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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n 21. 2021

남향의 브라반트 여행기 1

네덜란드 여행

코로나로 집콕생활을 하면서 여행병이 도질 때마다 네덜란드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고 있어. 오늘은 얼마전에 다녀온 브라반트 이야기를 해줄게. 


브라반트는 (Noor Brabant 노드 브라반트가 정식명) 네덜란드 남쪽에 있어. 프랑스를 갈 때 브라반트를 거쳐서 벨기에를 거치면 노르망디 지역이기도 해. 실은 프랑스의 일부였던 적도 있어. 


브라반트를 비롯해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임에도 확실히 지역색과 지역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거든. 사실 이방인의 눈으로는 그 지역색이 확연하지는 않아. 우리나라에 처음 온 외국인이 사투리와 표준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겠지?

암스테르담에는 공동묘지가 없어. 브라반트 틸버그 아래 홀르라는 작은 동네에 중심에 있던 공동묘지. 종교색이 물씬이야~


우리나라는 산맥에 따라 지역이 나뉘고 말과 태도가 다르다고 하는데, 이 평평한 땅에서 어쩜 개성이 확실할까? 그리고 약간의 지역차별도 있다고 하더라 (나도 가끔 눈치로 느껴). 아마도 이유는 역사와 이웃한 나라에 의한 게 아닐까 싶어. 종교개혁 즈음하여 브라반트 지역은 카톨릭교를 믿는 지역으로 그리고 암스테르담이나 로테르담이 있는 홀란드 지역은 개신교를 믿는 지역으로 문화가 나뉘나봐. 그리고 그 종교의 차이가 삶의 방식, 가치관, 음식도 많이 영향을 준 것 같아.



브라반트 로드트립 전에는, 필립스 발생지로 유명한 아인트호벤, 기술 대학교로 유명한 틸버그, 음식편에서 적은 뚱슈크림 보스볼로 유명한 든보스 (적어도 나한테는 유명한 정보...) 등의 도시가 있는 정도로 알았어. 그리고 든 보스는 오래된 도시라 아름답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가면이나 분장을 하고 먹고 마시고 인사불성 즐기는 카니발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물고기를 타고 여행하는 중세시대 아저씨 아줌마

그래서 그냥 갔다! 브라반트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각을 느끼기 위해서. 우리 일정은 특별히 없었어. 그냥 차를 타고 대부분 즉흥적으로 다녔지만, 숙소는 미리 정했고, 든 보스를 시작으로 틸버그 근처 숙소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올라오기로 했지. 2박 3일 일정을 정리해보면, 이랬어.


1. 든 보스 (Den Bosch, 정식명은 's-Hertobenbosch) 구경 

2. 든 둥흔 (Den Dungen) 의 B&B에 짐풀기

3. 헤스바익 캐슬 (Heeswijk Castle), 헨켄샤흐 캐슬 (Castle Henkenshage) 구경

4. (근처에서 일정보기 - 휴가지만 해야할 일은 했어야 했어...)

5. 틸버그 (Tilburg) 근처 홀르 (Goirle)의 호텔에 짐풀기 + 휴식

6. 론스 엔 드루넨스 다우는 (Loonse en Drunense Duinen) 구경


싱그러운 5월 풀잎들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내가 느낀 브라반트는 평온함이네. 조용하고 잔디와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지역이었어. 든보스는 들은대로 예뻤고, 보스볼은 기대에 맞게 맛있었지 (...).


이 지역 사람들은 부르곤디어 (Bourgondier), 레븐스흐니터 (Levensgenieter)라고들 한대. "삶을 즐기는 사람" 이라는 뜻인데,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고, 잘 차려입고, 뭐... 매일 와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식사하거나, 날 좋은 날 보트 타고 레져를 즐기는, '개미와 베짱이' 중에 하나를 골라 비교한다면 당연히 늴릴리 베짱이일 그런 느낌이야 (하지만 좋은 쪽으로). 실은 이 것도 일반적인 네덜란드 사람에 비해 그렇다는 거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에 비하면 아마 아주 현실적이고 검소하지 않을까 싶네. 

노란바지에 빨간 모자를 쓴 아저씨도 아주 전형적인 브라반트 스타일이래 ㅎㅎ

음식점도 한 번 갔었는데 (2박 3일 여행에, 외식 한 번이라니... 코로나로 불편하기도 하고 마땅히 기회가 없었어) 월요일 점심이었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었는데, 가족 손님이 많더라.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이길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럽더라 ㅠㅠ. 그리고 어디를 가든 보는 음식이지만 (Friets 감자튀김이나 Carpaccio 칼파치오) 레스토랑들 음식이 훨씬 푸짐하고 맛있는 것 만 같았어. 여행타는 거였을까?


1. 아기자기 든 보스 

반 고흐가 네덜란드 사람인 건 알지? 그가 이 지역에서 자랐어. 그래서 든 보스에 가면 반 고흐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어 볼 수 도 있지. 우중충한 먹구름 때문에 슬쩍 둘러만 봤어. '왜 태양볕을 따라 프랑스로 간 건지 알 거 같아...' 하면서. 하지만 잠깐씩 해가 날 때마다 걸었던 든 보스는 아기자기하고 물과 나무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도시더라. 물을 통해 그리고 둑을 통해 지켰던 오래된 도시로 곳 곳에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고. 나름의 좁은 운하도 있어서 할렘과도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어. 


든 보스의 하이라이트는 도르래를 돌려 셀프 운전하는 배였어. 참 네덜란드 사람들 기가 막혀~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냈지? 전기도 필요없지, 지키는 사람도 필요없지, 오직 너의 힘으로 안전하게 물을 건널 수 있다니, 물과 항상 싸워야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의 삶이 보이더라.

 

누가 쓸 까 싶어도 끝도 없이 사람들이 오고 가. 나름 운동도 되고 재밌었어. 돌리는 데 포즈가 웃겨서 한바탕 웃었고. 너도 든 보스를 걸어다니면서 재밌는 추억을 많이 쌓길 바랄게. 충분히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도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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