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는 세 가지 인상이 있다. 떠나기 전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인상. 현장에서 느끼는 그 나라의 인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녀온 뒤, 여행을 갈무리하며 정리되는 그 나라의 인상.
6월에 프라하 여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프라하에 대한 인상은 대충 이렇다.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건물들. 여행자들이 많은 만큼 사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들. 푸른 잔디밭과 거기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장면은 '유럽'하면 떠오르는 기본 인상인 것 같다.)
막상 간 현지에서 내가 가진 환상이 깨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낭만적이다'라는 감상을 슬쩍 남겨 놓을 수 있겠다. (참고로 나에게 있어 파리는 '고풍스럽고 화려한 도시'라는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인상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파리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저분한 지하철에서 나는 좋지 않은 냄새. 이런 것들이 내 기억 속에 깊게 박혔다면 또 다른 단어로 파리를 표현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낯선 나라에 갔을 때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는 현지인 혹은 유럽 내 여행자들의 모습이다. 프라하의 현지인들은 과연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을까? 옆 나라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 온 유럽 내 여행자들은 어떤 관광을 즐길까? 왜냐하면 몇몇 유럽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 몇몇 사람들 중 일부는 바로 옆 나라를 갈 때 아주 단출하게 배낭 하나만 메고 가는 편이라고 했다.
반면 나는 꽤 보부상 스타일이다. 화장품부터 옷가지, 섬유 향수까지 챙겨가는 게 내 여행 스타일인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약 1~2시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을 여행할 땐 제법 간단한 것들만 챙겨 갈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프라하의 현지인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나에게는 낯선 이런 나라에서 과연 어떤 일을 하며, 어떤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고 있으며,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하지만 프라하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현지인을 만나기 힘들 수 있다고, 누군가가 말해주었다. 그 누군가의 추가 조언에 따르면 만약 현지인을 만나고 싶으면 밤에 맥주 마실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낮에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여행객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오히려 좋다. 여행객들의 여행 스타일도 곁눈질로 관찰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게다가 귀에 꽂히는 이국의 언어들은 '내가 지금 유럽에 와 있구나'라는 상기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낮에는 프라하의 각종 관광지를 돌아다닐 예정이다. 나는 원래 술을 거의 안 하는 스타일이지만, 여행 갔을 때는 예외이므로 그 유명하다는 체코 맥주를 한 잔 정도를 곁들인 식사를 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다. 꼭 들러야 하는 관광지들은 이미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두었다. 하지만 먹을 것, 즉 식사만큼은 아직 현지 맛집 리스트를 뽑아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거기 사는 사람에게 한번 직접 추천을 받고 싶어서.
그렇다. 나는 이번에 프라하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볼 작정이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그 어떤 내향인에게도 내향적인 성격으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내가 이런 계획을 세웠다는 건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행은, 내가 살던 나라에서 '이례적'으로 빠져나가 '이례적인' 곳에서 머무른 거니까. 막상 말은 이렇게 하지만 결국 부끄러워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계획에 그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게 누구든 조금 눈이 마주친 사람이 있다면 한번 다가가 보고 싶다. 당연히, 성별은 상관없다.
'혹시 사진 찍어줄 수 있을까?'라는 말로 물꼬를 트고 이후에 '혹시 여기 사는 사람이야? 그러면 식당 추천 좀 해줄래?'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보자는 게 내 계획이다.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해낸다면 브런치에 후기를 올려 보겠다. 동양인 여자의 물음에 현지인은 어떻게 답할까? 이런 제목을 달고 글을 쓰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