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서 슬픈 날
새벽에 건대에서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마치 버스 여행 같았다. 창문 열고 머리를 밖으로 내민채로 있었다. 울 것 같았다. 무탈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니 무척 슬펐던 날이었다.
불행이 익숙해지면, 계속 불행 속에 있으면 내가 불행한지 모른다. 몸에 칼이 한 두개쯤 꽂힐 때는 비명을 지르다가, 칼이 오백개쯤 꽂히게 되니 아무 감각이 없었다. 칼이 수십개쯤 더 꽂혀도 꽂힌지도 몰랐다. 그렇게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살다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니 내 몸에 있는 수백개의 칼들을 감각하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내 몸에 칼이 꽂힌채로 살아야 하는 걸까. 몸부림 치듯 슬퍼했다. 앞으로 칼이 수십개 꽂힌다고 해도 무감각하겠지만, 그런 괴물 같은 내 모습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괴물이 되어야만 버틸 수 있는 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칼이 꽂힐 때 고통을 느꼈던 그 때로만 돌리고 싶다. 버티면 괴물이 된다는 걸, 이제서야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