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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신난다 Nov 02. 2023

칼국수에 머리를 처박고 먹었다.

아버지 생각

길을 거닐다가 문뜩 가을 냄새를 맡았다.

이런 날은 명동 성당 주변을 서성거리면 그 냄새는 더욱 또렷하다.

그리움의 냄새,

추억의 냄새,

맛있는 냄새.

냄새를 맡으러 간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명동성당뒤에 위치한 학교를 가기 위해서 늘 성당 앞을 지나서 다녔다.  또 한 아버지는 일하시는 곳이 지금 남대문 세무서 근처라서 명동성당과 가까웠다. 우리 삼 남매는 하교 후 아버지가 일하고 계신 곳으로 가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는데 병아리처럼 모여든 우리를 맛있는 식당으로 자주 데리고 가주셨다.

아버지는 식사를 하시면서 먹는 방법을 알려 주시기도 하셨다.

"불고기 국물을 밥 위에 올려서 먹으면 맛있단다. 그 위에 이 김치도 올려 보아라."

한 번은 물냉면을 먹는데 맛이 이상하다고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는 "음식은 이것저것 다 먹을 줄 알아야 기회가 많이 온단다."라고 말씀해 주셨었다. 그 후 동생들과 나에게 물냉면을 먹을 수 있는 많이 기회가 생겼고 우리들의 인생 면이 되었다.

도넛가게, 공갈빵가게, 만두 가게, 돈가스가게, 월병가게,...... 사라진 가게들도 많고 이전한 가게도 있고 없어지거나 새로 세운 높은 빌딩들 안으로 들어가기도 해서 예전의 모습을 찾는 일은 어렵다. 그런데 신기하게 길들은 남아 있어서 걷다보면 예전의 가게 자리를 어렴푸시 찾을 수 있다. 그 앞을 지나면 그때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버지가  많이도 알려 주셨네.

마음이 시려서 눈물이 돋보기가 되어 눈을 크게 뜨려는 바로 그 순간 칼국수 집이 보였다.

덩그러니 한 그릇이 나왔다.

나는 칼국수에 머리를 처박고 먹었다.

밖에는 잘 익은 낙엽들이 사람들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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