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마다 서는 장을 지나치다 빵 점포에 들렀다. 두 살 아들에게 먹고 싶은 걸 골라보라니 “엄청 큰 동그란 거”를 사고 싶다며 가리킨다.
그래서 사게 된 아이어쿡(Eierkoek). 우리말로 하면 계란빵, 계란과자 정도다.
비주얼은 참 매력적이다. 노릇노릇 동그란 것은 맛있어 보이고, 폭신폭신할 것 같고 말이다. 무엇보다 커다란 크기가 흡족스럽다.
아기가 궁금해해서 구태여 사줬지만, 단 걸 좋아하는 남편과 내가 이걸 안 사 먹는 이유가 있다. 다이어트하려 먹는다는 사람이 있다고 흘려들었었는데, 정말 맛없는 맛이다. 버터를 안 넣고 만들어 2000년 대 초반 어떤 헬스트레이너가 건강한 빵이라 일컬어 그런 이미지가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설탕과 밀가루가 들어가니 그다지 건강하지는 않다.
제과점마다 누구의 아이어쿡이 더 맛있나 겨루기도 한다는데, 내가 진짜 맛있는 아이어쿡을 안 먹어봐 그 맛을 모르는 건지 모른다. 며칠 내놔 촉촉함이 사라진 스펀지 케이크 같달까.
요새 설탕 맛을 알아버린 아들도 잘 안 먹는다. 식탁에 올려두고 과자가 있다니 “과자 어딨어” 하니, 말 다했다. 이 정도면 진짜 건강한 빵 맞다. 안 먹게 되니까!!
결국 남은 건 엄마인 내가 먹는다. 나 어릴 적 내가 남긴 걸 먹는 엄마를 보며
왜 그럴까, 맛있는 거 엄마 꺼 담아 먹지 싶었는데, 지금의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아무튼,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 걸 보통은 그냥 먹는데, 찾아보니 브라반트에서는 납작한 면에 버터를 바르고 설탕을 뿌려 먹고, 샌드위치처럼 두 쪽 사이에 생크림을 넣어 딸기랑 같이 먹기도 한단다.
난 푸석푸석해서 우유에 말아먹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건강한 잼” 사과스트롭 (시럽이라는 말이지만, 잼이나 젤리에 가깝다) 발라 먹어봤다. 설탕무와 사과로 만든 잼이다. 설탕이 아니라 설탕무라 건강하다는 건가? 사과가 껍질 채 들어가 건강하다는 건가? 요새 말하는 건강, 참 오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