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이 만든 하루, 사랑이 남은 발자국
물속을 맴도는 물고기처럼
우리는 주말 오후를 둥글게 돌았다.
낮잠으로 채워진 정오,
아이의 몸에 다시 에너지가 찼다.
운동장으로 나가자는 우주의 손을 잡고
햇살을 등지고 나섰다.
트랙에서 축구 골대까지
누가 먼저 닿나,
숨을 모아 달리고 안아주기로 약속했다.
작은 다리가 총총, 공이 툭,
골대에 들어가는 순간
우주는 환호했고,
그 환호보다 더 반짝이는 건
이마에 맺힌 땀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찾는 아이.
집이 아니면 꺼리던 장소였지만
이틀 연속 시원히 다녀오는 걸 보면
이젠 세상과 조금씩 친해진 걸까.
화장실에서 나와
운동장 한편 대기 중인 구급차를 보며
“아빠, 구급차예요!”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타 보고 싶다”는 말에
몸이 다쳐야 타는 차라 설명하자
“그럼, 모기에 물리면 탈 수 있어요?”
나는 웃고,
그 아이의 상상에 뺨에 뽀뽀 하나.
구급차는 궁금해도
타지 않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천천히 말해준다.
더위에 지친 우리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달콤한 쉼표를 찍고
그림 그리고, 웃고,
우주가 늘 바라던 뽑기 게임방으로 향한다.
만원을 동전으로 바꾸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신이 난다.
손에 쥔 인형보다
그 웃음이 훨씬 더 귀하다.
잠시 후,
하남이를 보고 싶다는 말에
미사 망월천으로 자리를 옮긴다.
햇살 가득한 공연장 옆
놀이터엔 또래 아이들이 가득하다.
풍선을 불어 나눠주고
처음 만난 친구들과 간식을 나누는 우주.
요즘 부쩍,
‘주는 기쁨’을 배운 아이가
더없이 대견하다.
저녁이 가까워
같은 미사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화를 건다.
돼지갈빗집에서
고기를 굽고,
밥을 잘 먹는 우주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의 장면들이
고기냄새처럼 마음에 스며든다.
“할머니 집에서 자고 싶어.”
저녁을 마친 우주가 말한다.
그 말에 웃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길,
하루 종일 뛰고 놀고 웃고
참 많이 걸은 오늘.
이 모든 동선의 끝엔
‘행복’이라는 문장이 있다.
아이의 걸음마다
사랑이 심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