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취라고 읽고 승진이라 부르자. 그런데 여우 같은 놈들이 승진도 잘해
거의 1년 지나서 새로운 글을 쓴다.
나는 탈 문화재단을 꿈꿨지만 결론적으로는 문화재단에 좀 더 깊숙히 들어왔다.
(사업을 해보려 했으나, 뭔가 문화재단에서 끝을 보지 못한 기분이라 버텨보기로 했달까?)
지난 문화재단 생존기_8탄에서는 퇴사이야기를 했는데, 함정카드로 맨 아랫줄에 상승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 유유히 떠났었다. 이직으로 직급이 높아졌기에 문화재단에 대한 새로운 글을 쓰기가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진짜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후배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내가 N년 동안 문화재단에서 일하며 겪어온 어려움을 〃문화재단 생존기〃를 통해
같이 좀 더 쉽게, 요령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선례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오늘의 주제는 승진!
문화재단은 공무원 조직에서 따온 전형적인 관료조직으로 최고결정자가 있고 그 아래 다양한 팀(부서)가 있다. 내가 경험한 재단들은 보통 팀당 1명 팀장, 1명 과장 또는 차장, 1~2명 대리, 1~2명 주임으로 4~6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조직도를 가만히 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입사해서 맨 처음 조직도를 보았을 떄 나는 저 모양을 피라미드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막내 직원이기에 저 피라미드가 의미하는 진정한 메세지는 몰랐다. 그저 한 회사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설레고 벅차올랐달까.
음... 나는 좀 잘하는 것 같은데...?
입직한 뒤 처음 몇년은 적응하느라 바빴다.
나는 항상 제일 잘하고 싶었다.
가장 인정받고 싶었고 그에 따른 노력도 적잖게 했다고 생각했다.
(인성은 안드로메다였긴 했는데, 대체적으로 근평을 받았다)
문화재단 1년 사이클을 몇 번 돌리고 나서는 슬슬 현자타임이 오기 시작했다.
사업은 매년 같았고 앤간한 사업은 찍먹해보았기에 도파민이 살살 떨어져가는 타이밍이 되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꽂히는 월급, 결혼 이후 안정화 되는 인생곡선에 인생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마 그때가 나의 생리적, 안전, 애정및 소속, 자존, 인지, 심미적 욕구를 거의 채운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최고 욕구는 무엇이겠느냐...?
나는 내가 인정받는 것을 물리적으로 증명하고 싶었다.
쟤 일 잘한대, 밍밍이는 잘하네!
이런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받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승진, 나는 꼭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주임→대리
일단 지난 기간동안 근무평정점수는 좋았다. 그리고 이번 경쟁자는 4명 내외인 것을 보니 할만해보였다.
나는 즉시 팀장과 대표님앞에서 승진 안시켜주면 퇴사해버릴 것이다. 어디어디 대리 자리가 떴는데 면접을 볼 것이다 등의 막나발을 불며 승진시켜달라고 드러누웠다.
(개념이 있나 싶을 정도로 당차다 못해 당돌했던 발언을 곱씹어보니 정말 민망하고 죄송스럽다.)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당연하게 일해왔고, 투덜투덜대고 쓴소리도 했지만 꾸역꾸역 사업을 해내갔다. 혼자서 4~6개정도 되는 사업들을 미친듯이 굴려갈때 즈음 처음 정규직을 달았던 회사에서 무난하게 대리로 승진했다. 성향 자체가 경쟁을 좋아하다보니 뭔가 성취해낸 기분도 들고 솔직히 대리를 다니까 기분이 좋았다.
월급도 아주 작게나마 오르기도 했고, 나의 시간과 능력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회사에 다닐 맛도 좋았다.
직급이 주는 적당한 무게감은 직장안에서 자아성취의 맛을 알게 해줬다.
대리→과장or차장
그렇게 대리를 달고 어느 시간이 지났다.
사실 주임>대리는 어느정도 승진연수가 찬다면 내부승진을 기대해볼 수 있었다.
보통 주임 근속연수가 3년이 되지 않으니 보통 버티기를 하고 근무평정에 대한 관리만 조금 신경썼다면 대리는 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자리는 과장 또는 차장이다.
대부분의 문화재단은 주임-대리-과장(차장)-팀장-본부장(사무국장)-대표이사(이사장)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과장(차장)의 경우는 부서당 딱 1개 자리밖에 나지 않는다. 거의 팀장과 같은 극악의 TO!
과장자리는 잘 나지도 않는다. 보통 회사에서 과장쯤 달면 나이도 좀 있고, 아이도 있고, 어지간하면 이직 결심을 잘 안하는 것 같기때문이다.
음... 더 큰 자아성취를 할 수 있을까?
이 재단에서 내가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 이때의 밍밍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분량조절 실패로 대리→과장or차장은 다음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