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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두란 Jul 31. 2024

태교보다 중요한 것을 빠뜨렸습니다

임신에서부터 출생 전_ 두 번째 이야기



임신에서부터 출생 전 :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우리는 이전의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시기의 부모는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많은 준비를 합니다. 배냇저고리를 사고, 기저귀와 젖병, 놀잇감 등을 준비하면서 좋은 부모로서의 역할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육아로 인해 앞으로 달라질 부부 관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부부가 어떻게 친밀함을 유지할 것인지, 부부의 시간 또는 아이의 육아를 위해 누가 부부를 대신하여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살피고 챙겨야 합니다.'





▮ “너의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대로 될 거야.”

▮ “넌 언제나 너를 위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우리는 출산 준비를 하며 출산 후 우리를 돌봐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계획한 시나리오는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한 다음, 나와 아기는 시골에 있는 친정으로 가서 몸조리와 신생아기를 편안하게 보내고 남편은 6개월간 해외 연수를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생후 6개월까지는 아기가 너무 어려서 아빠도 모를 것이며, 아이가 좀 더 크면 남편의 존재가 저와 아이 모두에게 더욱 중요하고 필요해질 테니 아이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남편도 자신을 위한 경력개발 차원에서 해외연수를 받고 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출산 준비와 연수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은 출산과 함께 무산되었습니다. 아이는 정말 부모를 성장시키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스승이 맞나 봅니다. 첫 만남부터 우리 계획의 오점을 바로 잡아주며 아이는 세상에 나왔습니다. 아이를 출산하고 30시간이 지났을 즈음 신생아실에서 호출이 왔고, 아이가 아직 태변을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직장-항문의 선천성 기형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당장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대학병원으로 전원 하여 장루를 만드는 응급 수술을 받고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우선 이 병은 생명을 잃는 병은 아니니 걱정 말고 앞으로의 과정을 잘 밟으면 된다고 격려와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두 번의 수술을 더 해야 한다 하였습니다. 남편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해외 연수를 취소하는 한편 1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 셋은 1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한 몸처럼 함께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빠와 멀리 떨어져 보냈을 6개월을 아이가 아빠를 자기 곁에 붙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엄마 혼자 육아하는 게 아니라며 남편을 꼭 붙여주었습니다.

      

  거듭되는 아이의 수술과 회복을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해야 했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예뻤습니다. 아이가 아프게 태어났다는 것은 티끌만큼 작게 느껴졌습니다. 각자의 일과 삶을 정말 열심히 살아왔던 우리 부부를 처음으로 멈춰 세운 존재가 바로 아이였습니다. 어찌 보면 부모 됨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시나리오를 폐기처분한 것은 아이였습니다. 출산과 함께 우리가 배운 것은 아이의 삶은 아이가 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아이의 기형을 임신 기간 중에 몰랐던 것이 어쩌면 산모와 태아의 정신건강에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몰랐기 때문에 그 시간이 평화롭고 평온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아이의 건강과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유아교육에 대해 열정이 가득했던 내가, 만약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났다면 아주 큰 기대와 욕심을 가지고 아이를 가르치려 들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가 선택한 대로 되어갔으며, 아이는 자신을 위한 최선을 결정을 내려갔습니다.


  '태아가 무슨 힘이 있어서 그런 것을 결정해?'라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태아가 선택과 결정을 했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은 부모가 전적으로 선택하고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완벽한 부모가 되고자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완벽한 부모란 육아가 완벽할 수 없음을 이해하는 부모가 아닐까요?


  아이의 행복을 책임지지 못할까 봐, 경제적 풍요를 누리게 해 줄 수 없을까 봐, 따뜻한 사랑을 주지 못할까 봐, 똑똑하고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지 못할까 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꺼리게 하는 이유들은 사실 이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반면 저희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깨닫게 된 이점은 분명하게 이 한 가지입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부모가 자신의 결핍을 메꾸고 성장하는 것! 이 점이 저희 부부가 얻은 이점입니다.


엄마와 아빠 모두를 1년간 꼬옥 곁에 두고자 했던 우리 아가-





                                                                                                          

■ 부모의 재성장을 위한 조언      


  우리 부부가 지난 5년의 육아기를 되돌아보며 가장 큰 아쉬움이 남았던 단계가 태아기였습니다. 아이를 낳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워보고자 하는 마음에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부부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과 부부의 원래 역할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육아로 인한 에너지 소모에 대비하여 어떻게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볼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전무했습니다.


신혼여행 앨범과 임신 중 여행 때 찍은 사진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이 말을 모르는 것처럼 육아를 합니다. SNS나 웹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육아의 고충을 들여다보면, 상당수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의 경우 부모의 희생 어린 돌봄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 믿는 듯 보입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출산 준비 목록에 반드시 '출산 이후 달라질 부부의 삶에 대한 전략 세우기!' 정도는 넣어두어야 하겠습니다. 저 또한 ‘지금 우리에게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 자신과 남편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습니다. 내 힘의 절반은 일을 하는데 썼고, 남은 절반은 아이를 키우는데 썼습니다. 나 자신도, 남편도 나의 보살핌을 받는데서는 완벽하게 제외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던 그 시기에 우리가 이 점을 명심하고 충분히 각인했더라면 육아에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자신과 배우자에게 생채기를 내는 일은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아직 기회가 있는 부부에게 마음을 담아 조언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역할과 부부의 역할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은 나 자신과 배우자, 그리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과업이라는 것과, 부부 각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충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육아용품 구매 리스트를 점검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부모가 되고도 ‘아이가 태어나니 아내가(남편이) 돌변했어요!’, '아이 때문에 내 자리는 모조리 빼앗겼어요!'라는 평가는 서로 하지 않는 변함없는 부부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1]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교류분석 이론은 인간 발달단계를 총 아홉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1]에서는 그중 인생초기 다섯 단계인 0단계~4단계를 다룹니다. 이 브런치북은 교류분석을 공부하는 어린이집 원장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것을 발달단계와 긍정적 지지어를 기준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긍정적 지지어란 발달 단계에 수행해야 할 발달 과업을 지원하는 메시지를 뜻합니다.


  다음 주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0단계 - 태내기 (되어가기) 2~3화
1단계 - 출생~6개월 (존재하기) 4화
2단계 - 6~18개월 (행동하기) 5화
3단계 - 18~36개월 (생각하기) 6~8화
4단계 - 3~6세 (정체성과 힘) 9~10화
5단계 - 6~12세 (구조화)
6단계 - 12~19세 (정체성과 성 정체성, 분리)
7단계 - 성인기 (상호의존)
8단계 - 노년기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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