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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여행은 작은 우주를 품는 일이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에서의 여름 연습

by 우주아빠

한 번 더 계절이 돌아, 우주와 난 다시 그곳을 찾았다


작년의 기억이 여름 바람처럼 아직 뺨에 맴돌고

있는데, 우주와 타미, 그리고 정복. 우리 넷은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이름만으로도 천국 같은 스파 도고 캐빈파크. 그곳은 우리가 무심히

흘리고 사는 하루를, 조심히 주워 담아주는

장소 같다.


우리는 1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아내의

깊은 수면을 위해 조금 더 일찍 출발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주차장, 잠깐의 여유를 틈타 차 안은 작은 우주가 되었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나는 우주의 질문에 귀를 기울였다. “아빠, 타미 언제 와?” 기다림이 쌓여 설렘이 되는 순간, 정복이네도 도착했고, 우리는 그 기다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은 냉장고에 저녁을 위한 음식들을 차곡차곡 넣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이들은 물 위를 걷는 듯 가벼웠고, 그 속에서 우주는 더 이상 소심한 아이가 아니었다. 동생 타미 앞에서는 어쩐지 오빠답게, 물속을 누비며 웃음을 터뜨렸다. 실내외를 넘나들며, 두 시간 넘도록 파도풀과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에, 우리는 오래 웃었다. 사랑은 그렇게, 아이의 이마에 맺힌 물방울처럼 투명하고 환하다.

정복이는 힘이 좋다. 두 아이를 연신 안고 밀어주며 미끄럼틀을 함께 탔다.

나는 그 사이를 흐르는 듯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살아 숨 쉬는 순간을, 우리의 여름이 되는 순간을.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비슷한 속도로 부모가 되어간다는 건,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안이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었고, 술잔을 기울이며

부모가 되어가는 삶의 묵직한 농도를 나누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숯불이 준비되었다.

돼지목살, 양갈비, 새우…

고기와 새우가 접시에 놓이자, 아이들은 마치 작은 용사처럼 “누가 더 많이 먹나!” 경쟁하며, 게 눈 감추듯 고기를 사라지게 했다. “많이 먹은 사람에게 장난감 선물”이라는 약속이, 그날 저녁의 가장 효과적인 마법이 되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태블릿을 보며 조용히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서로를 칭찬했다.

“이제 많이 컸다. 참 대견해.”

한 여자의 남편, 한 아이의 아버지, 한 명의 친구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깊은 연대감이

묻어 있었다.


밤 8시 30분, 장작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준비한 불꽃놀이가 별처럼 터졌고, 옆 숙소 커플이 주고 간 마시멜로는 아이들에게 작은

환희였다.

마시멜로가 살짝 타들어가는 냄새, 아이들의

웃음소리, 장작 타는 소리 사이로

우리의 하루는 불빛처럼 천천히 사그라졌다.

피곤에 젖은 아이들은 열 시가 넘어 잠들었고,

그 이후엔 우리 어른들의 시간. 조용한 웃음과 맥주 몇 잔, 그리고 “고마워”라는 말들이 오갔다.

평소엔 한남북엇국에서만 만나던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 이 1박 2일이

인생에서 참 귀한 장면처럼 남는다.


아침엔 요거트,과일, 새우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풍경 좋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우주는 타미와의 이별이 아쉬운지, 계속 “가기 싫어”를 입에 달고 있었다.

그래, 여운이 남는 이별은 좋은 여행의 증거다.

우리는 7월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고, 그 약속

하나로 아이는 웃었다.

정복이는 오래된 동생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새로운 세계였다.

그 세계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 빛은 아마도 사랑과 기억과 성장의 빛일 것이다.


타미야, 우주야.

너희들 웃음은 별처럼 반짝였어.

우리 다시 만나자,

별 하나 더 모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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