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의 계절
아내가 미리 정해둔 평일의 하루.
그동안 밤을 지새운 그녀가 이번엔 ‘쉼’을 택했다.
우리는 그날을 위해 일찍부터 계획을 세우고,
양평의 작은 글램핑장을 예약해 두었다.
우주는 달력을 보며 날짜를 세었고,
“여행 가는 날!”을 외치며
출발 전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집에서 고작 40분 거리지만,
그곳엔 도시엔 없는 바람과 물소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남아
먼저 들른 곳은 황순원 문학관.
정각 두 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팡팡 터지는 물줄기가 인공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우리는 우산을 펴고 그 아래 서서,
잠시 동화 속 인물이 되었다.
야외는 숨이 찰 만큼 더웠지만
문학관 안의 카페는 시원했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고르자
카페 사장님은 떡까지 함께 내주셨다.
그 인심과 시원한 바람에,
더위마저 마음의 여유로 바뀌었다.
글램핑장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미리 에어컨까지 켜두고 우리를
반겨주셨다. 작은 배려들이 쌓여
그 공간은 더없이 포근했다.
짐을 풀자마자 우주는 개울가로 달려갔다.
마치 자기 마당처럼
신발도 망설임도 벗어던지고
모래 위에서 마음껏 뛰놀았다.
그날의 손님은 우리뿐. 글램핑장을 전세 낸 듯,
우주는 왕이 되었고 우리는 조용한 신하처럼
웃으며 바라봤다.
오랜 친구도 찾아왔다.
양평에 사는 친구와는 참 오랜만의 만남.
처음으로 아내를 소개하며
이야기와 시간은 천천히, 그러나 깊게 흘렀다.
고요하고 따뜻한 오후,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조용히 주고받았다.
저녁이 되자,
숯불을 피우고 준비해 온 양갈비를 구웠다.
고깃집에서 미리 시즈닝까지 해준 덕분에
우리는 그저 굽고 먹기만 하면 되었다.
연기 사이로 고소한 향이 퍼지고,
아내와 나는
“와, 너무 맛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우주는 엄마의 라면을 뺏어먹다
맵다며 고개를 젓고,
나는 황급히 짜파게티를 끓여
아이의 입에 후후 불어넣었다.
뜨거운 것도, 사랑도
천천히 식혀주는 게 아빠의 일이었다.
늦은 밤까지도 우주는 자지 않았다.
얼마나 신났는지 잠도 잊고 뛰어다녔다.
아내가 내게 조용히 말한다.
“오늘 참 잘 왔다,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햇살보다 먼저 일어난 건
역시 우주였다. “엄마, 우리 또 놀자!”
아내는 눈을 비비며 개울가로 나섰고,
한 시간 넘게 더위 속에서도
아이의 웃음에 발을 담갔다.
점심엔 막국수를 먹기로 하고,
그전에 친구의 작업실에 들렀다.
손때 뭍은 친구의 도구들이 가득한 공간.
우주는 마치 박물관을 찾은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신기해했다.
그 모습이, 내 마음까지 간질였다.
막국수를 먹고 돌아오는 길.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몸은 덜 피곤했고, 마음은 한가득 채워졌다.
계획한 만큼, 기대한 만큼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좋은 여행이었다.
우주야, 엄마야, 고마워.
함께여서, 그 무엇보다 따뜻했던 이 여름.
우리 가족, 참 예쁘게 살아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