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병 (病)
연말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쳐진다. 올해는 더 하다.
인간은 왜 영원하지 않은 것을 사랑하게 설계되었을까.
자기랑 같은 속도로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동물에게 애정을 쏟으며 인생을 낭비할까.
자다가도 눈이 떠져서 울음이 터질 때가 있다. 연말이니까. 내년엔 포도가 한 살 더 먹겠지, 아무 사건도 없이
단지 그것뿐인데 그게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이다.
나는 나약하고 의지 박약하고 비겁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자살에도 실패해서 내 발로 집에 걸어 들어왔지.
난 어차피 망했어. 그러니까 그냥 올해까지만, 처음부터 망캐가 아니었던 것처럼 다 잊고 막살고 죽어버려야지 했는데 뇌 빼고 너무 즐겁게 살아버렸네.
어차피 막 울어도 된다.
선물은 내가 직접 살 거고 크리스마스도 즐겁게 지낼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