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수 없는 얼굴
염상섭의 소설 <삼대>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삼대에 걸친 세대간의 갈등을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낸 이야기이다. 이전 시대를 오롯이 통과해 온 할아버지 세대, 시대와 시대를 걸쳐가는 아버지 세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아들 세대, 시대의 고뇌와 번민을 안은 주체들은 가족이란 구조 속에서 더욱 치열하게 충돌하며 갈등한다.
1930년대 시대의 서사를,
우리네 얼과 삶이 깃든 몸짓에다 올려 놓았으니
춤짓이 펼치는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부자 할아버지 조의관은 벼슬을 사서 양반이 되려고 한다. 돈이 신분이고 권력인 세상이 왔다. 이제껏 그래 온 것처럼 돈이란 힘을 욕망하고 쟁취하며 살면 되겠다. 그런데 돈으로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아들 조상훈이다. 실속 없이 겉만 번지르한 그놈은 늘 마땅치가 않다. 이리저리 떠들썩한 수군거림에 속이 꽤나 들끓는다. 하지만 어떻게 안 되는 걸 어쩌겠는가. 그가 해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는
조상훈을 빈털터리로 남겨두는 것이었다.
돈 궤짝을 홀로 힘겹게 끌고 가다 숨이 다해 엎어졌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집착은 무겁고 욕망은 끈질겼으며, 죽음은 외로웠다.
조상훈,
그는 세련되고 자신만만하며 멋스럽기까지 하다. 돈이든 여자든 얻고 싶은 무언가에게 늘 당당하다. 구겨 넣으려 해도 계속해서 삐죽이 솟아나는 욕망에
그저 충실할 뿐이다. 다 드러내는 그에게서 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과다 노출된 욕망이 그를 더 숨기는 듯 하다. 휘둥그레 튀어나온 눈알, 감은 듯 찌푸린 또 하나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린다. 깊은 결핍이 끌고 온 과장된 몸짓은 매 순간을 떠돈다.
슬픔이 내면화된 건조한 경애, 습관적으로 움츠리고 반사적으로 숨는 몸을 가졌다. 희미하게 흐리기를 반복하다 사라져 버리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적막한 몸짓에 숨이 멎는다. 가만히 빛나다 웃음 주고, 그러다 모든 것 다 주고 그렇게 고요히 주기만 하다 사라지라는, 사랑이 건넨 폭력을 견디며 일생을 산다. 스스로를 옥죄는 자책의 그늘 속에 메마른 경애가 있다.
덕기는 늘 읽히지 않는 표정으로 멀직히 숨어 서서 누군가를 엿본다. 덕기는 할아버지를 보았고, 아버지를 겪었다. 아픈 시절을 살며 마음이 고단했을 것이다. 의식과 삶의 괴리에 의분이 차오르고 분열했을 것이다. 상훈과 덕기의 갈등은 뻔하고, 서로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상훈은 정직하게 싸우고 예측가능하게 분노하지만, 덕기는 표정도 몸짓도 모호하고 어지럽다. 모호함을 희망으로 읽어도 될까.
덕기는 조상훈의 부도덕함에 저항하는 아들이 아니라 조의관의 재물을 주무르는 상속자가 되기로 한다.시절을 고뇌하며 견딘 몸의 상흔은 황금빛 겉옷에 덮혔다. 지난 세대를 그대로 물려 입으려는 것 같다.
돈은 힘이 되고 힘은 벗을 수 없는 욕망이 되려는 찰나, 그는 또다시 머뭇거리고 서성인다. 그러나 이내 아스라한 웃음 사이 복잡했던 얼굴에 삿된 여유와 넉넉함이 내려앉았다.
이전 시대는 가고 세대는 바뀌었다. 새 시대 새로운 주체는 꿈꾼 바대로 생을 공명하며 불운한 시대를 구원해낼 수 있을까. 세대를 거쳐 되물림되는 욕망과 갈등의 궤도로부터 탈주할 수 있을까. 들추어낸 시대의 민낯을 고요하고 또렷하게 목격하는 순간이다. 희망할 수 없는 시절 앞에서 굵직한 질문은 던져졌다. 무겁게 디디고 힘차게 밟아 누루며 꺾고 꺾어지는 탈춤의 절도와 근기로, 뒤엉킨 갈등과 격정의 고리들을 시원하게 풀어간다. 심각한 삶의 단면, 우중충한 마음의 그늘 신명난 놀이판에 던져놓고 걸판지게 웃고 울고 흔들리다 돌아 나오면 될이다.
사진출처 / @greatest_masque @baki
#천하제일탈공작소 #음악그룹나무
https://youtu.be/YFWwbBHM5V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