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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스미는 시간

해 보는 장면

by 홍선



저수지의 둘레길을 접어 반절의 구간을 이리저리 걷다 뛰다. 귀에 익숙한 유튜버의 나지막한 음성을 들으면서 생각을 연결해 보다가 이야기가 귀에 걸리지 않고 다른 지점에 가 있기도 하고 어느 길로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 산책하는 무리 등과 만나지 않고 계속 뛰다 걷다의 패턴 운동을 할 수 있을지 계산하기도 하며 걷다 뛰다 걷다.


오늘은 자라도 오리도 보이지 않는 구간에서 운동을 한다. 같은 장소에서 약간의 동선 변동만 주어도 반복해 지나가다가 보이는 것이 달라 심상으로 들어오는 것이 다르다.


유난히 추워진 어제오늘, 가로수의 잎이 더욱 가을빛으로 물들고 어느 결에 나뭇잎을 거의 죄다 떨어트린 나무도 보인다.


읽은 소설, 읽고 있는 소설 속에서의 태인과 남규 그리고 인선과 준희와 민진과 담희 등이 나와 걷고 있을 길이다.


삶에서 나온 소설 속 이야기의 인물들로 크루아상의 결을 살려낸 버터처럼, 책의 이야기 속 인물들로 일상에서의 상황들은 좀 더 미세한 부분들의 합이라는 이해의 층을 만들어본다.


걷는데 보는 동그란 형상의 선명한 빛을 보여주는 울타리 그림자는 발길을 잠시 잡고, 둘레길을 뛰는 그는 주위에 흩뿌려지는 에너지이고, 잠시 백팩을 내리고 뒤에서 운동 기구를 하는 등산 후인듯한 그도 다시 어디선가에서 걷다가 한 번 더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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