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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유럽 여행은 더 똑똑하게 준비하고 싶어서

by 이진리

이미 한번 파리를 갔다 왔지만 프랑스는 또 가고 싶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며 특히 불문학에 푹 빠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프랑스를 갈망해 온 내게 고작 한 번의, 그것도 겨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여행은 감질맛만 선사했다.


프랑스에 또 간다면 어디로 갈까? 이번에도 파리? 나는 이 질문에 이미 답을 내려두었다. 만약 다시 프랑스를 갈 기회를 내가 만든다면, 나는 리옹이나 스트라스부르 같은 도시들을 보고 오고 싶다. 두 도시 모두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파리만큼은 아닌 그런 도시들이다.


나는 요즘 온갖 항공권 정보를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만남이 곧 이루어질 테고 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저렴한 티켓들이 많이 풀리고 있지만 현재는 여행을 떠날 만한 여유가 되지 못해 아쉬움이라는 군침만 삼키고 있다.


프랑스행 비행기 티켓 가격이 굉장히 합리적일 때, 나는 본격적으로 눈을 번뜩인다. 하지만 갑자기 살아나는 안광은 비단 프랑스행 비행기 티켓을 볼 때만의 일은 아니다. 내가 가고 싶은 유럽의 나라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체코, 프라하 정도로 꽤 다양한 편이니까. 그 나라로 향하는 특가 항공권이 뜨면 그때부터 눈동자가 반짝이곤 한다.


현재로서는 큰 단위의 나라, 도시들만 유럽의 도시 풍경들이 슬슬 눈에 익을 때쯤이면 나는 아마 쉽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름답고 황홀한 작은 도시들을 탐험하게 되지 않을까? 파리에 한번 갔다 왔으니 이번엔 프랑스의 작은 도시인 스트라스부르에 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낯설기 짝이 없는 유럽 한복판에서, 나는 꽤 씩씩하게 잘 돌아다닌다. 혼자 가는 여행을 외롭다고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혼자서도 참 부지런히 보고 걷고 느낀다. 그렇게 혼자 다녀온 파리 여행의 만족도는 99% 정도다. 거의 완벽에 가깝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이유는 프랑스 현지인 혹은 프랑스에 여행 온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온다.


여행 후기들을 보다 보면 여행객이 현지인과 친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다. 갑자기 친구가 된 여행객과 현지인은 그 도시 곳곳을 함께 누빈다. 이때 현지인은 최고의 가이드가 된다. 여행객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기뻐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여행을 즐기는고 오는 사람도 있다.


그런 후기들을 볼 때마다 나는 고민한다.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내가 현지인과 어울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현지인과 어울리는 저 사람들이 엄청난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혹은 저런 기회들은 생각보다 이뤄내기 쉬운 것인지, 아닌 것인지.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어떤 쪽의 가능성이 더 큰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1%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호텔이 아닌 호스텔을 이용해 보는 방향도 생각해 보았다. 6인실을 도미토리 같은 호스텔에서 현지인들을 만나 대화를 트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일 테지만 문제는 내가 불면증 환자라는 것이다. 여섯 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생활 소음이 꽤 많을 텐데 그것 때문에 내 체력이 엉망이 된다면 그 여행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호스텔 숙박도 여전히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기왕이면 다른 방법으로도 선택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정보를 조금 더 서치해 보았다. 런던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말에 따르면 지역의 도서관에서 여는 소소한 프로그램들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내가 가고 싶은 나라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기 전에 정보를 꼼꼼히 알아보고 떠날 계획이다.


아니면 내가 용기를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왠지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있어 보인다면 다가가서 나에 대해 잘 설명하고 나에게 맛있는 음식점을 추천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이지만 여행객으로서의 나는 가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장착하곤 한다. 길거리에서 틱톡을 찍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정말 나이스하다는 칭찬을 해준 적도 있으니까.


그러니 혹시 모를 일이다. 어느 박물관에 간 내가, 이 그림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혹시 이 그림에 대해 잘 아신다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거든요'라고 대뜸 물어볼 수도. 현지인과의 현지에서의 친분을 다지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나는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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