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무리 꾸준히 일해도, 집값은 더 꾸준히 오르더라고요.
착하고 성실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정수남 (이정현)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수남이는 내내 타고난 손재주와 생활력으로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당시 총 제작비 3억 원 정도의 저예산 독립 영화이며, 손익 분기점도 넘기지 못한 흥행 실패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로 이정현은 36회 청룡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흥행 성적 1000만을 넘은 영화가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배우의 연기력, 그리고 몰입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커서 보고 나면 한동안 정신적으로 힘듭니다.
감독: 안국진
수남: 이정현
규정(남편): 이해영
경숙: 서영화
규철: 동방우(=명계남)
형석: 이준혁
계장: 이대연
박형사: 지대한
조형사: 배제기
희정: 박은영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수남이는 상고에 진학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며 취업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담임은 그녀의 진로보다는 수남의 큰 가슴에만 관심이 있었고, 막상 열심히 준비한 자격증은 컴퓨터 사회에 따라가지 못해 쓸모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수남은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영세 공장에 취업합니다. 그곳에서 청각 장애인인 지금의 남편 규정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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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은 집부터 장만하고 싶어 했지만 수남이는 그보다 남편의 인공와우 수술부터 받게 했습니다. 그렇게 신혼 얼마간은 알콩달콩 사는 것 같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정이 프레스 기계에 손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손가락을 챙기지 못한 수남 때문에 수지 접합에 실패했다고 생각한 그는 상심합니다. 화가 나 인공와우까지 부숴 버리고 우울증에 걸려 집에서만 생활합니다. 사실 요즘이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테지만 청각 장애 + 절단 장애인의 생존조차 어려운 시절입니다. 본인이 제일 힘들겠죠. 그렇다고 해도 규정은 남편이고 가장인데 모든 의욕을 잃고 집에서 아무런 생산 활동도 없이 생활합니다.
수남은 남편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규정을 위해 집을 사기로 결심합니다. 각종 알바로 쉴 틈 없이 9년동안 닥치는 대로 홀로 일을 했지만, 그녀가 노력하는 만큼 집값도 올랐습니다. 하는 수 없이 은행에 대출을 받아 작고 허름한 집을 마련했습니다.
무슨 돈으로 집을 샀어?
집안 경제에 관심도 없나 봅니다. 뭔 돈으로 집을 샀냐며 묻고 나서야 규정은 수남의 부르튼 손을 보고 미안함에 눈물을 흘립니다.
그와중에 수남은 남편이 아직 자기를 사랑하고 있나보다고 안도합니다.
아,, 어쨌든 이제 남편이 정신 차리고 나가서 뭐라도 해서 앞으로는 사랑하는 배우자 혼자 생활비 부담 지지 않게 도와줄 생각을 할 줄 알았는데
죄책감 때문인지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으나 영영 식물 인간이 되었습니다.
담당의는 가망이 없다며 수남에게 존엄사를 권유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대출 이자에 막대한 병원비까지 더해져 갚아야 할 돈은 늘어만 갑니다. 그나마 가진 집을 전세로 내놓고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쉬지 않고 일합니다.
밤낮으로 일을 했음에도 대출 이자와 병원비를 감당할 수는 없었습니다. 상황은 점점 어려워만 집니다. 결국 그녀는 집을 내놓을 생각으로 부동산에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 수남의 다 날아가는 그 집이 재개발이 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문제는 재개발 구역에 해당되지 않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 시위가 재개발 사업 진행을 아예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수남은 불안한 마음에 재개발 사업 동의 서명을 받으러 다닙니다.
도철, 경숙
경숙, 도철, 그리고 형석은 시위 참여자 주요 인물입니다. 서명을 받으러 다니다가 시위자의 집인 것을 모르고 도철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도철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얻어맞았습니다. 또한 애써 서명받은 서류도 찢겨 내쫒겼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엉엉 울던 수남은 도철의 집에 분풀이로 불붙은 종이를 던졌는데, 이게 가스 폭발 사고를 일으켜 도철이 죽어버렸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살인자가 되었고, 뚜렷한 증거는 없어 형사에게 시달림만 받던 와중에 형석에게 납치됩니다.
형석, 경숙
형석은 수남이 재개발 서명을 받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분노 조절 장애가 있던 형석은 수남을 묶어 놓고 다리미로 고문합니다. 풀어 달라며 애원했지만 형석은 오히려 그녀를 도철의 살인 혐의로 경찰에 넘겨 버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식물인간인 남편을 두고 감옥에 갈 수 없다고 판단한 수남은 먹고 있던 빵에 들어 있던 따조를 날려 형석의 눈에 명중시키고 몸싸움을 벌여 그를 죽여 버립니다.
거구의 남자를 살해 후 기진맥진한 몸으로 고시원에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형사들이 찾아왔습니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남의 희망인 재개발 사업도 엎어 버리겠다며 압박합니다. 그 말에 수남은 이성을 놓고 또 한번의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시위 주동자인 경숙의 일터로 찾아 갑니다. 경숙을 묶어 맹독인 복어 독을 강제로 먹였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던 그녀에게는 쉬운 일이었습니다. 이로서 모든 방해물을 제거했습니다.
수남은 바라고 바라던 재개발 사업 보상비를 받아 남편의 밀린 병원비를 납부합니다.
스쿠터 옆 자리에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인 남편을 태우고 바다로 떠나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납니다.
마지막 장면으로 수남은 경찰에게 붙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피엔딩이다라고 결론 내리자면 또 지금까지 수남이 지은 죄가 너무 큽니다. 연쇄살인 와중에 심지어 경찰도 죽여가지고...
보상금을 받았다고 해도 수배자가 그 돈으로 또 다른 집을 사서 떵떵거리고 살 수도 없습니다. 남편이 다시 깨어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평생 돌봐야 하는데 감옥이라도 가면 남편은 즉시 죽겠죠.
영화 내내 수남은 남편 규정과 바다로 떠나고 싶어했으나 한 번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일이 이지경이 됐는데 웃으면서 뇌빼고 바다로 향하는 장면이 겉으로는 희망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저는 자살을 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봉 2015.08.13.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드라마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90분
전문은 제 게시물에 포스팅한 저의 글입니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할 기회를 주셔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