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멤논

2022 천하제일탈공작소

by 네판틀라nepantla

“방법이 없었소?? 방법은 있었다”


비극이라는 서사의 무게가 만만치 않으나 헛점 하나씩 장착한 인물들의 가벼움은 이를 거뜬히 버텨낸다. 빈틈 숭숭 더욱 인간스럽게, 이것이 탈춤의 묘수다. 비참하고 처절할수록 별 거 아닌 걸로 만드는 한 수. 피가 낭자한 서사가 우리를 핍절케 해도 부침개 붙이는 카산드라, 까불거리는 아이기스토스, 생각 많아 머리가 둔한 아가멤논은 옆집 아줌마 아저씨처럼 친근하다.


서사의 진액을 흠뻑 빨아들인 음악이 모든 장면을 관통하고 흐른다. 복수는 왈츠요, 전율하는 소리는 이곳을 디오니소스 신전으로 만든다. 멜로디언은 반도네온이 되었고, 선율을 타고 넘나드는 온갖 두드림은 메마른 사슴이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피가 되었다.

음악이 두꺼운 고전 한편을 읽어주었다. 소리로 비극 한편을 충만히 겪었다. 연주자에게 머무는 시선을 자주 되찾아 와야하는 수고로움 뒤로 ‘아가멤논ost’ 음원발매와 쇼케이스라는 기대가 부풀기 시작했다. 그 때 가서 맘껏 보자.


자기 세계를 반복하면서도 수없이 차이를 지어내는 이들에게서 살아 움트는 ‘나무’를 느꼈다. 숨 한번 크게 내쉬며 살아있음을 안도하게 했다. 그 줄기가 탈춤으로 뻗어간 것은 마땅한 자연의 섭리인거야. 음악해줘서 고마워요.

음악그룹 나무


관객을 가로질러 창백하게 뻗은 날선 무대가 탐욕의 실체를 끝까지 목도하게끔 시선을 잡아끈다. 마음이란 올곧게 뻗어가는 것만은 아니니 끝까지 가봐야한다고 말하는 듯. 뒤엉킨 복수의 연쇄고리를 끊고 욕망의 보편적 통념 갈라내는 탈춤의 무딘 칼끝이 되어 반듯히 자리잡고 누웠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아가멤논, 카산드라. 세 사람이 새하얀 길 위에 일렬로 섰다. 죽임이 다가오고 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애도의 부침개를 붙이는 것일까. 살육을 부추기는 악의적 꼬드김일까. 카산드라의 성근 구음과 요동치는 손끝은 속도를 내고 있었다. 나부끼던 죽임이 모두를 덮치는 순간은 무겁고 가볍게 느긋하고 부산스럽게 내려앉았다. 이쯤되면 죽이고 싶어서, 죽여야하니까 죽이는 게 아니다. 죽임의 주체는 그들이 아닐수도.


런웨이에 선 이들, 자신을 과장하고 포장하며 내어달린다. 그 끝이 낭떠러지인 걸 알면서도 기여이 끝을 보고야 만다. 그러나 끝은 끝이 아니었다. 죽음 뒤에도 죽지 않은 욕망은 다시 사냥길에 나서고야 만다. 사슴사냥이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음을 알면서도 죽임의 순환, 조작된 욕망의 매카니즘속에서 오늘도 그저 챗바퀴를 돈다. 비극이고 희극이다.


한~껏 몸을 날려 좀 더 비웃어줬으면.

걸쭉한 욕 한바가지 한~껏 퍼부어줬으면.


방법이 없었다고 변명하고 숨는 비겁한 세상이다. 그러니 탈춤은 있어야 하고, 방법이 있다고 한다. “금강산이 좋단 말을” 바람결에 들려주고 “청산가자” 얼러주고 “어절씨구 좋다” 기운 북돋는다. 다른 욕망을 욕망하자. 균열을, 탈주를, 유랑을 욕망하는 탈춤처럼.



사진출처 / @greatest_masque @baki

#천하제일탈공작소 #음악그룹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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