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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책 도전기

미미한 독서 수준을 가진 자의 솔직 담백한 독서 후기

by 해피써니

어렵다....어렵다...어렵다....그래도 읽고 싶다.


딱 이 마음으로 시작했다.

사실 한강 작가 책은 몇 년 전부터 읽으려고 했었다. 멋모르고 처음 대출한 책이 '흰'이었다. 얇아서 선택했고, 난해해서 덮었다. 그 뒤로 '한강 작가 책은 어렵다.'라는 인식으로 마음 속에 꼭꼭 묻어두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모든 책은 핫 이슈가 되었고, 도서관에서는 책 제목 아래 '대출중'과 '예약중'이 줄줄이 달렸다. 책을 구입해야하나....고민하던 찰나에 아파트 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 서가에서 한강 작가 책들을 발견했다. 짧은 기간동안 4권을 연달아 읽었다.


'소년이 온다'부터 읽으라고 했던 지인의 추천대로 읽기 시작했다.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읽었다. 한참을 읽다보니 광주5.18사태에 대한 이야기였고,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하며 눈물을 쏟고 말았다. 우리가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실상 이면의 내밀한 전말들에 대해 소설적인 요소를 가미해 표현한 작가의 발상이 놀라웠다.


다시 도전한, '흰'은 생각보다 잘 읽혔다. 몇 년 사이에 내 독서 수준이 높아졌나, 싶은 의심이 생길만큼...... 그래도 어려웠다. 아직도 뭘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책 뒤에 딸린 문학 비평가의 글을 읽어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연이어 읽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년이 온다처럼 역사적 사건을 서사적으로 다루지 않고 개인의 심리 상태를 깊이 파헤치며 후반부에서야 구체적인 전말이 드러나 이해가 쉽지 않았다. 다 읽은 후에 제주 4.3 사건을 다루었다는 걸 서평으로 알게 되었다.


네번째 도전책은 가장 마지막까지 미뤄두었던 '채식주의자'였다.

사실 읽기 전부터 '토 나올 수도 있다', '너무 야하다', '19금이다', '정말 엽기적이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한 줄평이 너무 강했던 책이다. 좀 더 한강 작가에 대한 이해가 생긴 뒤에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빌렸지만, 가장 나중에 읽었다.

읽는 내내 생각보다 쉽게 읽혀서 의아했고, 생각보다 그냥 소설이라서 괜찮았다. 2장을 읽는 동안에도 엽기적인 형부의 비밀이 언제 밝혀질까 조마조마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3장을 다 읽으며 경악했다. 정신 분열증...... 이 모든 행동의 원인이 정신 분열증이었던 것이다. 읽는 내내 몰랐다. 주인공의 이상한 행동들이 허구적인 행동 패턴이라고 생각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혼란의 극치를 경험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언니 '인혜'가 안쓰럽기도 하고 공감되는 부분도 있어서 계속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나서 책이 갖고 있는 묵직함에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워 참 힘들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저 밑바닥에 있는 인간의 어두움을 끌어올리는 기분이었다. 채식주의자는 인간이 갖고 있는 것들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기분이랄까? 폭력적이고 무미 건조하고 계산적인, 그런 것들에 쉽게 무너지고 무너질 때 어떻게 망가지는지, 원망과 미움 너머에 있는 아련함과 책임감, 회피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아주 세밀한 인간의 숨어있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강 작가의 통찰력이 놀라웠다. 소설을 읽으며 사실 그냥 살다보면 잘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어딘가에 꼬깃꼬깃 숨어있었던 마음들, 애써 외면했던 어둠의 그림자가 내 마음 언저리에도 있다는 걸 깨닫고 흠칫 놀라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마음들을 직면하기에는 내가 단단하질 못하다. 내 마음을 며칠 동안 주체하지 못해 질질 끌고 다닌 걸 보면.......


한강 작가 책 5권을 읽으려고 마음 먹었는데, 잠시 쉬기로 했다.

한 숨 돌리고,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 내 마음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다시 도전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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