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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속에서

걸어가기로

by 홍선


방향을 어찌 그리 감도가 높은지, 척척 무리이다. 가을빛이 휙휙 지나가버릴 태세라 걷기로 가을을 눈여겨보다.

저수지 둘레길 데크길을 두 바퀴 2.7킬로미터를 돌며 보는 청둥오리 무리이다.


나직한 그의 음성이 나오는 흰 줄 이어폰을 한쪽에 꽂다 양쪽에 꽂아 유튜브를 들으며 둘레길을 빠르게 걷는다.


가을 색에 힘입어 빠르게 걸으며 생각의 버튼을 끈다. 아니, 거기까지 이런 느낌.


나무와 오리와 저수지 물결과 햇빛과 둘레길을 도는 사람들 자체로 가득 차는 장면인 것을.


최근, 소설 세 권을 읽었고 그가 시도하려는 버려진듯한 코스모스를 툭툭 아무 데나 펴서 몇 페이지를 소리 내 읽어보고 터키사에 대해 교차독서한다.


남규와 태인과 담희와 민진이 지나고 코스모스 사이에 인류의 두 가지 선택지를 말한 것을 소리 내 읽어보고 터키사 오스만 제국을 읽어보다가 딸의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남규와 태인의 사이가 떠오른다 딸에게 이야기하며 이 책에 주인공이 좀 이러저러한 사이야 하고 오스만제국을 읽다 코스모스를 넘으니 참, 하면서 읽는다.


소리 내 읽고, 소리 내 해야 할 작은 것을 스스로에게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덜 잊어야 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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