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최명숙 작가 <숨은 그림 찾기>
“끝내 찾을 수 없었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막막한 삶 속에서도 우리는 마지막 남은 그림을 찾기 위해 손을 뻗는다.”
<숨은 그림 찾기>라는 책 앞표지에 요약해 둔 한마디다.
이 책은 9개의 단편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이 책 저자, 최명숙은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동화, 소설, 산문집 등을 출간했고 여러 편의 저서와 공저도 있다.
“인생을 하나의 명제로 규정해 주는 소설은 매력적이다. 인생은 ‘숨은 그림 찾기’라고 명제화하기 때문이다.”라고 소설가 우한용은 말한다.
최명숙 소설은 기억과 어떤 관계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었다. 여전히 찾아내지 못하는 그림이 있다고 밝히듯 지나온 시간과 인연 속에서 진실은 흐릿하거나 그랬던 것 같은데?라고 화자가 내뱉게 하고 독자는 끝까지 그걸 찾으며 이야기에 빠지게 했다. 단편, [숨은 그림 찾기]에서 ‘그것’이라는 것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궁금하고, [달빛]의 ‘나’가 30여 년 전 삼촌의 죽음을 비통해하던 작은 엄마가 담배 건조실 안에서 영진 아재와 엉켜 있던 것을 봤는데 흐릿할 뿐인 걸 보면 그렇다.
이 소설집 중에서 내게는 [두 여자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화자는 ‘웃음 헤픈 여자’와 ‘뻐드렁니를 가진 여자’를 소설 합평회에 제출한다. 이런 소설을 ‘액자 소설’이라고 심영의(평론가)는 말한다. 액자 소설이란 하나의 이야기 안에 다른 이야기가 액자 속에 있는 사진이나 그림처럼 끼어있는 소설을 말한다.
또한 이 소설은 마치 수필 같았다. 강한 레알리티를 기법으로 자전적 에세이를 읽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에니 아르노라는 소설가가 떠오른다. ‘에니 아르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제 넓은 의미의 수필의 시대’라고 했다. 에니 아르노의 소설이 너무도 치밀하고 실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니 아르노는 소설을 썼는데 수필처럼 읽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요즘은 판타지가 가미되지 않은 소설이 거의 없을 정도다. 대부분 TV 드라마는 판타지 일색인 웹소설에서 먼저 반응을 살펴본 후에 괜찮은 것을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시대 의식, 역사적 레알리티가 뚜렷한 글을 만나면 재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그 어떤 것에 매료된다. 그러한 글이나 드라마는 다시 보게 되고 결국 스테디셀러가 된다. 때로는 역주행하기도 한다. 결국 진정성은 판타지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다.
에니 아르노는 자신이 경험한 것만 소설로 쓴다고 했다는데 최명숙 작가의 소설에서 그런 레알리티가 보였다. 특히 [두 여자 이야기]에서 그것이 증명되고 있었다. 수필처럼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개연성이 탄탄하다는 말이다. 거기에 가독성과 재미가 더해졌다.
“다른 책은 안 나가도 문학은 잘 나가요.”
요즘 출판업계에서 하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텍스트힙(text-hip)’ 흐름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 시장이 ‘한국 문학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조선일보 11/18일 자 발췌)
소설이 꼭 수필 같다고 아우성치는 장면이 [두 여자 이야기]에 등장한다.
합평회 할 때 살살하던 문우들이 술이 들어가더니 신랄하게 내 글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소설적 형상화가 되지 않았으니 소설이냐, 지금 세상에도 저런 여자가 있느냐, 시의성을 갖지 못한 소설이 무슨 독자의 시선을 끌겠느냐, 독자가 없으면 소설 쓸 이유가 없다. 그래 다 좋다 치고 주제가 뭐냐, 그녀와 여자처럼 살지 말라는 거냐, 두 여자를 통해 보여주려는 게 뭐냔 말이다. 등등 그중에 김 선생이 가장 신랄했다. 소설도 아닌 걸 소설로 포장해 발표했다며 이건 자료밖에 되지 않는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무슨 말을 더 했는지 모르겠다. 귀가 먹먹하고 머리가 빙빙 돌 것 같았다.
듣다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겁한 것들, 꼭 술의 힘을 빌려야 해! 그래, 당신들은 얼마나 잘 쓰는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야. 이거 왜 이래! 난 이야기라도 만들었어, 당신들은 뭐 했는데! " (152P 발췌)
최명숙 작가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동병상련으로 인물을 껴안아 마침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회복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최명숙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 보인다. 부드러움이 차가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고 있다.
쓰면서 만난 것은 ‘찾기’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사라져 버릴 그 이야기를 밖으로 내놓았노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껏 나도 책 속에서도, 삶에서도
뭔가를 찾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쩌면 인생은 ‘숨은 그림 찾기’ 인지도 모를 일이다.
대문사진: @알라딘
최명숙 작가 : https://brunch.co.kr/@sowoon823
#최명숙
#숨은그림찾기
#서평
#에니 아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