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까지 잘 마치고 같이 일하자는 이메일을 받는다면. 얼마나 날아갈 듯 기쁜가.
내가 처음으로 유럽 내 회사 구직에 성공했을 때가 기억난다.
밀라노 근처의 회사는 붙었지만 별로 기쁘지가 않았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 있는 회사에서 합격 통지와 오퍼(Offer 계약 제안서)가 왔을 때는 내 소셜미디어에 느낌표 십수개로 !!!!!!!!!!!!!!!!!!!! 무언의 기쁨을 적었었다. 그 벅차오르는 뿌듯함은 그만큼 유럽 내 취직에 많은 걸 걸었기 때문이고, 밀라노보다 암스테르담이 나에게 더 맞는 기회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그 기쁜 감정 뒤로 문득 고생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는데, 정말이었다. 엄청 고생했고 나는 자의로 또다시 가시밭길 같은 구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의 선택은 내 최선이었고 그 벅찬 기분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내가 당시 받은 그 오퍼는 국내에서 초임으로 계약을 하고 난 다음 처음 받은 거였다. 그래서 그냥 주는 대로 무척 감사히 수락했었다. 네덜란드의 지인에게 다른 회사나 동급 대비 괜찮은지 물어보는 정도로 시장조사를 한 것 같다.
하지만 연차가 늘수록 연봉협상이란 것에 눈을 떴다. 우선 회사에 들어가 같은 직함을 달고 있는 이상 연봉은 물가상승률보다 덜 오르면 올랐지, 협상의 기회는 거의 제로다. 내가 겪은 네덜란드, 독일, 영국 회사가 다 마찬가지다. 승진을 해도, 초봉은 조금의 변화가 있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조금씩 연봉을 올려준다. 직급마다 할애하는 연봉의 범주 내에서 조금씩 조금씩 높여주는 것이 회사가 사람을 오래 쓰는 기술이다.
그래서 샐러리맨으로 연봉을 높이려면 이직이나 구직할 때 제대로 협상을 해야 한다.
회사도 겨우 사람을 뽑은 이상 그 사람과 계약을 하고 싶어 한다. 이 단계에서는 비자 후원 이런 건 당연하고 얼른 모셔오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때문에 협상은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다. 안다면, 누가 기회를 저버릴까?
유럽회사와의 연봉협상에서 (아마 국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건 합리적인 설득, 함께 조율하려는 자세이다.
구직 전 받던 연봉이나 제시한 연봉보다 더 높게 부르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봉에 한계가 있다면 기타 부대사항 (자동차 제공, 보너스 퍼센티지 인상 등)까지 꼼꼼히 알아두고 요구하면 좋다.
시간을 끌어도 좋다. 협상은 심리전이기 때문이다.
무역으로 먹고 살아온 네덜란드라, 네덜란드 사람들은 항상 협상을 한다. 중고 시장에서도 반값을 후려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연봉협상을 하는 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들었다. 그냥은 안 주는 거다!
이 협상에도 필요한 것이 자신감이다. 내가 그만큼 대우를 받을 사람이라고 당당히 여기고 요구할 것은 합리적으로 요구하는 자세. 이는 회사에 들어간 후에도 중요하니, 연봉협상은 연습이라고 봐도 좋다. 내가 영국회사와 전화로 사전 오퍼를 받을 때였다. 상상도 하지 못한 직함과 연봉과 다양한 부대 혜택을 전화로 들으며 번지는 미소를 겨우 눌렀다. 그리고 무뚝뚝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우선 서면 오퍼를 받았다. 서면 오퍼를 받고 난 어디 보자는 마음으로 진지해졌다. 여기에 협상의 여지가 있을까, 어떤 이유가 타당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영국식 영어를 하는 칼 같은 리쿠르터와 전화로 협상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대사를 (스크립트) 적었다. 그 대본대로 협상 전화를 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스탠더드 오퍼였고 나는 수용할 만한 요구를 했었나 보다.
뚜껑 열기까지는 (회사에 들어가 인사 제도를 알기까지는) 미스터리인 게 회사의 카드이다. 그만큼 조심히, 신뢰를 깨지 않게, 하지만 당당하게 조율해 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