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슈(日本酒)의 세계 -2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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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사케는 쌀과 누룩, 효모, 그리고 물, 이 네 가지만으로 빚어낸다. 가끔 사케의 종류에 따라 양조 알코올 등의 부가 재료나 몇 가지 조미료가 첨가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첨가’라는 것은 선택의 기준일 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이 네 가지 기본 재료는 필수이고 기존이며 사케를 이루는 바탕이다.
사케의 가장 기본적인 맛을 좌우하는 요소를 굳이 네 가지(쌀과 누룩, 효모, 물)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역시 쌀이다. 한국인의 귀에도 익숙한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 아키바레(秋晴) 등의 쌀 종류로도 빗기는 하지만, 오직 사케만을 만들기 위한 쌀로, 야마다니시키(山田錦),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 등의 품종이 있을 정도로 사케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하겠다.
사케 전용 쌀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사카마이(酒米)’ 혹은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인데, 인기 있는 품종의 경우에는 추수도 하기 전에 아예 해당 품종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양조장끼리의 경쟁도 제법 치열한 편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케에 최적화된 자신들만의 양조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맛을 내겠다고 쌀 농가와 협력하여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내는 경우도 있다.
사카마이(酒米; 사케 전용 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한마이(飯米;일반 밥해먹는 쌀)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특징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데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쌀알이 더 굵고 단단하다.
쌀알이 굵으면 굵을수록 쌀의 중심부인 심백(心白)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쌀을 더 많이 도정(搗精)할 수 있고, 쌀알이 단단하면 도정과정에서 파손될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
• 물을 잘 먹고, 당화(糖化)에 수월해야 한다.
• 쌀이 가진 본연의 영양분이 적어야 한다.
쌀이 다양한 영양분을 품고 있으면 술에 그 영양분에서 우러나온 맛이 많이 섞이면서 이상한 사케의 맛을 내게 된다. 때문에 술을 만들기 위한 쌀은 각종 영양분이 최대한 억제되어 있다. 사케를 만들기 위한 도정(搗精) 작업을 통해 쌀의 겉면이 깎여져 나가는데, 쌀의 대부분의 영양분은 쌀의 중심부인 심백이 아니라 쌀 겉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 겉면을 깎아내는 작업을 거치게 되면서 최대한 영양분도 덜어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얼마나 깎아내고 남았는가를 수치화한 정미율을 ‘정미보합(精米歩合;세이마이부아이)‘라고 하는데, 보통 ‘精米歩合 70%’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현미를 기준으로 겉면의 30%를 깎아내고 남은 부분이 70%라는 의미이다. 앞서 설명에서 쌀의 중심부는 영양분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전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때문에 깎아내는 도정률을 50% 이하로 낮추게 되면 어떤 쌀로 하던 사케의 맛 차이가 크게 달라지지 않게 된다. 때문에 사케 브랜드의 라인업에서 프리미엄을 강조할 때는 도정률을 최대한 낮추고 그것을 기준으로 광고 포인트를 맞추기도 한다.
맛이 비슷해지는데 왜 프리미엄이 되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쌀을 많이 깎아내 버리면 그만큼 비싼 사케용 쌀이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같은 쌀이라면 술의 생산량이 확 줄어 희소가치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렇게 미세하게까지 절반이나 쌀을 도정하려면 일주일 가량의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공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쌀알을 깎아내는 작업 또한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데, 그 열로 인해 쌀알이 부서질 수 있으므로, 도정과 냉각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살펴본 대로 일반 밥을 짓는 한마이에 비해 쌀알이 굵고 단단한 사카마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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