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섯 개 플라스틱통 중에 내가 사 온 거는 한 개도 없어. 모두 당신이 사 온 거야. 그래서 내가 뭐라 그랬어. 관리가 안 되니까. 물건 사 오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하잖아. 내가 사 온 거라 이야기하면서 관리 못한다고 왜 나한테 지랄을 떠냐고.
내 목청이 걸걸해질 때까지 아버지한테 소리를 질렀다. 당신도 우겼다. 자신이 사 온 고추장 플라스틱은 단 한 개도 없다. 전에 어머니가 사 온 거고 중간에 네가 사 온 것이다.
내가 아버지 보라고 그 빨간 플라스틱통(고추장통)을 아침에 꺼내놨다. 그랬더니 그게 다섯 개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중에서 단 한 개도 당신이 사 온 것이 없고 전부 내가 사놓은 거라 알고 있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그중에 한 개중에 백김치가 나왔다. 네가 관리를 못 해 백김치가 있는지 고추장인지 구분도 못하고 있으니 냉장고에서 썩어 들어가는지 알게 뭐냐. 백김치는 살아생전 어머니가 담가놓은 것이 그래도 담겨 있던 것이였는데 나는 그것이 고추장인줄 알았고 냉장고에서 고스란히 담겨 있는 줄만 알았다.
일요일 아침에 아버지한테 버터를 녹여 빵을 구워 드렸더니 너무 잘 드시고 아무 말이 없었다. 아버지 친구 만나고 오겠습니다. 그래라.
저녁 다섯 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다.
밖에 나가있는 동안 빨간 플라스틱을 일일이 다 열어봤는지,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화를 냈다. 4개는 고추장이었지만, 한 개는 백김치가 담겨 있더라. 너는 이 것도 모르고 있었냐. 대체 냉장고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었던 거냐. 그리고 나는 고추장을 한 번도 사온 적이 없다, 다 네가 사 온 거 아니었냐. 그랬으면 네가 관리를 해야 할 거 아니냐.
거기서 나는 울컥했다. 소리를 질렀다.
씨발!
그걸 내가 관리를 해야 하는 거야?
냉장고 관리를 내가 하는 거냐고? 이 새끼가 아비한테 반말로 지껄여? 아이고 못 배운 티를 내는구나. 야. 새끼야. 나가. 없어져. 들 떨어진 새끼. 너 군대에서도 헌병대 끌려갔었잖아.
아버지 제가 언제요? 말을 지어내지 마세요. 제가 언제 헌병대에 끌려가요?
거기서 아버지한테 달려들었다. 아버지 목을 잡았다. 죽어 이 새끼야. 나를 괴롭히지 말고 죽어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