 대 농장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
언젠가 농촌에 갔을 때 농사를 짓는 아낙들의 자부심 가득한 얼굴들을 본일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궁금 해했었다. 저리 힘든 일을 하는데 저런 표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텃밭의 주인이 되어보니 그 표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나의 모습을 보았다면 내가 보았던 아낙의 모습으로 나를 볼 수도 있겠다.
아마도 그 마음속에는 내 손으로 가꾼 음식재료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반갑고 귀한 새순의 여린 잎들과 수박을 곁들이니 맛있는 특별한 샐러드가 되었다.
“준영아 여기 있는 야채들과 수박을 먹으면 맛이 있단다. 준영이가 이름을 지어 줄래?”
준영이는 손뼉을 치면서
“엄마! 수박 박수...”
“어머나 재미있네.... 그래 수박 박수....” 샐러드의 이름은 '수박 박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