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한 줌의 고래

2화 동굴인

by homeross

'한 마리의 고래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결국 한 줌의 흙이 되었다.'




한 시간 반정도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또 지하철로 환승하여 회사 앞에 도착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지금부터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장착하고 관심이 전혀 없는 일들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한다.

긴장감이 굳은 뒷목을 더욱 뻗뻗하게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하기 싫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들을 하고 일정 시간을 저당 잡히는 대가로

보잘것없는 삶을 겨우 지속할 만큼의 대가가 주워졌다.

모두 웃고 있지만 어쩐지 모두 짜증을 누르며 건조하게 대화했고 그 대화조차 특별히

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메일과 메신저로 대체되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사냥하기 위해 싸우는 동료였다.

동료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두 자신의 삶을 대가로 이곳에서 삶을 지속하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중간관리자'라고 불리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쩐지 조금 더 힘이 있고 동료이지만 다른 동료들 보다도 훨씬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사냥을 이끌고 명령을 받아 다시 명령하지만 어쩐지 사냥감보다는 명령을 하는 동료들을 더욱더 몰아세웠다.

마치 자신을 높이기보다는 우리를 낮춰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우월감을 즐기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의 동료들도 그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상처 입은 동료가 있다면 그에게 기꺼이 제물로 바쳤다.

사냥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동료들은 그 책임이 자기에게 돌아올까 전전긍긍하며 눈치만 보았다.

우리는 그렇게 실체가 없는 사냥감을 사냥해야 했고 실제의 위협인 관리자를 피해 가며 하루를 버텼다.

해가지고 관리자가 사냥 떠를 떠나고 나서야 우리는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뭉친 어깨와 굽은 목을 들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사냥터로 오는 길만큼 힘든 여정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함께 출발했던 동료들이 잔뜩 있다.

그들은 아침보다 더 흐릿한 눈빛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집으로 향한다.

한 가지 다를 게 있다면 아침에 없던 공격성으로 가득하다.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있고

그 안에는 신경질과 짜증이 잔뜩 담겨있다.

그들은 좁은 전동차 안에 빽빽이 몸을 채우고는 바삐 집으로 돌아간다.

그나마 그들은 행복한 편이다. 아직 사냥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동료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어둡고 아늑한 동굴 속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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