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미술 입시를 시작했고, 어떤 날은 순탄하게, 어떤 날은 가슴 아프게, 어떤 날은 애잖허게 학교와 미술학원을 일정을 소화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면, 학원에서 전달받는 메시지가 있다. 아마도 여름방학 시작 전후가 아닐까 싶은데, 바로 예중 선택 상담이다. 이미 밝혔 듯이, 딸이 다니던 미술 학원은 그 명성과 입결이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빅3중 하나인 큰 규모의 입시전문 학원이었고, 매년 예원학교와 선화예중 미술과 정원의 1/3 혹은 1/4을 합격시키는 놀라운 합격률을 자랑하는 곳이다. (종목이 무엇이든 간에, 입시를 위한 학원을 선택한다면, 그 1조건이 최근 입시에서의 합격률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이미 밝혔었다)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미술 입시 전문가인 학원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가는 하는 입장에서, 예중 선택 또한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수도권 내, 아이가 지원 가능한 예술중학교는 중구 정동의 < 예원학교>, 광진구 <선화 예술 중학교>, 성남 분당의 < 계원 예술 중학교>가 있다. 미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였지만, 전적으로 학원만 믿는 것이 아니라, 아이 중심의 주체적인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은 확실했기에, 좀 더 알아볼 필요는 느꼈지만, 결국 학교 선택권은 아이에게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학원도, 학교도 물리적 거리를 무시할 수 없기에, 집에서의 통학거리를 생각하여 경기도 소재 계원예중은 배제하고, 예원과 선화중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마도 서울권 예중 준비생들의 80% 이상이 예원이냐, 선화냐로 고민하는 경우일 것이라, 이 두 학교 위주의 특징만 간략하게 적어보기로 한다.
여름방학 시작으로 목표 예중을 정하는 이유는 이 두 학교의 입시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수업의 효율을 높이고자 선화 지원반과 예원 지원반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선화예중의 소묘와 채화 배점은 6 : 4, 예원학교의 배점은 5 : 5이다(2020 입시 당시). 선화예중의 출제경향은 정물 위주의 소묘와 까다로운 조건 제시를 이해하고 창의력 있게 표현해야 하는 채화 시험인 반면, 예원은 소묘와 채화 시험 모두 정물과 기물 위주의 시험이라 디테일한 묘사와 완성도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어느 시험이 더 쉽다 어렵다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아이 실기력에 따라 더 유리한 방향의 선택은 필요할 듯 보인다. 나 같은 경우는 학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으니, 조금씩 알아보며 알게 된 정보를 아이와 공유하고 상의하여, 첫 선택부터 마지막 결정까지 선화예중 준비반으로 결정하여 준비했었다. 하지만, 미술 입시를 좀 안다 하는 엄마들 중에는 무조건 예원을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실기력이 우수한 아이들이 예원 준비반을 가고,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는 아이들이 선화를 준비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현재 선화예중을 다니는 딸내미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이라는 의견을 슬며시 제시하고, 선화예중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두 학교가 실기력으로 차이가 난다고 말하는 전문가는 보지 못했다.다음의 기출문제를 보면 두 학교의 출제 경향이 확연히 비교될 것이다.
< 2020년도 선화예중 소묘 기출문제 >
< 2020년도 선화예중 채화 기출문제 >
< 2021년도 선화예중 소묘 기출문제 >
< 2021년도 선화예중 채화 기출문제 >
< 2020년도 예원 소묘 기출문제 >
< 2020년도 예원 소묘 기출문제 >
선화예중의 경우 조건 제시 부분을 보면, 제시된 정물과 자신의 손을 넣어 '강한 힘과 긴장감' 이 느껴 지게 구성하라는 부분, 다람쥐와 종이비행기를 이용하여 '속도감과 원근감' 이 나타나게 표현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문해력이 떨어지거나 창의력이 부족하다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들이다. 예원의 기출문제와 비교했을 때, 합격을 위해 평소에 연습해야 하는 분야가 달라서, 지원학교별 분반이 효율적인 것이 맞고, 내 아이의 특, 장점이 무엇인지 알면 학교 선택이 확실히 쉬워진다.
우리 아이의 경우 성품은 따뜻하지만, 외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이라, 입학 후에도 선화예중이 맞을 것 같다는 조언을 받았는데, 학교의 커리큘럼도 선택 시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인 것 같다. 선화예중의 경우 입학 후 소묘와 채화뿐 아니라, 미술의 전 분야를 실기 시간에 다루어서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하는데, 그 부분도 호불호가 상당하다고 하니 고려해 봄직 하다.
또한 예중 이후의 진로도 생각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부분 선화예중 - 선화예고, 예원학교 - 서울예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 예고의 대입 결과를 살펴보기도 한단다. 각 예고에서 많이 진학하는 특정 대학까지 고려하는 것은 너무 앞선 수를 보는 것 같지만, 일부 뛰어난 아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대입은 긴 전략의 싸움일 수 있다. 순수미술을 추구해서 인생 역작을 남겼음 하는 이 꼬마 예술가들이, 대입을 향해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고된 이중 삼중의 미술 입시 생활의 결말이 합격이었음 싶은 학부모의 마음은 한 수가 아닌, 두 수, 세 수를 내다보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학교를 선택한 후라면, 아이와 함께 학교를 방문해 보는 것도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니 추천한다. 학교 선택 후라도 학교 방문 후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철저하게 본인의 취향대로 움직이는 MZ세대이기 때문에, 학교 선택은 아이의 결정대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물론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정보를 아이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