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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신난다 Jun 19. 2021

<냉잇국>

멈추어야할 때는아는 것

어릴 적 우리 할머니와 엄마와 작은 엄마들은 이상한 국을 맛있다고 비명을 지르시면서 드셨었다. " 아우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아니 이것을 무슨 맛으로 먹는담.

참 이상하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시댁의 큰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었다. 큰어머니는 뭔가를 뚝딱 한 그릇 담아 주셨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음식인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번뜩 생각이 났다.


아니 그런데 말이야,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서울 토박이라는 자부심이 있으신 분들인데 어찌 첩첩 산 중 산골의 음식을 아시는가?

추리가 시작되었다.

할머니는 인동 장 씨다. 남편도 인동 장 씨. 그러면 어찌 되는 건가? 결혼하면 안 되는데 결혼을 한 거네. 참 이상 하네. 동성동본은 아버지 성에만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네.

어허 참 복잡하네....


그러나 이 이상한 국은 아주 간단하다.

날 콩가루를 냉이에 꾹꾹 눌러 묻혀서 쌀뜨물을 자박하게 붓고 함께 뭉근하게 끓여 국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면 끝. 그 냥 그 본연의 향과 맛을 먹는 음식이다. 나는 냉이를 넣어 끓인 것이 더

약간 쌉살 하면서 우아한 시원한 맛이 난다.

이 음식에서 무엇인가 더 잘하려고 하면 어떨까? 안된다.

우리는 자연의 맛을 깜빡 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맛을 살리고 그 맛이 더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더 할 수 있는데 멈출 수 있는 것.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것 이것을 실행하는 것!!!,,,... 이것을 아주 잘하고 싶다.    

냉잇국에 오룡차 잎을 튀겨서 멋지게 올려보았다.ㅋㅋㅋ하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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