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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회사와 인터뷰를 한다면

현지취업 팁

by 이나앨

구직자라면 알 것이다. 서류전형을 통과해 인터뷰(면접)에 초대받는 것만큼 기쁜 일도 또 없다. 어떤 직종이든 경쟁이 치열할 텐데, 많아야 5명 정도 하는 인터뷰니까 말이다. 그러니 우선 가슴에 새길 것은…

“자신해도 된다!”

만약 프로필이 별로였다면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터뷰는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내 프로필이 그만큼 가치 있다고 여기면 된다.


아마 대부분의 유럽 회사는 사내 혹은 외주 리쿠르터를 통해 사람을 찾고, 그 리쿠르터가 먼저 전화면접을 본다. 일차필터링이고, 희망 연봉 등 기본적으로 맞아야 되는 부분을 체크한다. 그리고 회사의 인사과 담당자와 팀의 직접 매니저, 간접 매니저, 매니저의 매니저 그리고 회사나 직급에 따라 동료급 혹은 매니저의 매니저의 매니저도 인터뷰를 보고자 할 것이다. 은행계에서는 인터뷰가 9개라고 한다. 난 많게는 한 직장을 위해 5라운드를 해봤고, 한 번은 같은 사람과 두 번도 인터뷰를 해야 했다. 길게는 3개월도 걸리는 과정이다. 보통 1대 1이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면접관으로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명을 한 번에

인터뷰하지는 않는다.

유럽회사와의 인터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직무를 잘 파악하고, 간접적으로 관련된 경험이라도 연결고리를 만들어 설명할 준비는 필수다. 가장 중요한 건 질문해서 확실히 아는 것이다.

영국의 랜드마크 샤드(The Shard) 건물에 있는 모 대기업 본사에 인터뷰를 구한 때이다. 먼저 리쿠르터랑 전화인터뷰를 하고 직무에 대해 이해를 해두고 정말 만반의 준비 끝에 매니저 급과 그의 간접 동료 (다른 팀)를 만났다. 결과는 탈락. “직무를 이해하지 못해서 “가 피드백이 되어 날 괴롭게 했다. 그건 기본인데, 자신이 있었는데, 왜라는 질문을 나에게 했다. 아마 내 최대 패망 인터뷰일 것이다. 리쿠르터도 직무 이해를 뽑는 사람만큼은 못하는 것을. 면접관에게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먼저 설명해 달라 할 것을.


질문은 좋다. 일반적인 질문을 2개 정도 준비하자. 그리고 인터뷰하면서도 질문거리를 한두 개 생각해 보자. 당연한 것 같아도, 물어봐 듣는 대답에는 생각지 못한 힌트가 많이 있다. 직무를 비롯해, 팀의 구조, 사내 문화, 직무 시 닥칠 어려운 점 등 말이다. 인터뷰는 내가 똥 회사와 똥 매니저를 거를 수 있는 기회이니 주체적으로 대해야 한다. 면접관 입장에서도 질문이 하나도 없으면 싱겁다. 관심이 없어 보이고 준비성이 부족해 보인다. 때로 확신에 찬 얼굴로 “모두 다 잘 설명해 주셔서 궁금한 게 없습니다” 하는 인터뷰이(Interviewee)도 봤는데, 솔직히 ‘다른데 생각하는구나’ 싶었으니 열정이 부족해 보였다.


아이컨텍트, 웃음, 미소, 스몰토크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성격을 어필해 준다. 질문과 답변만 있는 인터뷰는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것도 외운 것 같은 답변만 있다면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알게 모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소나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나 코멘트는 긴장된 순간을 유화하고 상대방도 편하게 한다. 한 번은 내 서클렌즈가 눈알에서 점점 미끄러지는 게 느껴졌다. 한창 케이스

스터디를 발표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넉살 좋게 렌즈가 자꾸 떨어져 눈이 네모로 보일 수 있겠다고 웃으며 얘기하자, 면접관들도 허허 웃고 “어쩐지 눈이 이상하더라 “하는 게 아닌가. (그 후 서클렌즈는 안 낀다.)

다섯 명의 면접관이 동시에 참석하는 온라인 인터뷰에서는 나와 제일 먼저 온 사람만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바빠 보이는 그 면접관 뒤로 어색한 침묵을 깰 드럼세트가 보였다. 그래서 드럼을 좋아하냐고 스몰토크를 시작했다. 사춘기 시절 듣던 록음악 지식까지 짜내며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데 (다행히도) 다른 면접관들이 10분이 지나 입장했다. 그가 “00과 드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며 반갑게 이야기할 때 내가 분위기를 잘 만들어 놨구나 싶었다.

자신감과 웃음이라는 코드는 유럽회사와 특히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동양인의 “무표정”이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누구라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안돼도 그만이라는 배짱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실력에 기반한 자신감의 반영이고 어떻게 두고 보면 ”한정판매“ “지금만 가능”하다는 마케팅 방식에 견줄 수도 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1. 이미 다른 회사에 오퍼를 받았다.

진짜 다른 오퍼를 받아둔 상태에서 진짜 가고 싶던 회사와 면접을 볼 때 일이었다. 솔직하게 경쟁회사인 00 회사에서 오퍼를 받아 빠른 답변이 필요하다고 하니, 정말 빠른 답변과 함께 합격통지를 받았다.

2. 딱히 안 옮겨도 된다만…

어느 날카로운 면접관이 왜 지금 이직을 하려고 묻길래 “딱히 이직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 기회가 너무 좋아 보여“라고 반 정도의 진실을 알려주었다. 내 적응 문제를 알아보려던 면접관의 질문을 배짱으로 돌려 대답한 경우였고, 이 면접도 합격했었다.

반대로 사람을 구할 때도 이 심리전술은 먹혔다. 구직자가 이미 다른 회사에도 합격해 놓은 상태라고 진솔한 뉘앙스로 말하면 어쩐지 그 구직자가 더 능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별로라고 생각해 둔 구직자라면 신경도 안 쓰인다. 아마도 인터뷰를 하는 사람은 불확실한 콘텍스트 속에서 자신의 결정이 맞기를 바랄 테고 다른 회사까지 그 사람을 잘 본다는 것은 마지막 확인도장처럼 느껴질 테니 말이다. 그리고 희소성에 어필하는 것은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기에 물건을 팔 때도 구직에도 먹히는 테크닉인가 생각해본다. 반면에 “제발 날 뽑아주세요”는 있던 관심도 없게 한다. 안돼도 그만이라는 식의 배짱과 자신감이 그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난 모쪼록 구직자가 면접을 즐기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내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이니 말이다. 편하게, 자신을 보여주고,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면, 면접을 마친 사람들은 그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기억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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