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72

아동학대 그 세 번째 수사(아동학대 특별수사팀) - 1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251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네. 작년에 정인이가 학대로 인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서울경찰청에 특설한 수사팀이에요.”

“어차피 형식적으로 땜질하겠다고 언론 방비용으로 급조한 거 아닌가요?”


이 변호사가 비아냥거리는 투로 경찰들의 방식을 꼬집듯 물었다.


“그런 거죠. 그런데 어쨌거나 형식을 갖추겠다고 했으니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 그저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 일이 벌어진 거잖아요.”

“으흠! 그렇기도 하겠네요. 자기네가 특별수사팀이라고 만든 팀에서 다뤄야 할 사건이 터지긴 했는데, 그걸 다루자니 자기네 조직에서 사건을 무마하고 뭉개려고 했던 사건이 불거져 나왔다면...”

“네. 곤란하겠죠. 그래도 사건을 맡지 않을 수는 없을 거구요.”

“재미있네요, 역시 교수님과 관련된 사건들을... 하하하!”


이 변호사는 재미있다는 듯이 박장대소를 하며 김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말도 안 되는 뻔한 일들을 들이밀고서 사람을 괴롭히는 건을 하는 놈도 그렇지만 그게 돈이 된다고 해서 옆에서 부추기며 돈을 벌어먹는 변호사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어차피 그런 사이비 목사 같은 자들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답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교수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자신이 입은 손해를 경제적으로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마도 실제로 그런 식으로 어리숙한 일반인들에게 돈을 뜯는 일에 성공해봤기 때문에 그런 짓을 벌이는 것일 수 있어요.”

“나 역시 그 생각에 공감해요. 이 작자는 처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짓들이... 그런데 내가 더 궁금한 건....”

“네.”

“만약 아동학대가 성립되어 형사처벌을 제대로 받게 할 수 있다면 당연히 민사소송도 의미가 없어지는 거겠죠?”

“뭐 법적으로는 별개라고 보지만, 지금 이 건의 원인행위이고, 특히나 자기가 그런 범죄를 벌이지 않았는데 자기를 무고해서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내놓으라고 하는 지경이니 정작 그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유죄 선고를 받아내면 게임은 끝나는 거죠.”

“민사가 진행되기 전에 그 과정들을 빨리 밝혀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뭐, 그 건과는 별개로 녹취만으로도 끝이긴 한데,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교수님이 경찰들을 잘 다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 제가 민사를 맡기로 했으니 더더군다나 형사건으로 영향을 미치고 싶으시다면 좀 더 부드럽게 경찰들을 압박해서 그 소심한 자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변호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김 교수에게 말했다.


“내가 일부러 이 놈 저놈 걸리는 대로 싸우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해도 해도 이 놈들 하는 짓거리가 좀 심하잖아요. 명예훼손 건만 해도 그래요...”

“워워! 저야 다 이해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세상 부정한 짭새들을 모두 교수님이 뿅망치를 가지고 다니면서 때릴 수는 없다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하하하!”

“후우! 저 역시 그러고 싶네요.”


그렇게 이 변호사와의 민사소송 관련 미팅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경찰청 본청의 여청과 경감에게서 서울경찰청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으로 사건이 배당되었다는 공식적인 연락이 왔다. 유선으로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건을 접수해달라고 한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또 지나고 나서 한 여름의 한 복판에 드디어 담당 수사관이라는 여자 경위에게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의 수사관 장유진 경위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특별수사팀이라고 하는 곳인데 연락이 굉장히 늦네요.”


김 교수의 삐딱한 비아냥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러지 않겠다고 이 변호사와 약속을 하긴 했지만 김 교수의 심정은 다시 사건을 뭉개려고만 드는 것 같은 경찰 조직의 행태가 못내 거슬렸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워낙 사건이 많아서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일단 오늘은 제가 배당받은 담당 수사관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혹시나 제가 수사를 진행하기 전에 알아야 할 사안이라던지 이런 것들을 파악하려고 하는데요. 이 사건이 좀 많이 복잡한 것 같아서요.”


그녀가 말꼬리를 조심스럽게 내리며 김 교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예의를 최대한 갖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말투에서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김 교수는 역시 예의를 갖춰 되물었다.


“많이 복잡하죠. 이게 벌써 세 번째 수사거든요.”

“그렇죠? 그런데, 재수사를 했던 중양 경찰서의 여청과 강력팀장인 경위에 대해서도 직무유기를 한 문제가 있다면서 살펴봐달라고 진정서 형식으로 문건을 첨부하셨던데...”

“네. 이제 정년을 코앞에 바라보는 그 사람의 경찰복을 벗기는 게 목적이 아니긴 하지만, 그 사람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 사건이 세 번째 수사를 한다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고, 마치 억지로 수사를 해달라는 악성 민원을 넣은 것 같다는 인상이 강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형사법상 일사부재리라는 게 있어서요.”

“일사부재리는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녀의 첫 법적 용어 사용에 김 교수가 다시 까칠한 모드로 그녀의 말을 되받아쳤다.


“네?”

“일사부재리는 한번 수사했던 사건에 대해서 수사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이미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해서 두 번 판결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수사를 해놓고 혐의가 없다는 식으로 뭉갠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건의 증거가 갖춰져 있거나 이전 수사에서 여타의 목적으로 인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근거가 확실할 경우에는 당연히 재수사는 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앞서 재수사를 했던 중양 경찰서의 여청과 강력팀장을 조사해달라고 함께 서류를 넣은 것이기도 하구요.”

“아.”


김 교수의 논리적인 법학 용어 정리에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리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 설명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일사부재리에 이 사건이 왜 해당되는지 설명해줘도 무방합니다.”

“아, 아닙니다. 저보다 더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제가 이 사건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다 조사한 게 아니어서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가정법원으로 보호 처분해달라고 재수사했던 수사관이 송치한 내용이 경찰 기록에 보이길래 말씀드렸던 건데, 혹시나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아닙니다. 일사부재리를 얘기하라고 한 건 상관의 지시인가요?”


말을 해놓고 너무 또 칼을 들이밀었나 아차 싶은 생각에 김 교수가 입술을 물었지만, 그렇다고 못할 질문이거나 너무 일을 망쳐버릴 정도로 폭탄을 던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자위하며 그녀의 답변을 기다렸다.


“아, 그게... 뭐 그러니까...”


정곡을 찔렸는지 그녀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말꼬리를 흐리다가 말문을 돌렸다.


“그런데, 수사기록에 보니까 아동학대에 대한 부분으로 유죄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맞기 때문에....”

“장 경위라고 했나요?”


그녀가 뭔가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김 교수가 그녀의 신분을 재확인하며 말을 막았다.


“네. 맞습니다.”

“장 경위도 결혼을 했을 나이인 것 같은데, 아이가 있으신가요?”

“네? 아, 네. 아이가 있습니다.”


김 교수의 뜬금없는 질문에 그녀가 엉겁결에 자신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것을 인정했다.


“자아, 내가 검찰 출신의 변호사와 판사 출신의 변호사들과 이 건에 대해서 법적으로 정리한 내용을 간략하게 장 경위에게 설명해볼게요. 한번 잘 들어보세요.”

“네.”

“장 경위도 알겠지만, 어떤 변태 범죄자가 여성을 성폭행하겠다고 쫓아가서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속옷 속에 손을 집어넣어서 준강간 행위를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신고해서 경찰에 잡힌 그 변태가 경찰 조사에서 어쩐 일인지 갑자기 우연히 지나가다가 피해 여성의 엉덩이에 손이 스친 것뿐이라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경찰이 그걸 그대로 받아줘서 준강간 행위는 고사하고 그저 가벼운 접촉이었는데 오해가 있었다는 식으로 엉덩이에 손이 닿았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종결지어 검찰에 송치했다면 실제 그 변태가 했던 행위 양태와 진실이 무마되었던 엉덩이에 손이 닿았다는 범죄행위 양태는 같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나요?”

생각보다 전문적인 용어들을 사용하며 명확하게 사례를 제시하는 김 교수의 설명에 장 경위가 숨을 꼴깍 넘겨가며 집중해서 설명을 듣는 것이 김 교수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그건, 당연히... 아니죠.”

“그렇죠. 아니라고 해야 정상이죠.”


김 교수가 첫 번째 전제에 대한 설명을 그녀가 수긍한 것에 묘한 칭찬 같은 말을 흘리며 다음 단계의 설명으로 넘어갔다.


“자아, 아까 장 경위가 봤다는 중양 경찰서 여청과 강력팀장이 재수사를 하고 나서 검찰에 송치한 내용에 대해서 함께 검토해보죠. 뭐라고 해서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의견이 아닌 가정법원에 보호처분 의견으로 갔던가요?”

“그게, 그러니까... 임대인과 임차인이 말다툼을 하던 상황에 피의자가 아기를 안고서 말다툼을 하여 정서적인 학대가 인정된다는 내용으로 수사보고서에는 적시가 되어있네요?”

“네. 그러면 첫 번째 이 사건이 고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그 수사보고서에 언급이 되어 있지요?”

“네. 그런데 초동 수사관에 대한 기록은 검토했다고만 되어 있고 정확하게 아동학대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수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록이 되어 있지 않은데요?”

“그렇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 장 경위의 경우만 하더라도 같은 사건이었다고 하면서 이전 사건들의 기록을 철저하게 살펴보잖아요. 그런데 왜 재수사를 했던 경위는 초동 수사관의 수사보고서에 대한 기록에 아동학대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언급하지 않았을까요?”

“으음.”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듯 모든 판세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김 교수의 묘한 질문 방식에 그녀가 난감한 소리를 내며 대답을 멈췄다. 그녀가 황급히 모니터로 경찰의 기록을 뒤지는 듯한 마우스의 드래그 소리와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문제가 될 것까지는...”

“아니요. 이상하다면 수사관인데 왜 그런지 자신이 직접 그 원인을 찾아서 밝혔어야죠. 물론 지금 장 경위는 수사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사항들을 확인하기 위해 나에게 연락한 거라고 밝혔으니까 차차 살펴볼 것이라 믿고 내가 이 사건의 당사자인 입장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설명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수사관이 수사를 하고 나서 무혐의 의견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에 송치하게 되면 수사결과 통지서라는 것을 고소인에게 발송하게 되어 있어요. 알고 있나요?”

“네. 지금은 수사 종결권이 경찰에게 있어서 그 부분은 더욱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당시엔 수사 종결권이 경찰에 없었는데도 초동 수사관이 나에게 수사결과 통지서라는 것을 보내왔어요. 그 얘기는 나 역시 어떤 근거에서 그가 피의자에 대해 모든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는지에 대한 근거가 나와 있다는 거지요.”

“그렇겠죠?”

“그 서류는 당연히 지금 경찰 기록에 있기 때문에 장 경위가 볼 수 있을 거예요. 웃기는 건, 초동 수사관의 그 수사결과 보고서에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 인정하는 초동 수사관의 의견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거예요.”

“네? 그럴 리가요? 바보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장 경위가 그 말도 안 되는 사실에 대해서 자신의 적나라한 의견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니에요. 그 표현 그대로 딱이네요.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일을 벌일 수 없어야 정상이죠.”

“그런데 왜 재수사를 했던 여청과의 팀장님은....”

“바로 그게 이 사건이 아동학대 특별수사팀까지 들어가서 세 번이나 수사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김 교수의 단단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장 경위의 폐부에 총알처럼 쏘아 박혀 들어갔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2253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