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로 삶

문장도 글도 짧게 쓰면 된다.

쓰기 싫은 날.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4월 24일 목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쓰다 지우고, 쓰다 넣어두고, 쓰다 접어두고, 쓰다......

그렇게 쌓인 글을 다시 하나씩 펼치려는데 왜 용기가 필요한 걸까.

그래서 그냥 접어두고 넣어둔 거 그대로 두고

새로 끼적여 본다.


혼자만의 공간에 생각을 풀어내다가 약간의 정제가 필요해서 이렇게 이 공간에 또 끼적여보기로 한다.



4월 25일 금


오늘의 생각은

스위치 ON!!


관계와 일과 꿈과 비전과 나의 신앙 그리고 나에 대한 모든 스위치 온!




4월 26일 토


공공장소 개념은 밥 말아 먹었나.


오른쪽 금발머리 여자는 30분 넘게 스피커 폰으로 쨍쨍거리게 화상 통화한다.

왼쪽 갈색머리 남자는 긴 다리를 내놓고 사리를 사정없이 30분 동안 떨고 있다 못해 가려워 긁는다.


그들의 자유,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룰,

그러나 보이는 룰과 양심이라는 건 있지 않나 자꾸만 생각이 든다.


익스큐즈미 하고 싶은데

차마 그럴 용기는 안난다.

그냥 참아 보기로 하다가

아무리 내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기로 해본다.

다시 사정없이 교차 반복하는 남자의 다리 떨림이 내 신경을 박박 긁는다.

참다 못해 글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를 외쳐 본다.


나는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동한 적은 없는지

공공 장소에서 눈쌀 찌뿌릴 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여전히 마음은

여자가 전화기 넘어 있는 사람에게 전하는 그 "쏘리 어바웃 댓"이 나에게 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전부 쓰다 말다 저장해둔 글들.

그냥 짧으면 어떤가

문장도 짧게,

글도 짧게,


매일 쓴다. 일기장에.

오랜만에 공개된 곳에 글을 투척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상의 평범함을 깨우다