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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밀 Dec 28. 2023

책 선물을 마련하며

나와 책 선물의 역사는 깊다. 

연말에 친구들 만나면 주려고 책을 주문했다. 금전적 여유가 썩 좋진 않은데 한 명 한 명에 맞춰 고른 책 선물은 꼭 해보고 싶던 일이기 때문에, 펀딩한 물품 하나를 취소하고 이쪽에 돈을 썼다. 한 권은 멀리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느낌의 책이다. 종종 잘 지내는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내가 자기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지길 바랐다. 다른 한 권은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를 위해 집사가 쓴 책으로 골랐다. 반려동물들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 그래서 친구도 언젠가 있을 헤어짐에 대한 고민을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데, 이 책에 그런 결의 마음도 담겨 있는 것 같아 고르게 되었다. 읽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책 선물 처음은 아니구나.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다소 딥한 내용과 독특한 그림체의 만화책을 준 적이 있다. 아마 지금이라면 힐링이 될 만한 책을 선물할 텐데, 그때는 그랬다. 동생에게는 패션과 관련된 독립출판물을 사 준 적이 있다. 전시회를 연 그림책 작가 친구에게는 많은 그림을 볼수록 좋을 것 같아 그림책을 두 권 선물했다.



나와 책 선물의 역사는 깊다. 가방끈 길고 학구적이었던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선물로 책을 주셨었다.

근데 그게 좀 심해서 어린이날도 크리스마스도 생일 선물도 다 책이었던…. 장난감을 아예 안 사주신 건 아닌데 장난감을 사려면 아빠의 ‘다섯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이걸 왜 사줘야 하는지 다섯 가지 각기 다른 이유를 답하여 아빠를 설득하라는 것이었다. 내딴엔 열심히 쥐어짰는데 중복이라며 거절당하는 이유도 있었다. 갖고 싶으니까, 사고 싶으니까 같은 이유는 약간 이유 취급 못 받았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다. 내가 5가지 이유를 다 대지 못해도 웬만하면 사주긴 했는데 이게 썩 좋은 교육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안 그래도 소심한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한다 말하기 더 소심해진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라며 이유 없이 살 수 있는 물건이 바로 책이었다. 심지어 에버랜드에 놀러가서 기념품 가게에서 다른 건 안 사주더라도 거기서 어린이용 소설책은 사주셨다.(뭐냐고..!!) 뭔가를 사고 싶은데 안 될 거 같을 때는 그래서 궁금한 소설책을 집어 들었고 나는 놀이공원 기념품으로 웬 소설책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렇게 읽은 책들 재밌었고 유익했지만… 애니까 애 같은 물건이 사고 싶을 수도 있잖아?


어쨌든 그래서 책 사기 어려워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다음에는 엄마 아빠를 위한 책 선물을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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