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교시는 과학 전담 수업이다. 아침부터 잔뜩 힘 주고 출근했건만 전담 수업이라 애들을 데리고 과학실로 갔다.
3교시는 국어였다.
"국어 안 하고 중요한 얘기할거예요. 책 다 집어 넣으세요!!" 목소리 깔고 분위기를 잡았다.
아이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긴장한 표정이다.
"어제 6교시에 수용(가명)이 욕 써 놓은 종이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선생님이 주워서 다시 테이프로 붙였어요. 누가 했는지 찾아내려고. 어제 집에 갈 때 선생님한테 조용히 얘기하고 가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왔어요. 선생님 너무 실망스러워요. "
난 심~~각한데 아이들은 나와 상관없는 얘기를 왜 자꾸 힘 줘가며 하시지?이런 표즹으로 날 쳐다본다.
더 이상하는 건 무리다 싶어, 친구에게 기분 나쁜 욕이나 말을 하면서 상처주지 말라고 당부하며 마무리했다. 덧붙여 하루만 더 시간을 줄테니 선생님한테 와서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까지 아무도 나에게 오지 않았다.
옆 반 선생님은 작년에 자기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그 때도 아이가 끝끝내 나오지 않았다며 날 위로했다.
마음은 심각한데 상황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내 마음과 달리 그저 해맑은 아이들을 보며 털어버리기로 했다. 이게 최선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