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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거 다 내놔볼래요?

by 프롬서툰
서울엔 모든 게 다 있어요.
그런데 그중에 내 것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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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다큐 인터뷰에서 서울에 올라온 지방 출신 직장인이 하는 말입니다.


저는 대학시절부터 종종 서울에 놀러 가곤 했는데요. 그의 말을 듣자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만약 이곳을 생활 터전으로 삼는다면 어떨까?


어느덧 취업을 고민해야 할 나이가 되니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봐요. 그러자 그전까지 저를 설레게 했던 거리의 네온사인들이 일순간에 차갑게 느껴졌어요.


결국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누릴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요.





괴짜 아빠


와, 냄새 너무 좋다.
다 먹고 싶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딸이 하는 말입니다. 가게 곳곳에서 식욕 돋우는 냄새가 풍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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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를 많이 맡아봐. 그럼 먹는 거나 다름없게 돼. 냄새만으로도 질리거든. 자, 아빠처럼 코로 크게 숨을 쉬는 거야. 냄새는 공짜니까.


아내는 기가 막히다는 듯 저를 타박했고, 딸은 아빠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며 웃고 말았죠.


하지만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저렇게 냄새로 사람을 유혹해놓고 막상 사 먹으려면 1~2만 원은 쓰게 하니 말이에요.


'내가 참을 줄 알고?'


아내는 그 돈을 쓰는 것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저는 보는 것과 맛이 다르다며 음식을 남긴 딸에게 다정하게 말해주곤 하죠.


- 지금 네가 남긴 음식이 아빠 한 시간 시급이야.


정떨어진다는 아내의 눈초리.


한 시간 반인가?





가진 거 다 내놔 볼래요?


이것만큼은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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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나요?


허공을 맴도는 '빵 굽는 냄새' 말고 진짜 먹을 수 있는 '빵' 같은 것 말이에요.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제가 쓴 이 글도 여러분 것이나 다름없죠. 복사 붙이기도 자유롭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어요.


읽고 한 번 웃었다면 그 웃음도 기분도 온전히 여러분의 것입니다. 공짜라서 별로 체감이 안되시려나.


그래서 뭐 가지셨어요?




from surtune




https://blog.naver.com/surtune45/223891186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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