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같은 아이, 풀잎 같은 하루
며칠째, 아이의 기분이 봄볕처럼 환하다.
방 안을 돌며 춤을 추고,
웃음소리를 벽마다 새기고,
애교로 우리의 마음을 쓰다듬는다.
최근 미운 다섯 살이라 걱정했는데,
요즘은 그 모든 시간이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다섯 살의 계절이 우리 집에
머물고 있다.
밤, 아이를 재운 뒤 아내와 마주 앉는다.
낮 동안 아이가 했던 말,
그 말에 숨겨진 놀라움과 귀여움을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는 자꾸 웃게 된다.
아이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의 얼굴에는 사랑과 행복이 스며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
주말, 밤에 출근해야 하는 아내를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양평으로 향했다.
볕 좋은 들녘에서 뛰노는 아이를 상상하며,
그 장면을 예쁜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양평.
막국수로 속을 채우고 도착한 강가의 카페.
물 위를 가르며 지나가는 수상보트에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 조그만 손에 든 카메라로
할머니, 할아버지의 웃음을 담아내고
비눗방울을 쫓아 풀밭을 달리는 우주.
가방에서 꺼낸 진달래와 민들레를
“다시 심어야 해요.”
우주는 그렇게 자연을 돌려주려 했다.
완두콩을 키워낸 기억이
작은 생명을 돌보는 기쁨으로 남아
그의 마음을 살그머니 키워주는 중이다.
차에 오르자마자 곤히 잠든 아이.
아버지는 고향의 길을 따라,
막히지 않는 길로 2시간을 천천히 운전했다.
그 속도엔 시간보다 마음이 실려 있었다.
작년, 우주가 잘 먹었던 소갈비를 떠올리며
갑작스레 외식을 제안하고
식당에서 고기를 굽는다.
고기를 한 점 한 점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며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불판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듯
우리의 하루도 사랑으로 익어간다.
햇살, 웃음, 식사, 낮잠, 드라이브.
그리고 진달래를 심겠다는 마음까지.
그 모든 것이
‘사랑으로 꽉 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