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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엄마 Dec 11. 2021

채식주의자

-  독서 모임용 - 나의 욕망은 무엇인가? 

한강 저 | 창비 | 2007년 10월 30일 |




함께 살펴보는 소설의 내용    


1. 상처욕망그리고 죽음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 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 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보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 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 돌린 영혜의 병시중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 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2. 인덱스 구절 

p24  사실은 뭐... 냄새가 나서 그래 / 냄새? / 고기 냄새, 당신 몸에서 고기 냄새가 나     

p36  다시 꿈을 꿨어. 누군가가 사람을 죽여서, 다른 누군가가 그걸 감쪽같이 숨겨줬는데, 깨는 순간 잊었어. 죽인 사람이 난지, 아니면 살해된 쪽인지...     

P43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깐.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 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p60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한 번만, 단 한 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P65 채식주의자 끝페이지

나는 아내의 움켜쥔 오른손을 펼쳤다. 아내의 손아귀에 목이 눌려 있던 새 한 마리가 벤치로 떨어졌다

깃털이....... 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거친 이빨 자국 아래로, 붉은 혈혼이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     

P94 나무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떠 혀로 핥는 그녀를 그는 말없이 건너다보았다. 마치 그녀의

혀와 그의 몸이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 그녀의 혀끝이 내밀어질 때마다 전기자극을 받는 것처럼 움찔움찔 떨곤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P180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P191 영혜는 고개를 돌려, 낯선 여자를 바라보듯 그녀를 물끄러미 건너다보았다. 이윽고 흘러나온 질문을 마지막으로 영혜는 입을 다물었다.

......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p200 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더 앞으로 갈 수 없다./가고 싶지 않다.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몇 가지 


1. 가족 안에서 , 사회 속에서 개인에게 행해지는 폭력에 저항하여 그 폭력을 거부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2. 어릴 때 좋지 않았던 충격적인 기억들은, 정말 어른이 되면 불쑥 불거져 나오는 것일까요?

(치유하고 싶은 나쁜 기억이, 아니면 치유해주고 싶은 내 아이의 기억이 있을지... 서로 나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3. 사람이 “갑자기 변한다”에 대한 경험이나 생각이 있으실까요?     

4.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2부 몽고반점 내용 안에서)

[2부 요약] 영혜의 형부는 예술가다. 형부는 예술과 성적인 충동 사이에서 처제인 영혜에게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주길 요청한다. 작품의 내용은 나체에 꽃을 그리고 성관계를 맞는 남녀. 남자 모델로 채택된 J는 관계를 맺는 것을 거절한다. 영혜는 자신의 몸에 그려진 꽃 그림 덕분에 악몽을 꾸지 않는다 말하며 식물이 된 자신에게 안도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형부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욕정이 뒤얽혀 처제와 잠자리를 한다.      

5.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라는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다면...?     

6. 인혜는 영혜처럼 모두 놓아버리고 싶어 하지만 '다만 견디고 있을 뿐'이라고 (3부에서) 말했습니다.  인혜처럼 사는 것과 영혜처럼 되는 것 중 선택한다면 어느 쪽이 더 좋을지요?     

7. 이 소설에는 유독 상징적인 표현들이 많이 나옵니다. 기억에 남는 표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8. 실질적으로 주인공 인듯한 영혜의 시점에서 바라본 파트가 없는 것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몇 가지 


1. 한 강 작가가 말하는 채식주의자는....

완전한 결백을 실현하기 위한 작품이다.

육식을 통한 폭력성을 완전히 토해내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는 자신을 구원하고자 하는 몸짓이 오히려 죽음에 이르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이전 작품 < 내 여자의 열매 > 속  실제로 식물이 되어버린 아내를 화분에 심어 물도 주고 가꾸는 소설의 변주가 계기가 되어 쓴 작품이다.)

인간의 폭력성에 의문과 의심을 가지고 질문해 보았을 때, 결백하다면, 완전히 결백하고자 한다면, 무엇까지 무릅써야 하는 것인지?

죄와 아름다움, 인간의 결백을 통해 독자들도 질문을 가지고 <채식주의자>를 읽었으면 좋겠다.  


2. 맨 부커 상 Man Booker Prize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중 하나」

(라고 네이버에 나와 있으나... 과연 이 세상에 3대 문학상이란 단어 자체가 우리나라 외에도 존재하는 것인지 알고 싶음)

1969년 영국의 부커-맥코넬(Booker-Mcconnell) 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해마다 지난 1년간 영국 연방 국가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한다. 초기 공식 명칭은 '부커-맥코넬(Booker-Mcconnell)'이었으나, 간단히 '부커상'으로만 불렸다. 2002년부터는 부커상 재단에 의해 영국의 맨 그룹(Man-Group)이 스폰서로 결정됨에 따라 공식 명칭이 '맨 부커상(Man Booker Prize)'로 변경되었다.     


3. 연작소설     

〇작가의 수와 상관없이 주제, 소재, 배경 면에서 일정한 연관을 가지면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소설

〇양귀자 의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1986년 3월부터 1987년 8월까지 발표되었던 11편의 소설이 담겨 있으며,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을 무대로 1980년대 소시민들의 삶을 그려냈다. 

〇조세희의 연작소설집「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978년에 완결된 이 연작은 노동자 계급의 소외로 압축되는 1970년대의 사회적 갈등에 대한 문학적 보고서라고 할 수 있으며, 독립된 단편소설들의 결합을 통해 삽화적인 장편소설에 이르는 전형적인 연작소설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모두 열두 편의 단편소설들이 결합되어 있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난쟁이 일가의 삶으로 요약되는데, 산업화의 과정에서 자기 삶의 터전을 일구지 못한 도시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과 절망이 인상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곰엄마의 개인적인 감상 의견


(호불호가 엄청나게 갈려서 쉽게 읽힌다는 사람이 있고, 내용이 난해하여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무려 맨 부커 상 수상의 작품이므로 그 분석과 감상에 대한 글은 오죽이나 많겠는가? 평범한 독자로서, 평범한 독서모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기록한 것임을 밝히며...) 

유명세만큼이나 널리 읽히고, 많은 독서모임에서 다루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다. 하지만 감상이나 해석만큼은 제각각이고, 연관검색어에도 '채식주의자 해석' 이 뜰 정도의 작품을 평범한 독서모임에서 다루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나의 해석과 남의 해석이 다르다고 그것을 '아, 내가 책에 대한 내공이 모자라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작품 해석을 잘하고 독후감을 잘 써서 상을 바라는 모임도 아니기에 '올바른 작품 해석'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다. 문학작품은 스키마가 다른 독자에게 각각의 다른 감동을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의 감상과 감동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재발견하여 또 다른 흥미를 느껴보는 시간이 독서모임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채식주의자>를 '욕망의 향연'으로 정의 내리고 싶다. 영혜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욕망, 예술가 남편은 에로티시즘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은 욕망, 언니는 치열한 현실에 발 딛고 살고 싶다는 욕망, 이 모든 욕망들이 들끓는 소설, 그것이 바로 <채식주의자>다.

작품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욕망의 인혜가 '살아남는' 듯 보이지만, 과연 살아남은 자에게 '살아남은 자의 영광' 이 있는 것일까?  내가 이 치열한 현실에서, 육식주의자들이 들끓는 곳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그것은 본능이지 욕망은 아닐 것이다. 나의 욕망이 향하는 곳을 들여다보며 살고 싶다. 어치피 살아지는 것이라면, 살아남은 자로서 슬픔을 감당하기보다는 욕망의 실현을 통해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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