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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별, 나의 첫 고양이 그리고 영원한 별

너에게 쓰는 편지(팻로스극복)

by 밍밍

달자 — 나의 첫 고양이, 그리고 영원한 별

달자는 고등어 고양이였다. 어둠 속에서도 눈빛만으로 나를 알아보던, 고요하지만 단단한 존재.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좁은 케이지 안에서 달식이와 함께 붙어 나를 쳐다보던 16년전 그날 너와 나는 연이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의 얼굴 옆에서 잠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주인’이 아니라 ‘너의 삶의 동반인’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달자는 내가 아플 때 옆에 있어줬고,

가장 어두운 순간 함께 빛이 되었고

슬플 때 말없이 기대어주었다.


그러나 시간을 이길 순 없었던 것일까

언젠가부터 달자의 시간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잠잠하게 이상하던 너는 믿을 수 없는 만성 신부전 수치를 보여주며 여명이 없다 싶을 정도의 유예기간만 남았다.


세상이 무너지고 눈물만 채워갔다.

너와 나의 시간이, 남은 시간이 이리 짧을 줄이야.

그 묻한 마음의 준비와 결심은 모래사장처럼 무너졌다.


하지만 달자는 끝까지 우아했다.

자기가 떠날 준비를 내가 하도록 기다려주는 것 같았다.
호스피스 전환 이후 거동도 안되는 몸으로 화장실에 기어가 볼일을 보려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너에게 나는 더이상 할 수 있는것이 없었다.


그저 남은 삶이 너무 괴롭지 않기를...

내가 너와 끝까지 함께라는 것만 기억하기를...


마지막 날, 달자는 내 품에 안겨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치 잠들어버린 것처럼,

너는 이 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야 안다. 사랑은 떠나도 남는다는 걸.

달자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고통없는 고양이별로 떠났지만, 내 마음에는 여전히 달자의 체온이 남아 있다.


너는 나의 작은 보물이었다는 걸

38년 인생의 작은 빛이었다는 걸

그리고 나 눈 감는 그 순간까지 기억해나갈

나의 가족이라는 걸


그 어떤 단어로도 상실과 그리움을 담을 길은 없지만

언젠가 돌고 돌아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내가 너에게 좋은 가족이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보고싶다 나의 작은 고양이

달자, 공주, 김공주, 내새끼

언젠가 다시 만나자.

정말 많이 사랑하고 지금도 너무 보고싶다.

2009 - 2025.6.28. 사랑하는 나의 작은 보석, 잘자

김달자 지구별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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