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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보는 계절의 모습

낙엽은 그 어느 때보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난다

by 홍선


목도리, 스카프, 선글라스, 줄 이어폰, 마스크, 장갑을 두르고 끼고 가을 끝을 걷는다. 찬 바람이 스밀 때 나는 느낌이 겨울 같기도 했어서 요즘 콧물감기 기운으로 미세먼지에만 대동되는 마스크까지 하고 걷는다. 저수지 둘레길 한 바퀴를 돌다 보니 몸이 데워진다.


추워진 날이라서인지 사람이 평소보다 적다. 한 마리 오리는 머리를 목으로 돌려 접어 잠들어있고 한 마리 오리는 부리를 물에 씻으며 그 옆에 있다.


시시때때로 쌓이는 낙엽은 그 어느 때보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난다. 보도 연석 위 마른 낙엽을 밟으면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등산할 때 디디는 곳이 낙엽이 쌓여 덮인 바위 바닥이면 미끄럽듯이.


이어폰은 가져갔지만 아주 조금 듣다가 듣지 않고 걷기만 해 보기로 한다. 아무것도 듣지 않고 걷기만 하는 걷기가 효과가 좋다고 하나, 무언가 들으면서 걷는 게 좋은데 생각하다가 교감 신경이 더 강화되는 거 아냐 하다 그래도 걷기만 집중하게 되면 부교감 신경의 강화가 되려나 하고 일주일가량 그냥 걸어보기로 하다.


햇빛이 겨울 공기 같은 가을을 데워서인지 1km여를 지나니 장갑과 목도리는 벗게 된다. 목도리 안에 작은 스카프는 두고 목도리와 장갑을 차에 두고 다시 저수지 한 바퀴를 걸으면서는 조금 뛰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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