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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카페: 카페 마고와 프리 데 마고

파리의 카페: 카페 되 마고와 프리 데 되 마고


“파리의 카페에 들어 서면 자유롭게 사유하는 인간, 자유롭게 저항하고 참여하는 언어, 자유롭게 실험하는 예술을, 그래야 할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무작정 좇게 된다. 그것이 의무이자 권리가 되는 공간이 파리의 카페이다.”


카페 되 마고

프랑스 파리 6구 생제르맹 데 프레(6 Pl. Saint-Germain des Prés, 75006 Paris)에 있는 카페 되 마고(Café des Deux Magots 또는 르 되 마고(Les Deux Magots))는 20세기 초중반 파리 좌안 지식인들의 아지트였다.


1884년에 문을 연 카페 되 마고의 자리는 원래 실크 및 잡화를 판매하는 상점의 자리였는데 그 상점에 두 개의 동양풍 인형(magots)이 진열되어 있던 것에서 되 마고(Deux Magots)란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20세기가 시작되고 1930-1950년대가 되면서 카페 되 마고는 인간의 자유와 실존,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 및 예술과 정치의 결합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파리 좌안(Left Bank) 지식인들의 중요한 교류처가 되었다.


/* 지역적인 관점에서의 파리 좌안과 파리 우안:

센강(Seine)을 기준으로 강의 남쪽을 좌안(La Rive Gauche, Left Bank), 강의 북쪽을 우안(La Rive Droite, Right Bank)이라고 하였는데 좌안은 주로 파리 5구, 6구, 7구 일대를 가리키는데 여기에는 소르본(Sorbonne), 생제르맹 데 프레(Saint-Germain des Prés), 몽파르나스(Montparnasse) 같은 구역이 포함된다. 파리 좌안과 파리 우안은 20세기 초중반의 문화와 예술뿐만이 아니라 파리 자체를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에서 상세하게 다시 다룬다*/

만약 그 시기의 카페 되 마고에 들어서게 된다면 장 폴 샤르트르(Jean‑Paul Sartre)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와 같은 실존주의, 사회주의, 반부르주아(anti-bourgeois)적 성향의 좌안 문학가들과 예술가들, 철학자들과 사상가들과 함께 프랑스 식 에스프레소 커피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930-1950년대에 파리는 그야말로 지성의 중심지였다.

좌안의 카페와 서점(Shakespeare & Company)은 지식인들의 교류와 토론의 장이 되었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주도한 실존주의 운동이 문학과 철학, 예술로 번져나갔다.


제2차 세계대전(1939년 9월 1일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이 끝나고 전후(戰後) 시대에 와서 파리 좌안은 정치와 철학, 예술과 문학 전반에 걸쳐 ‘참여적 지식인’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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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의 카페 되마고


1933년 카페 되 마고의 이름을 딴 문학상(literary prize)인 [프리 데 되 마고](Prix des Deux Magots)가 제정되어 오늘날까지 매년 수상작을 발표해 오고 있다.


프리 데 되 마고의 권위는 상의 유명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파리 좌안의 정신인 독립, 실험, 사유를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 온 ‘연속성’과 문학을 기성 제도에서 해방시킨 ‘정신’에 있으며 또한 ‘문학이 인간의 자유를 탐색하는 과정’이라는 프랑스 인문주의의 핵심을 안고 있기에 그 자체로서 파리의 문학 전통과 지적 독립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공식 문단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 시작된 프리 데 되 마고는 콩쿠르상(프리 공쿠르, Prix Goncourt)으로 대표되는 공식적이고 보수적이며 제도화 및 상업화된 기성 문단이 추구하는 문학에서 벗어나, 예술적인 독창성과 실험 정신을 중시하면서 기존 문단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재정된 ‘20세기 파리 좌안 지식인들이 낳은 문학상’이다.


1933년 프리 데 되 마고의 제정 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은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이 상은 문학의 가장 순수한 정신을 지키려는 작가에게 주어진다.”


제정 선언문이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프리 데 되 마고는 프리 콩쿠르나 르노도 같은 대형 문학상들이 다루지 못하고 있는 ‘문학의 가장 자유로운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문학상이며, 형식과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은 실험적인 작품과 예술과 철학이 만나는 작품, 문학의 본질적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다음의 문장들을 음미하다가 보면 프리 데 되 마고의 정신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프리 데 되 마고의 수상자들은 문단의 중심을 차지하려고 하기보다는 언어와 사유의 경계에 서 있으려는 작가들이다.”

“되 마고 상(프리 되 마고)은 가장 은밀한 문학적 혁명이다.”

“공쿠르상(프리 콩쿠르)은 제도의 문학을 선정하지만, 되 마고 상은 자유의 문학을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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