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출근을 하던 차 안에서 무심코 바라본 곳에는 한 아주머니가 서 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어딘가를 쳐다보며 양팔을 머리 위로 흔들고 있었죠.
마치 응원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는 소녀처럼.
그 동작은 제 옆 차선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서행하던 버스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나 여기 있어요. 멈춰 주세요.'
뒤통수 어디까지 맞아 봤니?
'버스 기사가 어련히 알아서 멈출 텐데 저 사람 성격도 참.'
만약 그 광경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는 운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한 번도 믿었던 것에 배신 당해본 적이 없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으니까요.
'버스는 버스 정류장에서 멈춘다.'
그것은 사회적 약속이며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제가 본 아주머니처럼 그 당연한 것에 양팔을 흔들 만큼 절실해지는 이유는?
그 믿음이 깨지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겠죠.
저 역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놓쳐본 경험이 적지 않답니다.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마지막까지
한 번 더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때때로 그렇게 자책할 때가 있습니다.
직장이든 직장 밖에서든 여러 사람의 협업을 통해 여러 절차를 거쳐 마무리되는 일이 많죠.
나는 잘 했어도 중간 과정에서 얼마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예요. 그걸 일일이 체크하려 하면 사람들은 반발합니다.
- 어련히 알아서 잘 될까!
- 응, 그게 내 뒤통수치는 범인들의 단골 멘트야.
날 이렇게 만든 건 바로 너예요.
당연한 건 당연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버스를 향해 양팔을 흔드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 씁쓸했던 이유였습니다.
왜 우릴 가만있지 못하게 하느냔 거죠. 나는 내 몫을 다 했는데도.
당연한 건 당연했으면 좋겠습니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말이죠.
제가 본 그 아주머니는 단지 성미가 급한 사람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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