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amason / [psykotic]
타이틀: psykotic
아티스트: Osamason
발매일: 2025.10.10
레이블: Motion Music / Atlantic
장르(RYM): Rage / Experimental Hip Hop / Hardcore Hip Hop / Industrial Hip Hop / Trap / Southern Hip Hop
리뷰어: Olivier Lafontant
Rating: 7.2
게시일: 2025.10.13
분류: Rap
The head of rage rap’s new guard comes bearing muggy distortion, Auto-Tune chirrups, and synth-heavy adornments. Even as he refines his sound, the shadow of his predecessors looms large.
H. 더 격해진 사운드는 개선임과 동시에 한계란 말인가
when is my generation gonna move on from biting Carti?
doesn’t lean any further into the orbit of his lodestar, isn’t leaving it either
- brushing past whichever version of Playboi Carti
- Jump Out, the way he was evolving got me out of my seat
[psykotic] refurbishes his comfort zone
- the hardest tracks in O's catalog
- inspired by Whole Lotta Red is deflating
If production like this wasn’t all over Ken Carson...
- Warren Hunter broke the Walkman
- All the more reason to pivot in a new direction
| Vocal dynamism is what gives psykotic its style
- role-playing into must-see TV
- at his most earnest & most despondent
| yet it’s hard to shake my cynicism
- At its peak, it’s fevered and galvanic
- But his collaborators seem determined to route that turbulent energy
| Kill your fucking idols!
선배들의 그림자란 결국 Playboi Carti와 Opium 레코드 소속 뮤지션들의 영향권을 의미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그들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꽤 오랫동안 레이지 씬의 숙제로 남아 있다. 비평가 Olivier를 포함한 많은 팬들은 신세대들에 의해 해당 커뮤니티가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하며, 오사마손(Osamason)을 최고의 적임자로 꼽고 있다. 그 역시 상당 부분 Carti의 스타일을 노골적으로 표방해 오기도 했지만, 올해 초에 우여곡절 끝에 공개한 [Jump Out]을 통해 우리의 이상을 위한 신선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Jump Out]에 대해 나는 Olivier의 피치포크 리뷰를 바탕으로 이종적인 브루탈리즘에 의한 혼돈이라고 정의했다. 거칠고 라우드한 베이스-부스트가 각종 왜곡된 신시사이저를 집어삼키는 와중에 일부 서정적이거나 캐치한 멜로디 요소가 묘한 감상을 자아내는, 강력하면서도 알고 보면 복잡한 난장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는 [Whole Lotta Red]로 촉발된 펑크 및 반달리즘 미학을 극대화시킨 결과인 동시에, 돌연변이스러운 질감을 부여한 ok의 프로덕션과 감정적 과잉을 덜어내는 대신 기세로 무장한 오사마손의 펀치-인 플로우가 맞물려 다른 성질의 레이지를 탄생시킨 결과였다.
같은 해 새롭게 공개된 [psykotic]은 브루탈리즘의 수준을 훨씬 익스트림하게 몰아붙인 작품이다. 팬들 사이에서 Ken Carson의 [More Chaos]를 연상된다는 코멘트가 종종 보일만큼 하드코어한 사운드를 더욱 괴랄하게 끌어올려, 두통을 느낄 정도의 음향 공격을 선보인다. 그 음향의 파형은 인더스트리얼에 가깝게 금속성이면서도 과도하게 찌그러져 있다. 그리고 오사마손의 랩은 더욱 로보틱하게 감정을 거세했다. 이러한 사운드를 원문에서는 1) 텁텁한 디스토션(muggy distortion), 2) 삐걱거리는 오토튠(Auto-Tune chirrups), 3) 신스가 지배하는 장식성(synth-heavy adornments)으로 특징지었다.
이처럼 더 격해진 스타일에 대해 팬들은 효과적인 대안으로 치켜세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전작의 방법론을 긍정했던 Olivier에게는 다소 무난한 선택, 혹은 일부 선대의 영향권으로 퇴행한 모양새로 다가온 듯하다. 하필이면 그가 최근 신세대 선봉장들에게도 예외 없이 답습의 뉘앙스를 포착하며 회의감을 갖기 시작하던 그의 귀에 들어왔다. 그의 사운드는 충분히 강렬하고 인상적이기에 7점대 이상의 점수를 부여했으나, 어떤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하고 것으로 보인다. 고로 본문에서는 [psykotic]으로 말미암아 Osamason이 확장한 방법론의 양면에 대해 구체적으로 탐구해 레이지 씬이 헤쳐 나아가야 할 고질적 습성들에 대해 진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I was in for a rude awakening when I went to a Che show in Brooklyn a couple weeks ago. I observed from the venue’s balcony as the Atlanta rapper strutted onstage, pleading for mosh pits and making devil horns with his fingers. “Open that shit up!” Che snarled, over and over again. He was so hellbent on manufacturing the destruction his music encouraged that it soon became obvious he was barely even rapping his songs. After a while it felt awkward, almost like the crowd was meant to perform for him. And listen, I get it: The bloodcurdling shrieks and 808 avalanches are meant to inspire group catharsis. Everybody who makes “rage” rap performs with this in mind. But all I could think was, Damn, when is my generation gonna move on from biting Carti?
Olivier는 또 다른 포스트-레이지의 주역 Che의 뉴욕 브루클린 공연에서 목격한 어느 장면으로 서문을 열었다. Che의 2집 [Rest In Bass]는 오사마손의 [Jump Out]과 더불어 2025년 레이지 앨범들 중에서 피치포크의 베스트 뉴 뮤직에 선정되는 등 장르적 역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품 전반에 걸쳐, 특히 초중반부에서는 더욱 [Whole Lotta Red]-시절 Carti의 플로우를 노골적으로 참조했다. 그럼에도 이는 선대를 향한 대담한 헌사를 의도한 것이며, 레이지의 원류를 보전한 채 스타일을 정립해 나가기 위한 격렬한 몸짓이었음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Hellraiser"를 베스트 뉴 트랙으로 선정한 Olivier 역시 본작의 성취에 긍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경험에 있어서는 달랐다. Lil Uzi Vert 세대보다도 더 격하게 락스타를 지향하는 레이지 스타들의 무대 퍼포먼스에는 모싱(moshing)이 빠질 수가 없다. 이들은 스스로에게 점점 더 과격한 무대 매너를 요구했으며, Die Lit 투어처럼 정작 랩은 거의 뒷전이 된 느낌이었다.
그 요구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주객전도의 현상이 벌어질 정도였다. 관객들이 Che를 위해서 억지로 모시핏을 열어줘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장르의 관습에 과도하게 집착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만의 새로운 제스쳐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인상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이러한 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현장을 찾은 것이겠지만, 그들에게도 이러한 헤프닝은 슬슬 신선한 재미보다 진부함과 부담감으로 와닿게 될 뿐이었다.
다만 Olivier는 그들의 모시핏 집착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바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Carti의 Rolling Loud 콘서트가 상징하는 바처럼, 집단적 카타르시스라는 개념은 광란과 광신이라는 레이지의 주요 콘셉트에 긴밀하게 작용한다. 퍼포머는 그저 이따금씩 포효를 내지르며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곧 관객들은 그 아우라에 감화돼 자기들만의 의식을 치른다. 타이트하게 랩을 퍼붓지 않더라도 이미 가슴 팤의 고통을 유발할 정도의 베이스 폭격만으로 충분히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그게 레이지의 격동과 전율의 미학이다.
그럼에도 Olivier는 다소 실망감을 갖고 질문을 던진다. 우리 세대가 과연 언젠가 카티를 모방하는 것을 그만둘 날이 오긴 할 것인가?
If there’s anyone who can propel rage in a new direction, it’s OsamaSon. The South Carolina rapper has already inspired copycats of his own. But engaging with the scene necessarily means brushing past whichever version of Playboi Carti its leaders are currently modeling themselves after—Osama included. No matter how effective the execution, this process is getting monotonous. There’s a beauty and a curiosity in dissecting references that feel distant. That feeling is extremely rare in rage rap—everything sprouts from low-hanging fruit: Rolling Loud clips, Hot Topic merch, Opium archive pages.
적임자로서의 기대를 분명히 한다. 그는 분명 레이지에 새 방향을 개척할 만한 인재다. 'popstar'에서 그는 자신 있게 선언한다. "Bitch tryin' to keep up, you can't keep up with this shit(따라잡으려고 애써봤자, 넌 날 따라잡지 못하잖아)" 그럼에도 그의 음악 스타일은 물론 뮤직 비디오의 콘셉트까지도 따라 하려는 소위 카피캣이 생겨나고 있다. 어쩌면 그 추종자 역시 Osamason이 Carti나 Future에게 그랬던 것처럼 애찬을 적극적으로 표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무책임한 표방이든, 그럴듯한 오마주든 이는 Osamason에게 그만한 영향력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Osamason 역시 Carti를 노골적으로 참조하던 때가 있었음을 재차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Che나 Nettspend 등의 또래 리더들 역시 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적은 없었다. Carti의 어떤 버전에든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은 참조의 범주가 반드시 [Whole Lotta Red]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Die Lit] 시절, Cash Carti 시절일 수도 있다. [MUSIC]에 수록된 "Olympian"처럼 역으로 그가 후배들을 참조한 듯한 사례도 있지만, 그가 레이지로부터 벗어나려고 움직임을 슬슬 보인 사이에도 정작 씬에 속한 대부분은 그의 흔적에 머무르고 있다.
기출변형을 재치 있게 꾀한 경우일지라도 그 흔적이 어느 지점에서든 포착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단조롭게 느낄 수 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만약 그 지점들을 교묘하게 숨기는 성의라도 보였다면 깨알 같은 재미라도 얻을 수 있겠지만, 인터넷에 줄줄이 나열돼 있는 아카이브 클립 중 상단에 노출된 사례만으로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레퍼런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들의 모방은 재미조차 없다.
So when Osama dropped Jump Out in January, the way he was evolving got me out of my seat: He sustained his melodies with a puerile, sing-songy twang; his cyborgian cadence departed from Carti’s alien lilt; his beats were at times sludgier and more neurotic. On his new record, psykotic, OsamaSon doesn’t lean any further into the orbit of his lodestar, but he isn’t leaving it either.
https://brunch.co.kr/@6bce52336c644f8/37
씬의 현실과 대비해 [Jump Out]은 진화였다는 것이 Olivier의 평가다. 그가 꼽은 작품의 차별점은 이렇다.
a) 어리숙한 싱잉 랩에 가까운 비음으로 멜로디를 이어간다: 그의 펀치-인은 지극히 간결하고 단순하다. 여전히 사춘기 소년에 머물러 있는 듯한 톤으로 Nettspend보다는 훨씬 흥겹게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대부분의 레이지 스타들처럼 거칠게 몰아붙이지도 감정에 침잠하지도 않는다.
b) Carti의 억양이 외계인이라면, Osamason은 사이보그다: 이는 [Rest In Bass]에서의 Che와도 확실히 구별된다. Osamason은 "Stop Breathing"처럼 숨 넘어갈 듯 목소리를 뒤틀지도, "King Vamp"처럼 사악한 뱀파이어를 과장되게 연기하지도 않는다. 분명 들쑥날쑥하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일관된 음조는 오히려 무감정의 극치다.
c) 비트가 때때로 더 슬럿지스럽고 신경질적이다: 이는 전적으로 프로듀서 ok의 공이다. 슬럿지스럽다는 것은 하드코어 및 메탈에 파생된 하위 장르의 속성에 대입하고자 하는 표현일 수 있다. 이를테면 "I Got The Fye"처럼 디스토션으로 하여금 뒤틀린 엔진 소리를 연신 뿜어대는 베이스가 무거운 기타 리프를 대신하는 셈이다. 찰싹 감기는 스네어와 캐치한 멜로디 신스가 함께함으로써, 그저 거칠고 날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찰진 느낌이 살아 있다.
Olivier는 각각의 특징에 매료됐다. 그리고 아마도 이를 보다 혁신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의 리뷰를 본 뒤 [psykotic]를 접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충분히 당신이 기대하던 방향성을 충족시킨 빼어난 결과물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빼어나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물론 그 역시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늘에서 벗어나다'라는 차원에서는 다소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It’s a frustrating dynamic for a release that arrives at the apex of his career so far. Instead of affirming OsamaSon as a unique entity in his own lane, psykotic refurbishes his comfort zone. “Whats Happening” is immediately one of the hardest tracks in O’s catalog, its choppy synth lurch reminiscent of Osama Season’s 8-bit churn. At its core are hypercompressed murmurs from Gucci Mane’s “Shirt Off,” punctuated by Osama’s screwfaced chirrups.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whats-happening
Olivier는 "Whats Happening"을 예로 들면서, 그가 궤도를 더욱 확연하게 이탈하지 않고 도리어 안전지대로 회귀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물론 Osamason의 카탈로그 중에서도 가장 익스트림한 트랙 중 하나임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즉, 그는 극단의 미학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간 제시해 온 브루탈리즘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일지 도전하는 행위는 대담한 실험으로 인정할 만하다.
그는 8-비트 질감으로 신스를 쪼개는 방식으로부터 [Osama Season]을 떠올렸다. 이는 자기참조의 영역에서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Gucci Mane의 "Shirt Off" 샘플도 분명 특유의 금속성으로 찌그러진 프로덕션과 삐그덕거리는 오토튠과 섞으며 나름 신선하게 재해석했다.
Central to the track, though, is a hook familiar enough to send shockwaves: “I take my shirt off and all the hoes stop breathin’.” For a moment as cool as this to also be potentially inspired by Whole LottaRed is deflating. I almost wanna wipe that album from my memory just so I can experience this with rose-tinted glasses.
I take my shirt off and all the hoes stop breathin'
그러나 그가 문제 삼는 지점은 그 원본의 훅을 Carti도 레퍼런스로 삼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구절을 "Whats Happening"에서 직접적으로 인용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두 트랙이 참조한 원곡이 같고, 그중 후자는 이 사실에 대해서 워낙 알려져 있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만약 [Whole Lotta Red]의 존재에 대해 모른 채 곡을 들었다면 그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진실은 창작자만이 알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어쩌면 오사마손의 입장에서는 약간 억울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을 꼽은 포스팅에서 Gucci Mane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 그가 전성기였을 적 트랩 씬에 대해 훤히 꾀고 있는 오사마손이라면 그 역시 진작에부터 존경해 온 인물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Gucci Mane은 자신은 물론, Carti나 Chief Keef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거장이지 않은가. 오사마손은 자신의 영감에 대해 더욱 근원적으로 파고들어 그 태초를 향한 헌정을 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Olivier가 레퍼런스로부터 Gucci Mane보다 [Whole Lotta Red]를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원인에는 다름 아닌 샘플보다도 지글거리는 프로덕션에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레일을 거의 일직선으로 질주하는 듯한 비트 주변에서 경찰차 사이렌처럼 반복적으로 울리는 신스를 통해서도 "Stop Breathing"가 연상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따라서 전자의 우스꽝스러운 재치보다 후자의 격렬한 펑크 정신이 인상을 가로채는 것이다.
I first heard psykotic on CD—the label was so scared of leaks they refused to send a digital stream–and the earbuds and Walkman I received with it were barely built for the muggy distortion baked into the production. Ten seconds into the intro’s wormhole of clipping tumult, I honestly thought producer Warren Hunter broke the Walkman. The lowend claps crammed into its rhythmic nexus are the only sounds that made it out alive.
https://genius.com/artists/Warren-hunter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habits
비유컨대 ok가 주조한 [Jump Out]이 멜로디컬 데스 메탈이었다면, Warren Hunter가 키를 맡은 [psykotic]은 다시금 고전 펑크로 회귀한 듯한, 그러면서도 브루탈리즘을 익스트림 영역까지 끌어올린 슬럿지 코어다. 그렇기에 펑크 미학의 원류에 가까운 "Rockstar Made"나 "Stop Breathing", ""New Tank" 등을 간혹 떠올릴 수 있다.
Warren Hunter의 프로듀싱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몇 차원 더 하드한 버전의 [Flex Musix]라고 달리 말할 수도 있을 테다. 숱한 레이지 명곡들을 배출한 장인답게 그 역시 808 베이스를 디스토션으로 갖고 노는 데 능통하다. 그중에서도 그는 클리핑(clipping)을 기술로써 다루는 데 독보적인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유출 방지를 위해 CD로 [psykotic]를 미리 들어봤다는 Olivier가 인트로를 듣자마자 자신의 오디오 장비가 망가진 줄 알았다는 감상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의 비트는 의도적으로 지저분하다. 그가 주조하는 폭력과 살육은 스릴러를 넘어서 명백하게 고어의 영역이다. 너무 처참하게 뭉개져 신원 파악이 일절 불가능한 시체 더미를 보고 있다는 인상이 적확하다. 모든 것을 일그러뜨리는 날카로운 소음은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질감에 가깝다. RYM에서 본작의 장르를 표기할 때 구태여 하드코어 힙합을 볼드체로 표기한 이유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오죽하면 Carti의 "Pop Out"이 순한 맛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리드 신스는 애초에 들리지도 않는다. Olivier의 말대로 밀워키의 로우엔드를 잔뜩 비틀어버린 핸드클랩만 간신히 들릴 뿐이다.
Hunter also helms “FMJ” and “Get away,” tracks whose clumps of 808 fuzz land like brass knuckles to the spleen. If production like this wasn’t all over Ken Carson’s More Chaos, it’d hit even harder, but then again, he and Osama have been swapping similar beats from the same producers since 2023. All the more reason to pivot in a new direction.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fmj-feat-che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get-away
극단적인 클리핑과 디스토션으로 고막을 괴롭히는 프로덕션은 "FMJ"나 "Get Away" 등에서도 한결같다. 퍼지(fuzzy)한 베이스의 질감은 슈게이징처럼 천상으로 가는 뒤틀린 나팔로 기능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금속성 너클로 상대의 안면을 강타하고 짓누르는 폭력 그뿐이다. 그의 혼돈이 극한으로 향할수록 팬들을 더욱 미쳐 날뛸 것이다. 모싱보다 더욱 과격한 짓거리를 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잠깐만, 더욱 '극한으로 향하는 혼돈'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어떤 선례가 이미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Ken Carson의 3집이자 [A Great Chaos]의 후속작 [More chaos]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우선 [Whole Lotta Red]가 Opium의 원류라고 한다면, [A Great Chaos]는 정수라 할 만하다. 뱀파이어와 같은 고딕 호러 대신 인터넷 문화로부터 도래한 90~00년대 크리피파스타 콘셉트를 차용한 이미지에, 타이틀을 빌어 혼돈의 미학을 처음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가령 "Fighting My Demons" 역시 Warren Hunter가 비트메이킹을 담당했는데, 엑소시즘을 소재로 삼은 트랙답게 으스스한(spooky)한 신스를 타락한 베이스가 감싸면서 위협적인 파괴주의를 형성한다. 이때 베이스는 마치 파멸을 전조하는 둠 메탈처럼 매우 둔중하고 강렬하다. 그리고 Warren 답게 볼륨은 당신의 귀 건강 따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처럼 호러코어에 영향을 받은 헤비한 파괴주의는 내 [Jump Out] 해설문에서도 설명했던 브루탈리즘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그리고 Osamason이 [psykotic]에서 브루탈리즘을 익스트림 영역으로 몰아붙이려 했던 것처럼, [More Chaos] 역시 전작의 미학을 강화하는 데만 몰두했다. 세부적인 사운드의 톤과 질감은 차이가 있을지라도 전체 앨범의 기획 의도는 완전히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Ken은 극단과 압도에 오롯이 집중하면서도 전작의 정신을 어떻게든 이어가려 했다. 콘셉트는 거의 그대로 가져왔고, 기어만 더 올려놓고는 이를 항시 유지했다. 그리고 팬들의 반응은 그 지점에서 갈렸다.
이를테면 효과적으로 일관된 독기 vs 완급조절에 실패한 자기복제 간의 논쟁이다. [psykotic]은 이러한 논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일단 [Jump Out]과 [psykotic]에서 추구하는 각각의 사운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위에서 ok와 warren의 프로덕션 차이를 설명한 바와 맥락이 비슷하다. 그리고 Osamason의 랩 퍼포먼스는 동일한 차량이되 기어만 급격히 올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튜닝을 새롭게 한 셈이다.
그러나 Olivier는 자기복제의 문제가 아니라, Ken과 Osamason 간의 유사 지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기에 논점이 다르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각각의 작품의 의도가 동일하기 때문에, [psykotic]에는 분명한 선례가 있는 것이다. 그는 그 선례의 존재 자체가 애초에 없었거나, 자신이 모르고 있었다면 작품의 스타일을 독보적인 영역으로 보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 따른,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불상사일 뿐이라면 면죄부라도 생기겠지만 둘의 교류가 예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모든 팬들이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별개의 영역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Not all beats here are weapons of mass destruction, though: producer ok’s breezy Pi’erre Bourne replica, “She woke Up,” is disappointing; Rok and Gyro’s synth-encrusted utopia, “yea i kno” is staggering.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she-woke-up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yea-i-kno
[More Chaos]에 없지만 [psykotic]에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완급조절이다. 적어도 후자에는 "worldwide", "she woke Up", "yea i kno"처럼 익스트림이나 브루탈리즘과는 거리가 먼 트랙들이 있어 이따금씩 숨을 돌릴 수 있다. Warren이 키를 양보하는 대신 ok, LEGION, gyro 등 Osamason의 다른 뮤즈들이 이러한 여백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모든 트랙이 Olivier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그는 "she woke Up"에 직접적으로 실망을 표했고, 반면에 "yea i kno"에서는 나름의 경탄을 표했다. 전자는 플러그에 가까우며, <Osama Season>를 수놓는 레이지와 다크 플러그 사이에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무드를 제공했던 일부 트랙들─ ─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어쩌면 도중에 등장한 산들바람으로부터 맥이 빠진다고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사마손의 데뷔 전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반가운 팬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후자는 ok가 담당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약간 더 순화된 버전의 [Jump Out]을 듣는 듯하다. 베이스가 요동치지는 않지만 변덕스러운 랩 퍼포먼스와 신시사이저가 미약하게나마 에너지를 품고 있다. Olivier는 그 에너지가 반가웠던 것일 수도 있다. 혹은 곡 자체로 따져보았을 때 이 정도의 캐치함이라면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할 만한 수준이라고 여겼던 것일 수도 있겠지.
Vocal dynamism is what gives psykotic its style. OsamaSon’s accounts of moving bricks and letting bullets fly have never seemed believable, but the way he contorts his pitch and manipulates the cracks in his voice turns his role-playing into must-see TV. He’s been honing that pitched-down croak on “Maag Dump” since last year’s face-scrunching “just score it.” When his voice is pitched up, like on “Function” or “Gintama,” he sounds so geeked up he might pop.
https://www.youtube.com/watch?v=_71wNIn-kQ8
보컬 운용에 관해서는 전작보다 더욱 실험적이거나, 의외의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실험에 관해서는 작년에 발표된 "Just Score It"의 이야기로 거슬러 가야 한다. 단조로우면서도 소리가 일그러진 gyro의 비트에 오사마손은 톤을 피치 다운하는 선택을 했다. 여기서도 Carti가 선보였던 Future 풍의 로우톤 스타일이 연상된다면, 당신은 역시 실망할 것이다. 반대로 그의 사이보그 톤에 새롭게 입혀진 그만의 독보적 운용법이라고 여긴다면 나름 성공적인 실험일 수 있겠지.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maag-dump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function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gintama
[psykotic] 전반에 걸친 무미건조하면서 역설적으로 에너제틱한 보컬은 가사적으로 하드코어 힙합의 성격이 짙어진 콘텐츠에 맞춰 일전의 실험을 연마하고 동기화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때 그는 단지 피치 다운 톤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여러 버전에 걸쳐 실험을 확장해 적용한다.
가령 "Maag Dump"의 경우, "Just Score It"에서의 로우톤과 "Habits"에서의 톤이 지킬 앤 하이드처럼 변칙적으로 병용된다. 특히, 로우톤이 나올 때는 그에게 부활한 뱀파이어보다는 더 악랄하게 개조된 프랑켄슈타인이 보인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Carti와 상이하다. "Function과 "Gintama"는 반대로 피치 업을 통해 사이보그 톤을 전자는 외계 우주선, 후자는 무아지경의 영역으로 보내버린다.
Osama is at his most earnest when he yearns for private affection on “In It” and “Get away,” the latter spotlighting him at his most despondent. Rap-singing a hook that’s more Chino Moreno than Jordan Carter, he’s never sounded this honest: “I know it’s all yours/You never called for it/Sometimes I feel like that you didn’t wanna walk for it/Didn’t wanna crawl for it/I put in my all for it.”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in-it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get-away
오사마손이 간혹 취약하거나(vulnerable), 약간 진솔한 모습을 보이는 일부 트랙에서, Olivier 역시 그의 의외적인 면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하다. 앞서 부드러운 사운드를 선보였던 "She Woke Up"에 직접적으로 실망을 표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예시로 든 트랙 "In It"과 "Get Away"은 분명하게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 [psykotic]의 시그니쳐 스타일을 따라 브루탈리즘이 중심을 견고하게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견고한 성벽 안에 그의 입체적인 내면을 보는 것은 분명 다른 감흥을 제공한다. 이는 그간 일관해오던 포스트-아이러니적 단순무식함과 정면으로 대응하는 지점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사이보그 톤을 잃지 않음으로써 자칫 Destronely Lonely의 이모-레이지와 닮게 되는 아류적인 실수는 다행히 범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결론적으로 여태껏 개발해 오던 새로운 보컬 운용법만큼은 Carti의 그늘에서 벗어난 고무적인 성취로 인정할 수 있겠다.
As a record, psykotic mostly accomplishes what it sets out to do, and yet it’s hard to shake my cynicism. At its peak—thinking of “Habits,” “Addicted,” and that run from “In It” to “Whats Happening”—it’s fevered and galvanic, like how it feels to be so fried you can’t tell if you’re scared shitless or having the time of your life.
[psykotic]의 하이라이트는 어쨌든 브루탈리즘을 익스트림의 영역으로 격상시킨 데 있다. 쾌락주의를 정신이 아찔해지는 노이즈의 무아지경까지 끌어올렸고, 적어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트랙─"Habits", "Addicted", "Whats Happening"─만큼은 한 치의 타협 따위 없는 무쇠 같은 신념을 보게 했다. 근래 하이퍼팝 아티스트가 레이지에 침투하거나, 레이지를 팝적으로 운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는 형국이지 않은가. 오사마손은 오히려 레이지의 원초적인 공격성, 이를테면 펑크와 메탈에 기인한 반달리즘과 파괴주의를 기억하며 이를 더욱 매니악하고 하드코어하게 관철했다. 분명 이는 장르 내 근본주의자들에게도 반가울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만약 당신이 [Flex Musix]를 그의 최고작으로 여기는 팬 중 하나라면,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응집력 있는 톤앤 매너를 떠올리며 [Jump Out]보다 본작을 더욱 반겼을 것이라 짐작한다. 반면에 [Jump Out]의 신선한 변화에 매료된 팬이라도, 전작의 브루탈리즘 내지는 사이버-테러리즘을 계승했음을 명백히 드러내는 지점들을 발견하면서, 스타일을 확장하려는 시도로서 나름 기특하게 보았을 것이다.
But OsamaSon and his collaborators seem determined to route that turbulent energy… right back to his starting point. On “FMJ,” Osama’s stone-cold, dreary-eyed drone holds firm in the face of 808 torrents and synth trills. What follows is a surprise verse from Che, who’s been rapping like he just rediscovered “JumpOutTheHouse” and can’t get it out of his head. His Auto-Tuned yelps, meant to feel exhilarating, instead feel laborious, especially when you know he’s talented enough to cultivate something original. In a sudden shift mid-verse, Che swaps his WLR impression for a stoic, guttural warble that lasts no more than three seconds. “I was with Lil O/We got O’s/Smokin’ buku bitches,” he intones, briefly treading a new path before retreating back to safety. On paper, the line means nothing, but its delivery suggests salvation from déjà vu. Or maybe that’s wishful thinking.
그럼에도 근본을 지키는 것과 관습에 머무르는 것은 다른 것이며, 후자를 극복하지 못하면 전자가 지니는 가치조차 완전하게 빛을 발하지는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누그러들 줄 모르는 Olivier의 회의는 Carti나 자기 자신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고 여긴 데 핵심이 있다. 설령 작가 본인은 변혁을 목적으로 삼았더라도, 일부 안일함을 범하고 말았거나 동료가 그의 비전에 제대로 보탬이 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가령 그는 "FMJ"에서 Che의 퍼포먼스로부터 안일함이 곧 치명적인 결점으로 가닿는 순간을 목도하고 말았다. 나는 Che가 게스트 리스트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분명 그가 기대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본문의 두 번째 단락('~ Biting Carti?')에 전술했듯 [REST IN BASS]는 고무적인 성취로 기록되고 있다. 피치포크의 올해 베스트 앨범 50 리스트에도 39위로 선정됐다(물론 다른 에디터가 선정평을 남겼지만).
https://pitchfork.com/reviews/tracks/che-hellraiser-ft-osamason/
그중 반대로 오사마손이 게스트로 참여했던 수록곡 "Hellraiser"에 대해서는 Olivier가 직접 베스트 뉴 트랙으로 선정평을 남긴 바 있다. 그는 듀오가 주조한 착란 상태에 가까운 활기에 주목했다. 해당 트랙 역시 "New N3on"이나 "Control"처럼 네온 빔 사이를 쾌속 질주하는 미래주의적 환희, 혹은 동료의 역설적으로 조이풀한 파괴성을 본뜬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둘은 스카이존 안에서 무수한 탱탱볼들을 갖고 놀면서 자유롭게 공간을 누비는 어린아이처럼, 각성 상태에 절여진 플로우를 감각적으로 다루며 [WLR]의 울타리는 물론, 자신들의 전작으로부터 한 층 과감하게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전형적인 Carti 식 과장된 오토튠 하이 톤과 애드립도 매우 쫀득하고 촘촘하게 조율해 내며 자신만의 고급 스킬로 승화시켰다.
반면에 "FMJ"의 경우 독창적인 각성 상태에서, 이를테면 다소 작위적인 맹견의 광분 태세로 회귀한 듯한 인상으로 받아들였다. 유감스럽게도 Olivier는 그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와중에도 힘에 부친 인상이 역력함을 피력하며 이를 퇴행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에게는 피로감으로 다가왔을 뿐이며, "JumpOutTheHouse"가 너무 노골적으로 되풀이된 인상이라는 점을 치명적인 문제로 삼았다. 특정 플로우를 반복하는 부분에서 주문을 외우듯 'jump out the house'로 노래를 도배해 버린 경우가 오버랩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겠지. 적어도 그의 랩에 도입을 장식한 'Two new bad bitches, I got both of These Hoes Kissin'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반면에 Sayso Says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독창성을 발휘한 것으로 인정했다. 앨범에는 초기 The Weeknd를 연상케 하는 파티 속 향락주의와 허무주의가 레이지와 하이퍼팝 사이 어딘가에 있는 사운드 레이어의 각 틈새에, 마치 버거 속 패티를 촉촉하게 적시는 치즈처럼 버무려져 꽤 그럴싸한 맛과 재미가 있었다.
그것이 Osamason이나 Nettspend, Carti, Ken Carson, Destroy Lonely 등 누구와 비교해도 겹치지 않는 부분임에 나 역시 동의한다.
반대로 작정하고 이들의 유산을 흡수해 극대주의로 나아간 작품이 [REST IN BASS]일 텐데 이는 오히려 확실한 패기와 목적의식─이를테면 상기했던 각성 상태로의 진화, 장르의 현주소에 관한 질문, 선대와 원류를 향한 충실한 헌사─이 있었고, 그것이 곧 성취로 인정받을 수 있던 데에는 결정적으로 '집중력'이 작용했다.
Olivier는 이러한 집중력이 안일함에 자리를 내주고만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 것이다. 물론 그가 퍼포먼스의 쾌감을 위해서 정말로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일함이란 나태가 아니라 착오에서 비롯될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극대주의는 분명 좋은 대안이지만, 허점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잠깐 톤을 뒤틀면서 꽤나 신선한 변칙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 우리는 한 번쯤 다시 번뇌해 볼 만하다. 그의 퍼포먼스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주장에 반발하는 입장일지라도 그가 던진 논제는 꽤 유의미하다. 이를테면 방향성이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으로 노를 젓는 방식에 대해서 좀 더 열린 생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The new artists of our time should be taking pride in subverting the formulas of their predecessors. Kill your fucking idols! Remember when Young Thug wanted to one-up his GOAT Lil Wayne so bad that he tried to drop Tha Carter VI? What resulted from that turned out to be more subversive and more iconic than anything Weezy has dropped since. Someone let the kids know they’re just as capable of pulling that off.
그는 강하게 이야기한다. 당신 안에 있는 우상을 죽여라! Young Thug이 Lil Wayne을 넘어서기 위해 감행했던 파격을 떠올려 보라고 주장한다. 그 말인즉슨 아직 신세대가 선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자신들의 진정한 무기를 아직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하는 것과 같다.
이에 대한 힌트는 오히려 Che에게는 [REST IN BASS]에, 오사마손에게는 [Jump Out]에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psykotic]에서의 익스트림으로 격상한 브루탈리즘은 그 자체로 혁신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혁신 아래에 자기참조를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든 레퍼런스가 잔존해 있다는 것에 대한 반발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한계를 이탈하기 위함이랍시고 기어만 한없이 높이는 것이 아니라, 코어를 통째로 바꾸길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지나치게 디테일에 민감하게 반응한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누군가는 반대로 본작이야말로 카티의 그늘을 비로소 벗어난 순간으로 여기기도 했으니까. 안전지대로 후퇴한 듯 보인다고 했지만 일부 팬들은 그것이 장르만이 지닌 쾌감을 충실히 구현하려는 근본적인 정신으로 보기도 한다. 단지 비평가의 입맛에 전작이 맞았던 것일 뿐이라고 단정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만약 그의 주장이 시사하는 바대로 원초적 에너지의 증폭만이 답이 아니라면, 혹은 그것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훨씬 더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 낼 수만 있다면, 그의 회의주의는 과연 돌이켜 볼 가치가 있다. 지금 이 길을 새로운 개척이라 믿고 모두가 지지하며 따를 때, 그것은 언뜻 장르의 이상으로 가고 있는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펑크의 정신을 더욱 강경하게 계승하기 위해 하드코어 무브먼트가 주창됐고, 그것이 포스트-펑크 및 뉴웨이브로 인한 펑크의 상업화나 불분명화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시드 비셔스의 표상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뿌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 하드코어마저 세월이 지날수록 아이디어가 고갈되면서, 그저 또 다른 상투적인 관성을 초래했고 씬이 정체되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레이지 씬에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약 현재 씬의 흐름을 포스트-레이지 내지는 세컨드 웨이브로 완강히 규정하고 싶다면, 그 포스트와 뉴 웨이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팬으로서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해야, 아티스트로서 그들이 쟁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