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생신선물

책장 앞에서 글쓰기

by 시린

오래전에 절판된 < >를 찾느라 책장 앞에 앉아 있으니 ‘아’가, < >랑 OOO는 형부가 빌려 갔다고 한다.

아; OOO 예전엔 많이 읽었는데.


나; 점점 이상해져서~ 이젠 별로던데?


아; 처음 나왔을 때나 재밌었지 뭐. 나도 OO편 다음으로는 안 샀어.

나; 요즘엔 기다려지는 책이 별로 없긴 하지. 대하소설이나 시리즈 같은 거.


아; 시내를 못 나가니까 서점 안 간지도 몇 년 됐어. 거기 끝에 있는 거, <사기열전1>이 마지막이야. 다섯 권짜린데. 그걸 삼 년 전에 샀는데 나머지를 여태 못 사고 있어.


나; 인터넷으로 사면 되지. 아, 근데 이건 개정1판인데 이제는 개정2판이야. 1판은 아마 없을 거야.


아; 동아서적 가면 있어.

나; 문 닫았다고 하지 않았나?


아; 동아서적이 문을 왜 닫아. 보수동에서 제일 큰 서점인데.


나; 문 닫고 전라도 어디로 갔다던데.. 아, 그건 대우서점이었구나! 동아서적은 아직 있어.


아; 서점이 문 많이 닫았지. 남포동에 OO인가? 2층짜리. 거기도 안 보이던데.

나; 교보문고 같은 데서 사면 돼.


아; 광화문 교보문고?

나; 아니, 인터넷 서점. 근데 사기열전은 2권뿐인데?


아; 다섯 권 맞아. 다섯 권 꽂혀 있던 것 중에서 한 권 뽑아온 거라 정확히 기억해. 이만 팔천 원 줬어.

나; 이만 팔천 원 맞는데, 지금은 삼만 원이야. 사기 시리즈가 총 다섯 편이네. 본기, 서, 표, 세가, 열전, 이렇게 다섯 편이고 그 중에 <사기열전>이 1, 2권이야. 주문해 줄게. 개정2판이래도 괜찮지?


아; 지금 주문한다고?

나; 응.


아; 그럼 결제를 어떻게 해?

나; 카드로.

아; 책 갖고 오면 한다고?

나; 아니, 지금. 폰으로 다 할 수 있어.


아; 하긴. 전에 넌가 니 동생인가가 집에서 비행기표 끊어주는 거 보고 깜짝 놀랐지.


나; 티켓 끊고 체크인까지 할 수 있어. 나도 어제 그렇게 왔거든. ...샀어.


아; 그럼 집으로 오는 거야? 돈 줄게.


나; 됐어, 생일선물이야.


아; 허?…(웃음)


책이 도착하면 놀라겠지. <사기열전2> 한 권만 산 줄 알고 있을 테니.


사기 다섯 권이면 몇 개월은 읽겠지. 다음 생신까지 읽으라긴 좀 그렇고. 암튼 다 읽으면 다음 책 사 드릴게.


장바구니에 다 담고 보니 예상한 금액을 훌쩍 넘는 책 가격에 0.3초쯤 손가락이 멈췄었던 내가 밉다. 어찌 그럴 수 있나, 어릴 때 부모님이랑 보수동에 갔을 때, 쌓여있는 책 중에서 딱 한 권씩만 고르라는 말이 야속해 발을 동동 구르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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