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직감하는 순간
한 사람 때문에 정상으로 뛰던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고 그 두근거림이 점점 빨라지면서 진정이 안 되었을 때. 얼굴에 핏기가 통하지 않고 마치 내 주위 시야가 이리저리 흔들릴 때. 도대체 이런 현상은 어떨 때 겪을까? 난 작년 6월 난생 처음으로 이런 비정상적인 몸의 변화를 겪었다. 그건 바로 당시 남자친구에게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순간이었다. 심지어 헤어지자는 것도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재회를 하고 다시 만난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는데, 재회를 한 후 불안정한 우리의 모습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그에게 내가 불안한 행동을 많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불안은 옮겨간다고.. 내 불안이 그 사람에게 옮겨갔던게 아닌가 싶다. 나는 다시 만난 이후로 달라진 그의 행동에 매 순간이 불안했고 노심초사하는 상태였다. 헤어지기 전에는 내가 친구를 만나느라 3시간 정도 연락이 안되면 집에 갈 때 그 친구는 내게 전화해서 연락을 자주 안 해준다며 토라지곤 했다. 그런데 상황이 완벽히 반대가 되었다. 그는 나와 처음 헤어지고 혼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마음정리를 하러 간 건지, 머리를 식히러 간 건지, 아니면 원래도 평소에 가고 싶어했는데 내가 못가서 아쉬운 맘에 혼자라도 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제주도를 다녀온 이후로 거의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우리가 서로 편하게 지내도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우리는 서로 많이 좋아했지만, 사랑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사랑한다고 말을 했지만 우리는 각자 고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둘의 성향이 매우 다른 것도 어느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나도, 그도 서로를 많이 좋아했다. 적어도 처음 헤어지기 전까지는
사실 나는 이 사람과 어떻게 연애를 했고 어떤 식으로 이별을 했는지 자세히 말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재회 후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 그 이후의 내가 어떻게 이별을 극복했는지 적어보려 한다. 이별은 그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연인이 아니어도 가까운 친구, 지인, 반려동물, 그 누구든 왜냐하면 생명이 있는 한모두 죽음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깊이 갔나? 싶을 수 있지만,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있다는 전제 하에 이별을 받아들이면 보다 편할 것이다. 중요한 건 이별을 했다는 사실보단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한번 더 알아가고 헤어짐의 상대와 완벽히 이별을 해야만 다음 만남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