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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두란 Aug 31. 2024

네 힘을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어-

36개월에서 6세_ 두 번째 이야기


36개월에서 6세 : 나만의 능력을 가진 진정한 나 자신이 되어 가도 괜찮을까?



  '이 시기의 유아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능력과 힘의 한계를 확인해 나갑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부심이 경험을 통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구분되기 시작하고,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아이의 도전을 평가하지 말고 지지해 주세요. 자신의 능력을 부모의 말이 아닌 아이의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너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배울 수 있어."


  저희 아이가 세돌 반 즈음 축구 교실에 다니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체격도 작고 아직 어려서 40분가량의 수업을 잘 뛰어 낼 수 있을지 우리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요청을 몇 차례 넘겨 들었지만 계속하여 축구 수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자 남편은 축구 교실에 문의를 하였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축구 수업이 5살 유아부터 이루어지고 있지만 테스트를 해보고 결정하자고 하셨습니다. 아이는 유아반 형, 누나들과 40분을 야무지게 뛰어냈고 아이가 어리지만 의지가 있고 지시 따르기가 잘 되어서 수업이 가능하겠다는 감독님의 칭찬도 받았습니다. 우리는 입단을 허가받은 아이를 축하하며 축구 교실을 바로 등록할지 물었고 아이는 "목이 너무 마르고 숨이 너무 차서 그냥 형아가 되면 와야겠어."라고 딱 잘라 등록을 거절했습니다. 직접 경험을 해보니 자신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유튜브에서 본 비룡열차를 너무 타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보는 영상에 나온 롤러코스터는 아직 아이가 타기 어려운 수준의 놀이기구였습니다. 키가 100cm 밖에 되지 않아 실제로 탑승이 불가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경험을 통해 배우게 해 보기로 했습니다. 놀이공원에 입장료를 지불하고(너무 아까웠던 입장료..) 보호자가 함께 탈 수 있는 어린이용 롤러코스터에 함께 탑승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빨리 타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앞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를  우리는 수차례 붙잡아 와야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차례대로 롤러코스터에 앉았고, 비룡열차는 이름답게 쌩-하고 날아올랐습니다. 아이는 그제야 사색이 되어 무섭다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악!!!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그날 이후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말은 쏙 들어갔습니다. 그 후로 2년이 지난 요즘, 이제는 형아가 되었으니 비룡열차를 다시 탈 수 있을 것 같다며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다시 말하는 아이입니다.


  이러한 특별한 경험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아이는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확인할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경험할 수도 있고, 논리적인 결과를 경험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기관이 아닌 가정이라는 환경 특성과 추론적 사고가 아직은 미숙한 아이의 발달 특성을 감안하여 아이에게 논리적 결과보다 자연적인 결과를 더 자주 경험하게 허가해 주었습니다.


▯ 자연스러운 결과 : 부모는 긍정적 행동 또는 부정적 행동으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자녀가 경험하도록 내버려 두기도 한다. 많은 경우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자연스럽게 결과를 경험함으로써 수정되며, 그 경험은 아동이나 어른 모두에게 최고의 학습 경험이 된다.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를 경험하게 되면, 자녀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점검하는 정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만약 부모가 이 불편함을 제거해 준다면 자녀는 아무 결과도 경험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결과를 경험하는 것이 항상 안전하거나 적절하지만은 않다. 책임감 있는 부모라면 차에 치이는 경험을 하라고 도로로 달려 나가는 자녀를 막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 논리적 결과 : 논리적인 결과는 때로 자연스러운 결과가 위험하거나,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자연스러운 결과가 큰 불편을 안겨 주게 될 때 생각해 보게 된다. 논리적인 결과는 합리적이어야 하고, 규칙 위반과 관계가 있어야 하며, 관련된 모든 사항을 존중하고, 미리 공지되어야 한다.

부모와 자녀의 성장을 위한 비밀열쇠 p.104-106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면, 무더운 여름에 부츠를 신고 나가겠다는 아이를 말리지 않고 뒀을 때 아이가 발에 땀이 나고 활동이 불편함을 직접 느끼게 해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의 경험이고, 장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진흙에서 놀이하겠다는 아이에게 더러워진 운동화는 직접 세탁해야 한다는 규칙을 안내한 후 운동화의 착용을 허가하는 것은 '논리적인 결과'의 대입입니다. '자연스러운 결과'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지원을 위한 부모의 관찰이 필요하고, '논리적인 결과'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사전에 논리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고지하는 계약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명의 교사가 여러 아이들의 욕구나 성장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허락하고 자연스럽게 결과를 확인하도록 기회를 주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기관에서보다 여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기획한 과제들이 터무니없게 느껴지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고 알아가고자 하는 아이의 성장의 욕구를 지지해 주세요. 아이는 자연적인 경험을 허가받는 가정에서의 경험들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지 배울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서의 배움과 기관에서의 배움은 일치해야 하거나 혹은 어느 한쪽이  우열해야 하는 것이 아닌, 모여서 하나가 되는 과정입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


  저희 아이는 몬스터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게임을 즐겨합니다. 게임 속에는 여러 악기가 나오는데 아이는 특히 드럼을 연주하는 몬스터들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에도 드럼 소리를 따로 듣는 것 같았고, 입으로 드럼 소리를 따라 흉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럼을 사달라고 하였고, 우리는 가격과 부피가 적당한 폴더블 전자 드럼을 구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드럼이 아니라 그런지 금세 흥미를 잃었습니다. 남편은 집 근처 실용음악학원을 알아보았고, 다니던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드럼을 배우러 실용음악학원에 등록을 하였습니다. 드럼 선생님께서는 7살까지는 가르쳐 본 적이 있는데 6살 꼬마는 처음 가르쳐 본다며 흥미로워하셨습니다. 아이는 곧잘 수업을 따라 했고 미술학원에 다닐 때에는 커서 화가가 되겠다던 꼬마가 이제는 커서 드러머가 되겠다고 말합니다.


  꿈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했습니다. 아이는 시간이 나면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들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글자를 전혀 모르지만 태블릿 PC를 조작하여 캐릭터 그림을 불러오고 그것을 보며 진지하게 따라 그립니다. 저희는 아이가 무엇이 되었으면 한다는 기대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이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재미난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는 같은 반 6살 친구와 몇몇의 5살 동생들은 이미 글자를 읽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엄마, 엄마가 글자를 안 가르쳐줘서 내가 글자를 모르는 바보 어른이 될까 봐 걱정이야."라고 엄마 탓을 합니다. 저는 아이에게 엄마 생각에는 네가 7살이 되면 글자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 같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잘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고도 말해 주었습니다. 너는 그림을 잘 그리고 음악을 잘 듣는 능력이 있는 대신 그 친구들은 글자를 익히고 글을 읽는 멋진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종종 의욕이 넘치는 날이면 '기차 ㄱㄴㄷ'이나 '개구쟁이 ㄱㄴㄷ' 같은 그림책을 가지고 와서는 글자 공부를 하자고 조릅니다. 조금 익혀보다가 놀이를 하러 달아나기 바쁘지만,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일'이라며 자신을 열심히 일하는 꼬마라며 자부심을 느끼는 우리 아이를 저는 그 모습 그대로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I'm OK, You're OK!


  많은 육아 전문가들이 아이에게 칭찬을 해 줄 때에는 '구체적'으로 해주라고 조언합니다.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적절한 '꼬리표'를 달아주세요. "너는 박자를 참 잘 맞추는구나, 드럼 소리가 정말 듣기 좋아!", "너는 색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스케치는 정말 훌륭하게 해내는구나!"와 같이 구체적인 말로 아이에게 꼬리표를 보이는 대로 달아주다 보면 아이는 "나는 최고야."라는 단 한 장의 꼬리표가 아닌, 무지개 빛의 셀 수 없는 꼬리표를 주렁주렁 달고 자신 있게 서 있는 아이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에게 얼마나 예쁜 꼬리표를 달아주고 있나요? 혹시 나쁜 꼬리표만 달아주고 계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자신이 잘하고 싶은 것을 해내며 구체적인 칭찬을 받은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좋아 더욱 열심히 재능을 갈고닦는데 힘을 쓸 것입니다. 지금 관심을 보이는 것이 평생의 직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기대도 염려도 내려놓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잘 해내볼 수 있도록 판단 없이 지원하고 응원해 주세요. 아이는 무엇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감이라는 짜릿한 경험을 해보게 될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와줄게."


  이 시기에도 여전히 "네가 할 거야!"는 진행형입니다만, 이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도움을 받아야 해낼 수 있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에는 엄마와 함께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예전 같으면 애호박 하나를 통째로 잡고 자기가 썰어보겠다고 떼를 썼다면 이제는 "엄마가 작게 잘라주면 그다음에 더 작게 자르는 건 내가 할게."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에는 스케치만 자기가 하고 색칠은 엄마한테 부탁하는 것도 저는 흔쾌히 받아줍니다. 아이가 삐뚤빼뚤 글자를 써내면 가위로 쓱쓱 오려 자랑스럽게 벽에 붙여주기도 합니다. 곁에서 도와주고 함께하는 것은 아이에게 더 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힘을 줍니다. 아이가 요청할 때 언제든 손을 뻗어 잡아 줄 수 있는 위치에서 아이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세요. 아이는 부모를 믿고 자신의 능력 이상을 향해 꿈꾸고 날아갈 것입니다. 이 나이의 아이를 돕는 것은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 아닌 자율성을 돕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요청이 있을 때, 언제든지 흔쾌히 도움을 주세요.



  남편은 언제나 아이가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저의 경우 귀찮기도 하고 그저 아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잘하지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훈련시키는 것을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항상 자신의 관심과 아이의 관심이 함께 모일 수 있는 흥밋거리를 찾고 스스로가 아이의 비계가 되어 아이가 기능이나 기술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도움을 받아해 낼 수 있는 수준의 레고를 사서 함께 만들고, 오락실에 데리고 가 무릎에 아이를 앉혀놓고 자동차 게임을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실용음악 학원을 함께 등록하여 아이는 드럼을 배우고 남편은 베이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악기를 배우고 집으로 돌아오면 둘은 함께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 PC를 이용해 작곡을 하는 게임을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으로 학원에서 배운 가요의 악보를 찾아 게임 화면에 음표를 터치해 넣으며 드럼 소리와 베이스 기타 소리를 입력합니다. 완성된 음악을 들으며 둠칫둠칫 몸을 흔드는 부자의 모습은 사이좋은 또래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지원은 물고기를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어 어항을 들인 것이었습니다. 저는 동물이나 식물을 성실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편인데, 남편은 생명을 돌보는 데 있어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 우리가 물고기를 키우기로 결정한다면 어항을 관리하는 일은 응당 남편의 일이 되어야 했습니다. 아이는 세돌이 지나고부터 물고기를 키우고 싶다며 끊임없이 요청을 해왔고 남편은 반년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2022년 가을, 물고기를 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고기 밥을 주고, 매달 어항을 청소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도 물고기 밥을 주고, 달팽이를 잡아내며, 물고기를 돌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종 아이는 "오늘은 내가 물고기 밥 줬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그것은 매일 어항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남편의 도움이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주변에서는 "이제 다 키웠네!" 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한참 성장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부모지만 형님 같고 오빠 같고 누나 같고 언니같이! 아이의 발달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위치에서 함께 경험하고 즐겨보세요. 아이는 부모라는 디딤돌을 딛고 더 높이 자라날 것입니다.   





 “너의 힘을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 봐."


  이 시기에는 자신도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싶어 합니다. 평일에는 일을 하다 보니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저녁에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주말에는 시간이 넉넉하니 청소나 어항 관리 등의 집안일을 아이에게 내어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노력에 대해 격려받고 칭찬받은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거듭 도전하고 성취하고자 합니다. 집안일을 함께 하고, 동식물을 돌보고,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면서 아이는 자기 효능감을 채워갑니다. 아이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칭찬받을 기회를 제공받고 자라는지 한 번 점검해 보세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저희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존재 자체의 인정과 노력에 대한 인정 이 두 가지입니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은 "네가 우리 아이라서 엄마, 아빠는 너무 좋아.", "네가 있어서 행복해.", 포옹하기, 쓰다듬어주기, 미소 지어주기 등이 있습니다. 반면 노력에 대한 인정은 "걸레질도 꼼꼼하게 잘 하는네.", "장난감을 정리해 놓았구나. 덕분에 집이 깨끗해서 엄마가 기분이 좋아.", 노력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칭찬하기, 성공에 대해 하이파이브하기 등이 있습니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을 받은 아이는 부모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노력에 대한 인정을 받은 아이는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 아이는 능력도 있으며 사람들로부터 초대받는 아이가 됩니다. 능력이 뛰어나도 관계가 좋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없고,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능력이 부족하면 기용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과 노력에 대한 인정은 균형 있게 주어야 합니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너는 최고야."라는 말로 퉁치는 칭찬은 아이를 오히려 얼어붙게 만듭니다. 그 칭찬이 달콤해서 또 듣고 싶지만, "너는 최고야."라는 말에서는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노력을 해야 또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하고 아이가 궁리를 해보지만 일관되지 않거나 그때그때 다른 반응은 아이로 하여금 어떠한 노력에 집중하면 좋을지 알아차리게 해주지 않습니다. 또는 칭찬을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려 쉬운 과제에만 도전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을 줘보세요. 꼭 안아주고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 그리고 힘들지만 매일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칭찬해 주세요. 가방 정리하기, 이 닦기, 사용한 그릇 싱크대에 넣기, 이불 정리하기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볼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그에 대해 반드시 칭찬해 주세요. 이 정도의 노력이면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일상생활에서도 자녀에게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과 노력에 대한 인정을 균형 있게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존감은 보호를 통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인정을 통해 키워주는 것입니다.






■ 부모의 재성장을 돕는 조언


  유아 교육이 재미있었고 교사 다음으로 원장이 되는 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청사진은 늘 있었으나, 어떠한 원장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이 원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교사가 아닌 관리자로 첫걸음을 떼고 일이 재미없게 느껴졌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려니까 모든 것이 힘에 부쳤습니다. 그 무렵 친구가 '잡크래프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잡 크래프팅(Job Crafting) : 주어진 업무를 스스로 변화시켜 의미 있는 일로 만드는 일련의 활동들. 하향적 방식으로 관리자가 주도적으로 직무 내용의 변화를 주는 직무설계와 달리, 잡 크래프팅은 상향적 방식으로 업무 담당자 스스로가 직무 내용에 능동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즉, 업무 수행자가 공식적으로 규정된 업무역할만을 수행하기보다 자발적으로 업무에 대한 물리적, 인지적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잡 크래프팅은 개인과 직무 간의 적합도를 높여 업무동기와 만족도, 자긍심을 향상할 뿐 아니라 조직성과 향상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출처:두산백과-   


  일이 힘들었지만 계약 기간 5년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빼기가 아닌 더하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떠한 직무 개발이 나를 춤추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춤출 힘이 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은 '부모 교육'과 '부모 상담'이었기 때문에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부모교육 워크숍을 열어 직접 강의를 했고 매주 화요일에는 예약을 받아 상담소를 운영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안 그래도 힘들다면서 일을 더 벌린다며 혀를 차는 분도 계셨지만, 일단 한 번 덤벼보았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부모교육 워크숍은 인근 원장님들의 참관과 협력 어린이집 부모님들의 참여로 확대되었고, 부모 상담은 졸업생 학부모님의 신청까지 이끌어내며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칭찬과 감사의 인사를 과분하게 받을 수 있었고, 원장이라는 직권 덕분에 이 모든 것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명심할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 잘 해내고 싶은 일을 찾으세요. 좋아하는 놀이에 빠지면 잠도 안 자고 반복하고자 하는 이 시기의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일과 잘 해내고 싶은 일에 매진하면서 효능감을 느껴보세요. 부모 역할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역할이 지치고 힘이 든다면 이 또한 새롭게 잡크래프팅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부모가 되고 싶나요? 부모 역할에도 취향을 듬뿍 입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의 이야기를 잘 기록하는 것을 저만의 부모 역할로 삼고 있습니다.


  어제는 날씨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를 보며 속이 상해서 "이렇게 더웠으면 엄마한테 말을 하지 그랬어? 엄마가 먼저 살펴보지 못한 잘못이네."라고 말했더니 아이가 "엄마, 이거는 아무도 잘못이 아니야. 엄마 잘못이 아니지. 그냥 갈아입으면 돼."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교류분석 상담공부를 수년간 해왔다는 저도 속상한 일을 마주하면 자기부정-타인부정의 늪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자기긍정-타인긍정의 태도로 키워놓았더니, 이제 제가 부정의 늪에 빠져도 아이가 얼른 건져내주네요. 이러한 일상의 대화를 기록하는 것이 저에게는 부모 역할에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입니다. '강이의 마주이야기'라는 브런치북에는 아이와 마주 앉아 나눈 기억하고 싶은 대화들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짧은 글로 기록을 했지만 아이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도 육아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 만의 역할을 크래프팅 해보세요. 직장에서, 가정에서, 동호회에서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표현해 보세요. 내가 누구인지, 타인은 어떤 사람인지, 내 능력과 재능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1]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교류분석 이론은 인간 발달단계를 총 아홉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1]에서는 그중 인생초기 다섯 단계인 0단계~4단계를 다룹니다. 이 브런치북은 교류분석을 공부하는 어린이집 원장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것을 발달단계와 긍정적 지지어를 기준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긍정적 지지어란 발달 단계에 수행해야 할 발달 과업을 지원하는 메시지를 뜻합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0단계 - 태내기 (되어가기) 2~3화
1단계 - 출생~6개월 (존재하기) 4화
2단계 - 6~18개월 (행동하기) 5화
3단계 - 18~36개월 (생각하기) 6~8화
4단계 - 3~6세 (정체성과 힘) 9~10화
5단계 - 6~12세 (구조화)
6단계 - 12~19세 (정체성과 성 정체성, 분리)
7단계 - 성인기 (상호의존)
8단계 - 노년기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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